광기란 참 독특한 성질을 가졌다. 얼핏 광기는 정상인과 비정상인을 나누는 기준 같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생각한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으리라. 가령 영화 「채식주의자」에서 영혜와 민호의 사이에는 광기가 가로지르고 있다. 영혜는 비정상인이 되어 버렸다. 먼저 그녀는 잡식성의 시대에서 채식을 선택했으며 그때부터 가족 사이에서 배제되었고 결국은 정신병원에 감금된다. 문제적 인물은 바로 민호이다. 민호는 무능력한 가장이지만 예술가라는 명예 속에 일상을 잘 영위하고 있었다. 민호는 육체(한계)와 식물(영원)을 접붙이고자 하는 예술적 욕망을 갖게 되는데 이를 현실에서까지 실현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일상의 규율이 민호를 옥죄게 된다. 영혜는 그의 처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민호의 번뇌를 마주하며 알게 된다. 광기란 정상인과 비정상인을 나누는 기준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광기는 우리 모두에게 내재되어 있어 우리를 가로질러 다닌다.
 지난 3월 26일 오후 9시경 천안함이 백령도 서남방 부군에서 침몰했다. 이로 인해 46명의 승조원이 사망하였다. 사고의 원인으로 어뢰, 기뢰, 피로파괴, 암초 등의 수많은 추측들이 있었지만 결국 북한의 어뢰로 인해 천암함이 침몰되었다고 정부는 공식 발표를 하게 된다. 정부가 공식 발표에 도달하기까지 오래된 망령이 되살아난 것처럼 음습했다. 정부는 천안함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북한을 언급했다. 정부는 천안함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이 사건의 결말을 알고 있었던 걸까. 천안함 사건의 발생시점에서부터 정부는 사건의 원인을 다양하게 열어놓아야 했다. 정부는 공기가 희박해지는 천안함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그들이 죽은 이유, 진실을 캐내려는 태도를 보여야 했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는 진실을 마주하려는 자의 태도가 아니었다. 죽은 승조원과 그들의 가족들, 그들과 함께 아픔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공중에 사라지고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부의 의도, 정부의 목적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광기다. 한국 사회에 공공연하게 돌아다니는 망령, 전쟁에 대한 위협. 정부가 2010년에 다시 불러온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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