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유럽 재정위기를 계기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경제학에서 국가부채는 과도한 정도만 아니라면 축복이라는 시각부터 국가적 저주라는 시각까지 다양한 이론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과도한 부채는 저주까지는 아니라도 국민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부채, 즉 정부부채 규모는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정부부채를 측정하는 수단자체가 다양하기는 하지만 IMF의 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앙정부 부채 규모는 GDP 대비 33.6%(2008년), 40.0%(2009년), 46.3%(2010년 추정)로 평균 70%를 초과하고 있는 OECD 국가들보다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과거나 현재만을 보고 경제정책을 판단하지 않으며 재정적자 문제도 미래에 대한 예측을 바탕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세수이상으로 지출을 하면 재정적자가 발생하고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부채가 된다. 따라서 정부부채의 미래 움직임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재정정책의 속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재정정책은 조세를 증가시키거나 지출을 삭감하는 것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어렵다는 비대칭성과 경직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조세증가는 법개정이 필요하거나 조세저항이 발생하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 재정지출도 복지재정과 같이 법에 의해 지속적으로 지출되는 부분들이 있어 재정상황에 따라 쉽게 변동시킬 수 없는 구성부분들이 있다. 정부는 경기후퇴에 대응해서도 조세를 삭감하거나 재정지출을 증가시키는데, 경기가 호전된 후에도 원상회복이 용이하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경기후퇴 기간에 증가된 실업수당이나 빈민구호와 같은 이전지출은 경기가 호전되면 쉽게 이전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도로건설과 같은 대규모 공공사업은 경기가 호전되었다고 중단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기간 재정지출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편 정치적인 이유도 재정정책 경직성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즉, 조세를 증가시키고 재정지출을 삭감하는 긴축재정은 세부담 증가와 경기냉각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반면, 국가부채와 재정적자는 일정 수준에 달하기 전에는 당장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긴축재정은 인기 없는 정책으로 정부가 사용하기 꺼리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는 향후 지속적으로 재정적자를 발생시킬 다양한 요인들이 잠재되어 있다. 전 정권에서 시작되고 현 정권에서 수정된 지역경제개발 산업이 지속될 것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4대강 정비사업도 상당기간 재정지출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노령화의 진행과 더불어 복지지출도 지속적으로 증가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조세측면도 재정에 그렇게 호의적이라 보기는 어렵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기조 중 하나는 감세이고, 실제 작년에 대규모의 감세정책을 계획하였다. 물론 예측치 못한 경기불황 때문에 취소되기는 했지만 감세정책기조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 더욱이 최근 천안함 사태로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이 같은 추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국방비 지출도 증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요인들을 고려하면 현재의 수치에 안심하고만 있을 상황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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