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들어서 대학본부는 학내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활성화하려는 방안을 잇달아 시도하고 있다. 직원들과의 대화 장에 이어 교수-학생 간에 터놓고 이야기하는 워크숍, 총장과 평교수와의 티타임 등을 정례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성과를 말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일단 소통과 공유의 확대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조처이다.
사실 우리 대학이 소통의 부재에 시달려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안의 경중에 관계없이 학내의 주요 사안에 대해 구성원들은 대체로 침묵해 왔다. 가뭄에 콩 나듯이 개진되는 아르미 여론광장 의견을 읽어보는 교수도 소수에 불과하다. 더구나 일부 댓글은 최소한의 신뢰를 바탕으로 쓴 것인지조차 의심스러운 게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모처럼 맘먹고 의견을 올린 교수는 다시는 글을 올리기 싫다고 한다. 소통부재의 악순환인 셈이다.
소통의 부재는 정보부족이 그 첫 번째 원인이다. 지금도 대학본부는 적지 않은 정보를 내보내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본다면 정보의 양과 질 모두를 대폭 늘려야 한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구성원의 이성을 전제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구성원의 이성을 신뢰한다면 그들의 판단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명한 판단은 충분한 정보 속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통을 가로막는 보다 본질적인 걸림돌은 후쿠야마가 지적한 타인에 대한 신뢰의 부재다. 타인에 대한 신뢰란 그 사람도 규칙과 양심에 따라 일을 처리할 것으로 믿는 그런 신뢰다. 대학의 주요 의사결정이 담당자 개인의 치적이나 인간관계, 혹은 편의주의의 소산으로 치부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누구의 의견인가와 무관하게 합리적이고 공개적으로 처리되더라는 신뢰가 쌓일 때 비로소 소통이 활성화된다는 말이다.
연구와 인재양성이라는 면에서 대학은 우리 사회의 근간이며, 소통과 공유는 대학의 근간이다. 소통과 공유가 없이는 학문의 발전도 나아가 인류공동체의 발전도 없다. 부디 대학 본부의 이번 시도가 우리 대학 구성원간의 신뢰를 회복시키고 나아가 소통과 공유의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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