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세계를 누비는 바람의 딸 한비야씨는 “돈이 없어도 당당하게 사는 방법을 연습하는 것이 배낭여행이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배낭하나 메고 그 동안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세상을 걷는다는 것은 그만큼 소중하고, 값지고,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09년 7월에 내 모든 힘과 열정을 바쳤던 24박 25일간의 국토대장정이 나에게는 세상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었다. 무엇보다도 걸어서 2000리 약 800km를 완주했을 때의 해냈다는 자신감과 끝까지 해보자는 도전정신이란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가르쳐주었다.
때는 2009년 7월 2일이었다. 국토의 최남단 해남 땅끝에서 우리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기에는 젊음의 피크라고 할 수 있는 25살의 건장한 청년들 4명이 있었다. 박종현, 최현진, 서준. 모두 어릴 때부터 알던 동네친구들로서 이번 기회에 친구들끼리의 우정도 쌓고, 땅끝에서 통일전망대까지 우리나라 국토를 종주하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자 우리가 계획하고 우리가 준비하여 시작한 것이 이 국토대장정의 계기였다.

우여곡절의 준비 끝에 할 수 있다는 파이팅을 외치며 출발한 우리들은 생각과는 다르게 시작부터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짐을 최소화하긴 했지만 모두들 15kg가 넘는 배낭을 메고 제대로 된 신발도 아닌 운동화를 신고 하다보니까 발에 무리가 많이 갔다. 처음이라 아직 적응도 안 되고 해서 더 힘들었다. 그래도 우리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기왕 시작했으니까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서로를 독려하면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걷고 또 걸었다.
여기서 재밌는 이야기를 한 가지 하자면 이번에 4~5인용짜리 텐트를 준비해 갔지만 직접 텐트를 치고 잠을 잔 것은 25일중에 2일뿐이라는 것이다. 국토대장정을 하기 전에는 몰랐고 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시골에 가면 있는 마을회관에서 하룻밤 묵어가는 것이 은근히 괜찮았다는 것이다. 마을이장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부탁하니 웬만해서는 쾌히 승낙을 해주셔서 더운 날씨에 샤워와 빨래는 물론 모기와의 사투도 피할 수 있었다.
일주일정도 지나자 슬슬 우리들의 발에는 물집이 잡히기 시작하고, 발목과 무릎에는 통증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정말로 머릿속에는 ‘내가 이것을 계속 해야 하나’, ‘여기서 그만하고 집에 가면 안 되나’하는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하지만 그럴 때 일수록 한 걸음씩 계속 가다보면 언젠가 완주하겠다는 끈기를 가지고 계속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를 힘들게 했던 것은 다름 아닌 비였다. 장마철과 겹쳐서 그런지 몰라도 유난히도 많은 비를 맞았다. 비를 맞으면서 길을 계속 걷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일단 신발이 다 젖기 때문에 발에 무리가 많았고, 시야확보가 되지 않아 도로에서 많이 위험했고, 거기다 급격한 체력저하까지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이렇듯 해남에서 시작한 국토대장정은 동해안이 보이면서 어느덧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강릉에서부터 동해바다의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걷기를 며칠, 드디어 눈앞에 통일전망대로 가는 출입국사무소가 보였다. 카풀을 통해 승용차로 민통선 안에 있는 진짜 통일전망대까지 갔다. 전망대에 올라서자 꿈에 그리던 북한의 해금강과 금강산이 보였고, 드디어 국토대장정이 끝났다라는 생각에 우리는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며 스스로를 자축했다.

24박 25일과 800km. 내가 지나왔던 이 시간과 이 길들이 올여름 나의 국토대장정 결과물이었다. 주변에서 왜 고생을 사서하냐고 많이들 물어보셨다. 그럴 때마다 나는 대답했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요?”라고 말이다. 20대의 젊음, 이 젊음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에 도서관 책상위에서 영어단어를 몇 글자 더 보는 것보다 살아있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자신이 세상과 맞서 싸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신감을 찾기 위한 여정이 바로 이 국토대장정이었고, 나는 당당히 국토대장정을 완주함으로써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물론이요,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해낼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지 말고 일단 한번 해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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