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0일 자전거로 하교하던 길에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신 수학 천재 백정선 교수와 알음알이는 전혀 없었지만, 뜻밖의 죽음에 깊은 조의를 표한다.

천재는 요절한다고 하더니, 하늘이 이뻐하여 생지옥 같은 고통의 바다에서 일찍 불러내 데려가셨을까? 나도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서툰 기계치에 사람들의 거친 운전버릇이 무서워 엄두를 못내고 아직도 버스를 타고 걸어 다니는데, 아예 자전거를 단념하라고 일깨우나 보다. 대만대학에서는 교내 이동을 자전거로 많이 하는데, 우리는 교정마저 자동차에 내준 지 오래다.

신문보도에 따르면, 백교수는 질주하는 자동차가 성품에 맞지 않는다며 22년간 자전거로 출퇴근했다고 한다. 백교수가 차를 피하다가 역설처럼 차에 치여 하늘나라에 일찍 가신 사건을 보고, 필자는 엉뚱하게도 문득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으로서 문명의 역습을 느낀다. 내가 차를 싫어하면 차도 나를 싫어하여 반감을 품고, 언젠가 시절인연이 닿으면 해꼬지로 보복하는 건 아닐까?

개나 고양이도 싫어하고 피하면, 오히려 짖고 물려고 덤비는 게 바로 그런 인과응보일 텐데, 생명이 없어 보이는 기계도 사실은 생기(生機)가 있어서, 생명체처럼 의식과 행동으로 그 법칙을 나타내는 듯하다. 하물며 자동차는 유기물을 태워 그 에너지를 이용해 스스로 움직이는 내연기관이니, 준(準)유기체나 준(準)동물로 여길 수 있지 않을까?

옛날 인가에까지 출몰하며 짐승이며 사람을 해치던 호랑이나 이리 같은 맹수들이 거의 자취를 감춘 첨단 문명사회에서, 그 맹수를 대신하여 더 무서운 ‘동물(動物)’이 아예 사람들 속으로 들어와 함께 살며 호시탐탐 노리다가, 언제든지 틈만 나면 맹수로 돌변하여 삶을 해치고 재물을 부수고 한바탕 난리를 치고 참화를 빚어내곤 한다. 이른바 온갖 ‘달리는 흉기’가 얼마나 많은가? 밤낮과 물뭍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허공과 우주공간까지 철새(鐵鳥: 飛機, 우주선)들이 시도 때도 없이 날아다닌다. 또 밤도 낮처럼 훤한 전기문명 덕분에 귀신이나 도깨비불은 호랑이 담배 피던 때의 전설이 되었지만, 휴대전화로 혼자 웃고 지껄이는 모습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따로 없다.

인간에서 너무 많이 겪은 심리적 인과응보를 기계문명서도 여실히 보고, 불현듯 공상과학에서 그리는 미래의 로봇전쟁이 단순히 부질없는 허구만은 아니겠다는 상념이 스친다. 인류가 기계를 발명하고 성능을 꾸준히 개량하여, 고도로 인공지능을 심어 주고 인공감정까지 불어넣으려 애쓰는데, 나중엔 기계한테 일자리도 빼앗기고 오히려 기계의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마침내 기계가 사람처럼 굴며, 자기를 시기하는 인류를 반격해 도태시키고, 스스로 인류를 대체할 날이 머지않아 참말로 올까? 자식을 낳아 죽을 고생하며 키우다가, 자식이 다 클 때쯤 되면 어버이는 늙어서 자식들한테 밀려나듯이 말이다. 사람이 자연을 저버리고 외곬으로 문명의 길을 치달은 공업(共業)의 당연한 과보(果報)일지도 모른다.

 백교수님, 이승에서 우린 훌륭한 천재를 잃어서 안타깝지만, 더 좋은 세상에 생겨난 당신은 홀가분할지도 모르죠. 그나저나 이젠 빛보다 더 투명하여 서로 부딪쳐도 다치지 않고 허공처럼 투과하는 정신세계에서 맘껏 자유자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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