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시작. 서로 다르면서도 같은 애매모호한 단어들이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따르듯, 끝이 있으면 그곳에 바로 시작점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 대학은 얼마 전 졸업식을 치뤘다. 졸업을 맞는 이들에게 졸업이란 인생의 한 획을 긋는 소중한 경험일테지만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졸업을 유보하는 학생이 늘어갔고 스트레이트 졸업생(휴학없이 4년만에 졸업하는 학생)이 눈에 띄게 줄어갔다. 가야할 곳을 잃은 채 물밀듯이 사회로 떠밀려간 수많은 졸업생들. ‘사회초년생’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은 대부분 ‘위장 대학생’이다.
심각한 경제악화가 도래한 취업한파 탓에 대학을 졸업하고도 학교 주변을 맴도는 이가 많아졌다. 졸업식을 막 마치고 곧장 백도로 직행하는 이들을 발견하는 것은 낯선 풍경이 아닐터. 끝이 바로 시작점이 될 수 없는 그들은 현실앞에 눈을 감아버리고 싶기만 하다. 정부가 비상대책으로 내놓은 ‘청년인턴제’ 역시 눈앞의 취업률 상승에 급급한 방안이 아닐까하는 회의감을 떨칠 수가 없다. 당사자에게 실직의 아픔을 반복해서 겪게 하는 악순환의 상황은 불보듯 뻔하기만 하다.
비록 졸업이 눈앞에 닥치진 않았지만 얼마 후 나에게도 ‘5학년’ 또는 ‘위장 대학생’ 이름표가 붙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시작보다는 끝없는 어두운 미래를 상상해야 하는 현실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이명박 정부는 현재의 안일한 대처보다는 ‘청년실업’이 고질적인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은 전반적인 사회구조 혁신에 힘써야 하지 않을까? 대학생들이 더 이상 푸른 미래를 꿈꿀 수 없을 때 우리 사회의 미래 역시 불투명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졸업생 모두가 벅찬 졸업의 감동으로 교문을 나서는 그 날이 도래하길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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