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을 해보니 학적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나는 분명히 자동차 공학 계열로 입학을 했었지만 지금은 금속공학과에 입학한 것으로 되어 있다. 내 학적에서 더 이상 자동차 공학 계열이라는 말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어이없고 화가 날 뿐이다..." (이선중 금속공 96)

학생들은 전과나 편입과 같은 특별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본인의 학적에는 자신이 처음 선택해 입학한 학과가 졸업할때까지 남아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학적이 중도에 변경돼 버렸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리 학교에는 현재 BK21로 지정돼 있는 자동차 공학부(현 기계시스템 공학부)이전에 자동차공학 계열이라는 학부가 있었다. 자동차 공학 계열은 기존의 기계공학과, 금속공학과, 산업공학과가 통합된 것으로, 1994년에 국책사업으로 선정되면서 학교 대내외적으로 커다란 관심 속에서 출발했다.
자동차공학 계열에서는 1995년부터 1997년까지 매년 약 200여명 정도의 신입생을 선발했다. 1학년은 주로 교양 과정을 중심으로 학부 공통으로 운영됐고, 2학년부터는 전공(기계,금속,산업)을 선택하게 되어있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국책사업이 4년만인 1998년에 종료가 되면서 자동차 공학계열은 다시 세 학과로 나눠지게 되고, 이 학과 중 기계공학과만이 1999년에 BK21 사업에 다시 선정되어 자동차 공학이라는 간판을 유지하게 된다.
반면에 금속공학과는 세라믹공학과와 통합돼 신소재공학부가 되고 산업공학과는 전기공학과와 통합돼 산업 및 전기 공학계열로 바뀌는 등 뿔뿔히 흩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95년부터 97년까지 자동차 공학계열로 입학한 학생 중 기계공학 전공을 선택한 학생들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의 학적에서 자동차공학 계열이라는 이름이 아예 사라져 버린 것이다.

공대는 특성상 학생들의 남학생이 많은 관계로 1학년을 마치고 군 입대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95학번, 96학번, 97학번의 학생들이 1학년을 마치고 군 입대를 했다면 가장 빠른 95학번 학생들은 대략 98년 후반기부터야 복학이 가능하게 된다.
문제는 이들이 자신의 학적이 바뀐 사실을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 한 뒤에야 알게 되었고, 그때는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싫든 좋든 간에 하릴없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됐다는 점이다. 대상 학생들 대부분이 휴학하고 있을 당시에 당사자들에게 동의는 커녕 어떠한 사전 공지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런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 학생들은 복학후에도 학적 변동 사항을 모르고 있다가 자신이 직접 학적을 조회해 본 뒤에야 알게 되었으며 아직까지도 이 문제에 대해서 학교측의 어떠한 해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 95-97을 다녀본 학생들은 학교의 농간과 상술에 속았다. 다른 말로 완전 사기꾼에게 속았다는 말들을 하고 있습니다. 1학년 때 아무것도 모르고 국책대라는 이름만 믿고 들어와서 군대 다녀와서 이제 정신차리고 보니 1년 좀 방심한 게 참으로 큰 실수로 느껴지고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했던게 허사로 받아들여집니다.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 보았나요?
정말로 답답합니다.. 뭐라고 대답이라도 한번 시원하게 듣고 싶습니다......."
".......저희가 군에 갈 무렵 교수님이나 행정실에 문의를 했습니다. 국책이 끝나면
계열이 해체되는 것 아니냐고...말입니다. 그때의 모든 분들은 그렇지 않는다고 호언장담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비록 제가 가고싶었던 기계과는 아니지만 그래도 자동차의 간판을 달고 학교를 마무리 지으려는 생각으로 군대를 다녀와 복학을 하였습니다. 그런데...세상에 이게 무슨 일입니까...학적이 완전히 바뀌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희의 최소한 학적은 유지시켜 달라는 요구에 학교측은 행정상, 전산처리상의 이유로 학적을 99학번 학생들과 동일하게 적용을 시킨다는 답변을 할 뿐이었습니다.."

최근까지도 자동차 공학부나 BK21 홈페이지의 게시판에는 이런 글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BK21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국책 사업과 BK21과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이 문제는 BK21과는 전혀 상관없다"라는 답변이외에 학교측의 어떠한 답변도 찾아 볼 수 없다.

"이 문제는 애초에 자동차와 별 관련이 없는 금속공학과와 산업공학과를 하나의 학부로 통합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결과적으로 보면 이것은 국책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 당시 학과 통합에 적극적인 정부의 입맛에 맞춘 우리 학교의 졸속행정이었고 우리는 이 제도의 희생자이다. 그리고 국책 사업의 한해 지원금이 50억원이었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 돈으로 무엇을 했는지도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이지은 97 산업공학과졸업)

이렇듯 이들 학생은 학교 행정에 대한 불신들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이 학교측에 원하는 것은 일단 자동차공학 계열이라는 학적 원상 복귀다.
하지만 만약 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이 문제에 대해서 학교측이 명확한 해명을 하여 다시는 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95, 96학번 학생들은 거의 졸업했고 97학번 학생들도 대부분 올해가 학교 생활의 마지막해이다. 학교측은 올해만 버티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적극적인 자세로 이 학생들에게 납득할 만한 이유를 설명해 주어야 한다. 만약 명확한 해명 없이 이 일이 이대로 덮어진다면 2005년에 끝나게되는 BK21의 자동차공학부(현 기계시스템 공학부)의 미래도 ’자동차공학 계열’의 운명이 될 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