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에버 21’은 미국 전역에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의류회사로 젊은 여성들에게 어필하는 상품으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한국에도 그 체인점이 있다.
  그러나 ‘포에버 21’의 옷을 만드는 이들은 캘리포니아의 샌 페드로의 허름한 봉제공장에서 하루에 12시간을 일하고 주당 2백 달러를 겨우 받고 그마저도 ‘포에버 21’에게 떼먹힌 여성 노동자들이다.
  ‘메이드 인 LA’는 봉제공장 노동자인 마리아, 루페, 마우라를 중심으로 포에버 21과 노동자들의 3년이라는 시간의 기나긴 공방을 담았다. 남미에서 불법 이주한 이들 노동자들은 가난, 내전으로 힘겨운 생활밖에 할 수 없는 조국을 떠나 미국에 왔다. 큰 욕심은 부리지 않았지만 조금이나마 공부도 할 수 있고, 조국에 남은 가족들에게 보내줄 약간의 생활비라도 벌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들었다.
  그러나 그들을 고용한 고용주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에 하루 12시간의 노동을 강요하며 노동자들이 이에 항의하면 가차 없이 해고하는, 노동자를 부품처럼 생각하는 사람이다. 망연자실한 노동자들은 하나 둘씩 봉제노동자센터로 모여든다. 그리고 파견 나온 인권운동가의 말을 듣고 자신들에게도 법에 근거해 보장받을 권리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에 ‘포에버 21’의 불매운동을 벌이는 노동자들. 노동자들이 만드는 피켓에는 한글도 눈에 띄어 쓴웃음을 준다.
  그 이유인 즉슨 포에버 21의 회장은 한국인인 장도원 씨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이민사회엔 성공한 사업가로 추앙받을 장도원 회장, 그러나 노동자들에겐 최저임금조차도 체불해놓고 자신은 비버리힐즈의 저택에서 거주하는 악덕업주일 뿐이다.
  1년, 2년이 가고 힘들어하는 노동자들을 다독여 온지 드디어 3년째 되던 날, 포에버 21은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고 노동자들은 환호했지만 그들이 감내해야 했던 시간들에 비하면 더할 나위 없이 소박할 뿐이다. 특히 루페는 투쟁 기간동안 사회운동에 대해 눈을 뜨고 세계화에 반대하는 본격적인 운동가로 나선다. “많은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알면 알수록 외롭네요”라는 그녀의 자조는 인권의 현 위치를 말해준다.
  지난 5월, 기륭전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1천일이 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말이 3년이지 군대도 2년인 시기에 사람답게 살 권리를 위해 그들은 3년의 인생을 쏟아 부어야 했다. 그리고 이 땅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 역시 참혹하다. 과거 우리 부모세대들도 외국으로 파견노동을 가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했던 기억을, 지금 우리는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노동자는 부품이 아닌 인간으로 대우받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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