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글방은 이번 새해를 어떻게 맞이하고 있을까. 지난 1월 6일, 청년글방(이하 '청글')에 청글을 사랑하는 서른 여덟명의 고마운 분들이 자리를 함께하였다. 지난 해 11월, 청글은 재정적인 위기를 맞았고 이로 인해 14여년간 이어온 인문사회과학서점의 역사를 어쩔 수 없이, 그야말로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겨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 때 청글을 사랑해온 많은 분들이 하나 둘씩 이와 같은 청글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게 되었다. 각자에게 청년글방은 그들에게 작은 영토, 그들의 마음 속 작은 고향이었으리라. 대학 초년생, 일반 직장인들, 대학교수님들, 그리고 40대 아주머니까지 커다란 마음을 모아 청글을 응원해주셨다. 후원회를 마친 후, 청글의 주인장이신 '김형중(36)'씨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청글에 대한 좋은 소식을 전해듣고, 어느 햇살 좋은 김형중씨를 만나기 위해 우리 학교 정문 앞의 신호등을 지나 좁은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청글에 다다랐다.
임아영기자(이하 '임'): 청글의 재정위기를 이번 기사로 기분좋게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후원회 이후의 결과를 알고 싶은데요.
김형중씨(이하 '김'): 빚을 청산한 셈이죠. 빚을 다 갚고도 돈이 남았습니다. 애초에 목표했던 액수보다 더 모아졌거든요. 빚이 쌓여가니까,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지 않기 시작하았습니다. 손을 쓰지 않으면 이대로 문을 닫아야만 했어요. 이번 후원회와 지난해 12월의 청글바자회도 청글의 회원님들의 의견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가능할까하는 의구심마저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몇몇 분들께서는 목돈을 마련해서 주시기도 했구요. 처음 시작할 때는 어떻게 여러분들이 이번 위기를 자신의 일처럼 팔을 걷어붙이고 도와주시나 싶을 정도였거든요. 이분들의 청글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게 되면서 어떻게해서든 청글을 유지해 나가야겠다는 책임감이 들더군요.
임: 그럼 경영적인 측면에서 위기는 끝났다고 봐도 되는건가요? 앞으로도 청글을 유지해나가기 위한 방안으로 무엇을 생각하고 계신지?
김: 이런 위기가 끝났다고 볼 수는 없지만, 올해부터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세미나의 회원들이 고정적으로 회비를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청글을 위해 좀 더 홍보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구요, 신선한 문화행사를 구상해서 대학생들에게 청글을 보다 친숙한 서점으로 알릴 생각입니다. 지금 보면 오히려 대학생들이 청글을 별로 찾지 않는 것 같더군요. 이번 후원회에서도 일반인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구요.
임: 청글이 생긴게 88년도라고 들었고, 올해 몇년째 청글을 운영하고 계신거죠?
김: 제가 98년부터, 그러니까 청글이 지금의 장소로 이사온 뒤로 운영을 맡게 되었습니다. 올해로 5년째가 되네요. 하지만 청글이 생겼을 때부터 자주 들렀으니까 인연을 맺은지는 한참되었습니다. 본래 청글은 현재 정문 앞길 미니스탑 건너편의 어느 작은 복사집에 자리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넓은 장소와 훨씬 싼 집세 때문에 이 곳으로 이사오게 되면서 세미나와 같은 모임도 활성화되고 단골로 찾아오시는 분들도 늘었죠. 프로그램이 내실화 되었어요. 비록 지나가다 들르는 손님들은 많이 줄었지만요..
임: 청글 운영하시면서 힘든 적은 없으셨는지? 이제 슬슬 후계자 양성에 대한 생각하고 계신건 아닌지요?
김: 요즘은 조금 힘에 부칩니다.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하는 일이 세 가지인데요, 하나는 문학평론가, 그리고 몇몇 대학교의 문예창작과에 출강하고 있고, 마지막으로 청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이 세 가지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지요. 후계자로 나설 사람을 찾을 수 있을지 아직은...

이야기는 흘러흘러 지난해 다섯개에서 올해 두개가 추가된 '일곱가지의 세미나'에 이르렀다. 기존의 인문사회고전, 미술사, 문학, 습작, 영화세미나 외에 우리학교 영문학 대학원 전공생들이 함께하는 '탈식민지주의'에 대한 세미나, 그리고 '정신분석'에 대한 공부를 하는 세미나가 추가되었다. 세미나의 몇몇 주제가 무조건 멀게만 느껴지는 가운데 질문은 계속되었다.

임: 저도 학교에 붙어있는 세미나 홍보에 대해서 상당히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막상 참가할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도중에 끼어들면 따라갈 수 있을지, 그리고 말주변이 썩 좋지는 않아서 다른 분들과 비교되는 건 아닐지 걱정부터 앞서더라구요.
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도 '어버버'하는 사람들 꽤 많아요. (순간 잠시 머쓱함을 느꼈다) 기존의 수업방식에서 탈피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모인 사람들이니까 전혀 부담가질 필요가 없구요, 만나면 사람들끼리 정말 금방 친해집니다. 여기서 커플들도 종종 탄생하거든요. (흐뭇) 그리고 도중에 합류하더라도 자신이 책의 해당부분을 읽고 와서 이야기하면 되니까 어렵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있게 말씀드릴수 있는 것은 각각의 세미나의 질이 여느 대학원 수업보다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구요. 세미나는 일주일에 한 번 갖습니다. 대학 새내기부터 나이 지긋한 분들까지 꾸준히 오시지요.

김형중씨의 세미나와 회원들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은 남달랐다. 그는 여느 서점의 주인아저씨가 아니었다. 당장의 책장사보다는 그는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호흡속에 묻혀 행복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청년글방에 찾아가자. 너도나도 청년글방 그 평범하게 생긴 공간, 하지만 어느 곳보다도 원활하게 광합성이 이루어지고 있는 그 공간에 자신을 맡겨보자.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청년공동체를 위한 청년글방에서 오늘도 많은 청년들은 청년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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