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 4대 투자 은행인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가 지난 15일 파산보호신청을 내고 정부의 도움을 요청했다. 리먼 브러더스의 항복 선언으로 말미암아 1929년 미국 대공황 이후 80년만에 찾아온 금융위기에 그동안 세계를 지배해 온 신자유주의형 자본주의가 파탄을 맞을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러한 거대 금융사들의 도산의 시작은 지난 2007년 금융계를 강타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서 기인한다.
  서브프라임은 무주택자, 안정된 직장이 없는 일용직근로자 등 원금 상환 능력이 적은 계층을 말한다. 반대로 프라임은 안정된 수입원이 존재해 상환 가능성이 높은 계층이다.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주택 구매를 원하는 무주택자에게 돈을 대출해주고 대출한 돈으로 구입한 주택을 담보로 하는 대출제도이다. 서브프라임 계약자는 프라임보다 더 많은 이자를 내도록 계약함으로써 그 불확실한 상환능력을 보완하며, 상환하지 못할 경우 구입했던 주택을 매각하여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
  21세기 초, 미국은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저금리 정책과 주택경기 부양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을 꾀했다. 이를 통해 많은 서브프라임들은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 수익성을 띄자 많은 투자자들이 뛰어들어 투자열기는 과열되었다. 그러나 주택구매율이 높아짐에 따라 주택가도 점점 올라 대출을 받아도 구입하기 어려운 지경에 다다르기에 이른다. 미국 정부는 다시금 집값 인하를 통해 지지율을 회복하고자 금리를 인상하였고 이러한 정책은 모기지론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주택 구매희망자는 집이 너무 비싸서 구입하지 못하고, 판매희망자는 비싸게 산 주택이 상대적으로 값이 떨어져서 손해를 보는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의 침체가 도래하였다. 높은 금리로 인해 낮아진 집값으로 서브프라임들은 구입했던 집을 팔아도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기 어렵게 되었고 은행이 발행한 채권은 부실채권이 되어 고스란히 그 손실을 떠안게 되었다.
  20%에 달하는 서브프라임 연체율로 인해 2007년 뉴 센트리 파이낸셜이 파산 신청을 내는 것으로 이른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시작되었다. 자금난에 빠진 은행들은 자금을 수급하기 위해 전 세계에 풀려 있던 자금들을 회수하였고 결국 금융위기는 전세계적인 도미노 현상으로 일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부실 채권이 연이어 발견되었고 결국 리먼 브러더스가 2008년 1~3분기에만 62억 1천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고 파산 신청을 내는 파국에 이르렀다.
  미국 정부는 과거에도 시장의 위기가 닥칠 때마다 공적 자금을 투입해 불을 끄곤 하였다. 지난 24일에는 공황 이후 최대 금액인 7천억 달러를 투입해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라크 전쟁에 투입한 자금과 맞먹는 액수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고 월가의 그 누구도 이번 금융위기의 끝을 예견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경기가 좋을 때는 정부의 개입을 꺼리고 위기가 닥칠 때마다 정부에 구조요청을 보내는 현재의 경제체제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지적하고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의 저자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경제학)은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돈 놓고 돈 먹는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의 실패”라고 평하며 “실물과 상호보완적인 금융이 아니라 자기 증식 논리를 갖고 돌아가는 미국·영국의 금융은 틀렸으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하면서도 자본주의가 망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섣부른 예측은 삼갔다.
  한편 국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펀드라도 사겠다”고 호언장담하는 등 이번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가 안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경제학)는 칼럼을 통해 “서울에 돌아와 보니 정부, 금융계, 언론의 모습이 정말 한가로워 보였다”며 전세계적 금융 위기 앞에서 종부세 완화 등 부자만을 위한 정책을 내놓는 정부를 성토했다. 또한 “80년만에 닥친 최악의 폭풍우 앞에서도 국민들에게 돛을 높이 올리고 바다로 나가 물고기를 잡아오라고 내모는 격”이라며 정부의 위기불감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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