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미수 양이 가르치고 있는 태국 메솟의 아이들
  어릴 적부터 내 꿈은 세계 여러 나라를 정처 없이 떠도는 것이었다. 알리바바와 사십인의 도적을 만난 신밧드처럼, 길버트 그레이프를 만난 윈디처럼 정해진 도착점도 없이 이렇다할 뚜렷한 목적도 없이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것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해서, 많이 달라진 것 같지만 사실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생활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매일 매일이 똑같은 생활이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취업에 불을 켜고 달려들든지 아니면 이렇다할 목적도 없이 그저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뿐이었다.
  무엇인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때였다. 대학을 다니는 것이 꼭 취업만을 위한 것인지, 남들이 다 그렇게 산다고 해서 정말로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를 심각하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정말로, 내가 내 인생에 기울이는 관심과 노력을 정말 딱 10개월만 접고 좀 더 남을 위해 살아보기로 했다.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태국에서 살아보기로 했다.
  현재 나는 태국의 ‘메솟’에서 생활하고 있다. ‘메솟’은 태국이라기보다는 미얀마의 영토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 만큼 미얀마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미얀마 사람들은 미얀마 지역의 생활고와 군부독재의 압제를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메솟은 미얀마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NGO 단체들이 모여 있는 곳이어서 세계각지의 인권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메솟 지역에 모여 있는 미얀마 사람들의 한달 평균 임금은 3천 바트로, 태국 노동자들의 한달 평균 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임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내부에 거주하는 것보다 약 2배 정도의 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주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주 노동자들은 하루에 평균 9시간을 일하고 한달에 단 하루만을 쉰다. 여가시간은 없고 국경일에도 쉬지 않고 일한다. 그러나 한 사람만 일해서는 한 가족을 부양할 수 없기 때문에 주로 맞벌이를 한다. 미얀마는 현재 조혼 풍습(대부분 20세 이전에 결혼)과 대가족 문화가 발달해 있기 때문에 주로 한 가족이 5명에서 6명 정도의 아이를 낳는다. 그러나 부부가 모두 일을 하기 때문에 자녀를 보살펴 줄 사람이 없다. 따라서 아이들은 방치되기 마련이고,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또다시 태국에서 3D 업종에 종사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태국 현지에서 이주 노동자들의 자녀들을 위한 대안학교나 정규 과정 이외의 다양한 커리큘럼이 마련되어 있지만, 아직 커리큘럼조차 완성되지 않았고 실제로 태국 정부의 인가조차 받지 못한 학교가 허다하여 말 그대로 ‘대안’학교일 뿐이다.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고국에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곳이 메솟이다. 또한 그저 국적에 따라 너무 많은 것이 결정되는 것 같아 무엇인가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방콕에서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연일 폭탄이 터지고 수많은 사상자가 매일 발생한다. 그러나 이 곳의 상황은 모든 이슈와 정책에서 소외된 ‘인권의 사각지대’ 일 뿐이다. 모든 사람의 인권이 똑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을 한번쯤은 고려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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