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월요일. 어학강좌가 개강하는 공대2호관 100호 강의실. 빈자리가 없을만큼 빼곡하게 들어찬 학생들이 강사의 수업에 열중하며 추위를 녹이고 있다. 방학중 어학강좌는 영어실력을 늘리려는 학생들로 인해 이처럼 항상 열기가 가득하다.
그러나, 이들 어학강좌를 통해 강사들로부터 전남대 총학생회가 해마다 최고 수천만원에 이르는 수수료를 챙기면서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써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수수료는 해마다 있는 학생회감사 대상에서도 포함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총학은 이들 수수료의 정확한 규모와 사용 내역조차 공개를 못하고 있다.

총학이 주최하는 우리학교 어학강좌는 10년 넘게 학생들이 애강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3일 개강한 올해 겨울방학 어학강좌에는 개강전인 8일 오후 4시 현재 약 2천 431명의 학생이 수강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강좌당 수강료는 3만 5천원.
강사들은 이 수강료 가운데 접수처(구내서점, 신국제서림, 용봉CC, 달기학원사)에 접수자 1인당 1천원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총학생회에도 올해는 1천원-해마다 1천~5천원으로 강사와 총학의 얘기가 서로 달라 정확한 수수료 액수도 확인하기 힘들다-이 지급된다.

접수처에 지급되는 수수료는 접수를 대신하는 대가이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총학생회도 주최자 입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수료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사정이 다르다. 이번 1∼2월 강좌의 수강생을 2천 4백여명이라고 한다면 총학생회의 수입은 어림잡아 최소한 240만원(1,000원×2,400명)이 된다. 물론, 이같은 사실을 아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총학이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돈을 어디에 썼는지 또 앞으로 어디에 쓸지는 그들만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많지만 총학측은 일단 공식적으로 수수료를 1인당 1천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2002년도 총학생회 사무국장은 "연간 약8,000명이 수강하고 있으며 수수료를 1천원씩 받아서 작년의 경우 약 800만원의 돈을 강사들로부터 받아서 썼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학생회비의 납부율(58%)이 저조하고, 자판기와 가판대 수익금 등의 수익사업이 없어지면서 부족한 예산을 채우는데 썼다는 것이다. ’새내기 새로배움터’, ’총학생회 출범식’, ’대동풀이’ 등 각종 행사를 진행하면서 예산이 부족했고, 이를 메꾸는 데 어학강좌의 수익금을 썼다는 얘기다.

그러나 800만원의 돈을 어디에 썼는지에 대한 자료는 단 한 장도 남아 있지 않았다. 총학생회가 이 돈을 다른 곳에 썼다고 해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총학생회가 전남대학교 어학강좌를 주최하기 시작한 것은 약10년이 넘었는데, 이 기간동안 감사 한 번 받지 않고, 총학생회는 어학강좌의 수익금을 사실상 ’쌈짓돈’ 처럼 마음대로 유용해 왔다는 사실이다. 이전부터 쭈욱 있어 왔던 ’관행’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총학생회는 분명히 학생들의 대표기구이다. 대표기구의 이름을 빌어서 수익사업을 하는 것까지야 탓할 수 없지만 그 수익사업의 결과 얻게 된 수익금을 감사 한 번 받지 않고, 아무런 자료도 없이 자신들의 ’쌈짓돈’ 정도로 쓰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 얘기인가? 총학생회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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