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벤스 걸작전이 열리고 있는 광주시립미술관 전경.
루벤스, 바로크 걸작전

이런 전시는 자주 오지 않는다!

2008년 가을의 광주는 흔하지 않은 기회를 잡는다

가을 날씨가 슬슬 다가오는 요즈음에 당신이 광주의 거리를 걷게 된다면, 가로등과 전봇대마다 걸린 홍보깃발을 자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깃발은 두 가지 중의 하나일 것이다. - 비엔날레 홍보이거나 혹은 루벤스 전 홍보이거나 -. 현재 gma(광주시립미술관)에서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아카데미뮤지엄과 광주시립미술관의 공동주최로 '루벤스, 바로크 걸작전'이 열리고 있다. 이미 2달 전부터 시작된 전시지만, 9월에 접어들면서 비엔날레 시즌과 그 시기를 같이 하게 되었고 이것은 좀 특별하게 기억할 만하다. 고전미술과 현대미술의 큰 마당이 동시에 쌍벽을 이루며, 시민들의 곁에 다가선 것이기 때문이다. 거리마다 내걸린 두 개의 홍보깃발은 분명, 축복이다.

게다가 이번에 열린 '루벤스, 바로크 걸작전'은 비엔날레에 압도당하지 않을 만큼의 블록버스터급의 전시이기 때문에 더 특별하다. 루벤스와 바로크 시대를 주제로 한 전시 중에는 국내 최초이며 최대 규모의 전시다. 그 동안 광주가 예향과 문화수도를 표방해왔으나 예산과 수익, 작품보존관리 등의 문제로 이러한 규모, 이러한 성격의 전시와는 인연이 없어왔던 탓에 시민들에게 매우 소중한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이 전시는 11월까지 계속되고 난 후, 광주를 거쳐 서울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즉, 서울보다 먼저 광주에서 우선적으로 전시가 열렸다는 점에서도 특별하게 기억할 만하다.

플랑드르와 플랜더스의 차이

'루벤스, 바로크 걸작전'은 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피터 폴 루벤스와 그와 동시대를 장식했던 플랑드르 화가들의 명화를 선보이는 전시다. 홍보를 접해 본 사람들은 플랑드르 화가, 플랑드르 작가 등 '플랑드르'란 말을 자주 들었을 텐데, 자칫 생소할 수도, 어려워 보일 수도 있는 이 말은 지금은 벨기에 땅이 된, 플랑드르 지방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실은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단어이기도 하다. 플랑드르Flandre는 프랑스어로, 이를 영어로 옮기면 플랜더스Flanders가 되기 때문이다. '플랜더스의 개'에 나오는 그 플랜더스말이다.

이번 전시에서 루벤스와 관련되어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부분도 이 '플랜더스의 개'에 관한 부분이다. 아동문학작품인 '플랜더스의 개'의 주요 줄거리 중에는 "주인공 네로가 안트베르펜 대성당에 걸린 루벤스의 제단화를 보고 싶어 했고, 결국 그 그림 앞에서 숨을 거두었다."라는 내용이 있다. 어째서 플랜더스(플랑드르) 지방의 교회에 다른 이도 아닌 루벤스의 작품이 걸려있었을까?

거기에는 루벤스가 플랜더스에서 성장기를 보냈고, 이탈리아 유학을 마친 뒤에는 그 곳에서 궁정화가로서 자신의 전성기를 꽃피웠다는 역사적 사실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17세기의 네덜란드 플랑드르 지방은 동서로는 영국과 라인지방을, 남북로는 북유럽과 지중해를 연결하는 십자교통의 중심으로, 무역이 번성했고 그 기반을 바탕으로 플랑드르 회화를 역사에 남겼다. 피터 폴 루벤스는 그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네로가 보고 싶어 했던 작품,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는 이번 전시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전시를 더욱 재미있게 보려면, 도슨트 타임을 노려보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이번 전시는 사전 지식이 없으면 제대로 즐기기 힘든 전시다. 이를 위해서 작품을 해설하고 전시를 안내해줄 '도슨트'요원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상시 대기는 아니고, 11시, 13시, 15시, 17시가 투어타임이니 참고하라. 시간을 맞출 수 없다면 전시장 입구에서 유료로 대여해주는 오디오 가이드를 지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꼴랑 루벤스 전만 보고 올 건가, 이 사람아.

루벤스 전을 관람했다면, gma내에서 함께 열리는 전시도 반드시 관람하길 강력하게 권한다. 취향의 문제일지도 모르겠으나 관람객들의 반응은 루벤스 전보다 함께 열리는 전시들에서 더욱 뜨겁다. 그 중에서도 gma의 대표격인 '하정웅콜렉션-세계판화전'은 그 돌풍의 주역이다. 하정웅콜렉션은 gma의 기증-소장품들로 열리는 상설전시로 올해 하반기 전시는 세계거장들의 판화를 주제로 하여 열린다. 백남준, 앤디 워홀, 파블로 피카소, 쿠사마 야요이, 이우환, 김창열, 마르크 샤갈, 살바도르 달리 등 교과서급 거장들의 판화작품을 한 번에 만나 볼 수 있는 대단한 전시다. 루벤스 전을 관람한 방문객에게는 관람료가 면제되고, 루벤스 전을 보지 않는다 해도 성인 입장료는 겨우 500원이다.

더 자세한 정보는 광주시립미술관 홈페이지(http://www.artmuse.gwangju.go.kr/)와 루벤스, 바로크 걸작전 공식홈페이지(http://www.korearubens.co.kr/)에서 얻을 수 있다. 미리 공부하고 간다면 동행한 친구, 연인, 가족들 앞에서 유식하게 지식을 뽐내는 것도 가능하다. 2008년 가을, 광주에서 플랑드르의 품속에 빠져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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