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속의 유럽 '칭다오'에 다녀오다

지난 7월 12일 2008학년도부터 실시된 1학년 국제화 중국 과정에 뽑혀 생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중국 청도로 향했다.
광주에서 인천 공항까지 5시간의 이동을 하고 인천공항에 도착. 우리는 가방을 모두 화물에 싣고, 몸 검열을 받은 뒤 드디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청도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우리가 한 달 동안 생활하게 될 중국 해양대학교에서 마중 나온 선생님과 학생의 환영을 받으며 기숙사로 향했다. 내가 한 달 동안 지내게 될 기숙사 방은 바로 219호! 룸메이트 다혜와 함께 기대되는 중국생활은 시작되었다.

▲ 1학년 국제화과정으로 한달 간 생활한 중국해양대학


중국 청도(칭다오)는 지역의 이름을 딴 청도 맥주와 노산의 깨끗한 광천수로 유명한 도시이다. 청도는 산둥 반도의 동쪽에 위치해 동부와 서부가 황해와 인접한 산둥 성의 대표도시다. 예전에는 작은 어촌에 불과했지만 1898년 독일에 의해 개항된 이후 급속도의 성장을 이루었고, 그 영향으로 마치 작은 독일과도 같아 '중국 속의 유럽'이라는 애칭도 갖고 있다.

한국의 명동과 닮은 꼴, 중국 청도의 번화가 타이동 거리
청도에서 생활한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나와 룸메이트 다혜는 방콕 생활이 지겨워 같은 반 한국인 언니의 제안으로 중국 청도의 번화가 거리인 타이동을 가기로 했다.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버스를 탔는데 버스표 판매원이 과거 우리나라에 있었던 ‘오라이~’를 외쳤던 버스 안내양과 흡사했다. 우리나라의 과거 버스문화를 연상케 하는 중국 버스 풍경이 매우 신기했다.

 

▲  타이동 거리, 아파트에 그려진 화려하고 멋진 그림이 인상적이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타이동 거리는 번화가답게 백화점과 대형마트, 그리고 거리에는 많은 상점들이 즐비해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아파트 벽에는 화려하고 멋진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게다가 실내에만 있는 줄 알았던 에스컬레이터가 실외에 설치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만 있을 것 같았던 맥도날드와 피자헛이 있어 반가웠다. 얼마나 반갑던지 중국음식에 질려있던 나는 꼭 이곳에서 저녁을 먹겠노라 다짐을 했다.

한참 구경을 하고 있는데 한 6시쯤이나 됐을까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타이동의 거리에 하나둘씩 무점포 상점들이 나타났다. 바로 내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중국 야시장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타이동에는 항상 저녁이 되면 야시장이 열리는데, 구경하는 재미와 흥정하는 재미 또한 야시장을 알차게 즐기는 방법이라고 한다. 나는 맘에 든 가방이 있어 가격을 올리려는 상점 주인과의 실랑이 끝에 싼 값에 구매했다. 정말로 즐겁고 재미있었던 타이동 거리 구경이었다.


가짜 가방, 가짜 시계가 판치는 짝퉁시장, 찌모루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에 가면 꼭 한 번씩은 들린다는 그 곳, 바로 찌모루에 다녀왔다. 아침 8시부터 12시까지 계속되는 수업을 마치고, 우리는 찌모루에 3시 쯤 도착해 구경했다. 찌모루는 그동안 다녀왔던 곳들 중 중국을 느낄 수 있었던 건물들이 많았었고, 한 건물 안에 옷, 가방, 신발 등 모든 물건들이 집합해 있는 쇼핑천국이었다. 찌모루는 짝퉁시장이라는 이름답게 많은 브랜드들의 짝퉁들이 있었고, 가짜인지 아닌지 분별할 수 없을 정도의 완벽한 짝퉁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가격 또한 저렴해 한국인들이 이곳에 한번쯤은 꼭 들리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놀라움과 신기함으로 구경을 하고 있는데 한 5시쯤 되었을까? 거의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어리둥절한 나는 같이 갔던 언니에게 왜 이렇게 문을 빨리 닫는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 이유인즉슨 이곳은 짝퉁을 많이 팔기 때문에 갑작스런 경찰들의 탐문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란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하는 수 없이 찌모루를 빠져나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돌아와야 했다. 짧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구경거리 중 하나였다.


 깨끗한 광천수로 유명한 노산
‘태산이 아무리 높다 해도 동해의 노산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 내에서 노산은 명산으로 꼽힌다. 노산은 그 명성답게 정말 아름다웠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노산을 다녀왔는데 처음 나는 너무나도 싫어하는 산등반이라는 말을 듣고 꿈쩍도 안했다. 하지만 다혜도 가고 싶다고 하고 주위에서 노산은 정말 유명하고 가볼만한 산이라고 추천해 마지못해 길을 나섰다. 그런데 이게 웬일? 끌려오다시피 도착한 노산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안 가봤으면 말을 말라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산 중턱에 있는 많은 암석들의 모습과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소리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정상에서 내려다본 노산은 암석, 폭포, 오솔길 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노산은 묵묵히 관광객들에 각광받는 유명관광지로 뽑히는지 증명해주었다. 그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된 나는 다시 중국에 온다면 꼭 한번 다시 다녀올 생각이다. 산등반을 싫어해 마지못해 붙들려 와 올라가기까진 힘들었지만, 아름다운 절경을 맘껏 느낄 수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노산은 도교의 발상지로 청도시 서동쪽 30KM에 위치하며 동남쪽은 황해와 맞닿고 주봉인 노정의 해발은 1,133M로 기암괴석과 명승고적이 많기로 유명하다. 노산에서 나오는 광천수는 광물질이 풍부하며, 이 광천수로 만든 청도맥주가 유명하며 이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나오는 녹차 또한 유명하다고 하다.


중산공원에서 오사광장까지
중국 청도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관광지 중산공원과 오사광장. 이 두 곳은 가까운 곳에 위치해 한꺼번에 구경했다. 중산공원은 2만여 그루의 벚꽃나무가 심어져 있으며, 하루에 다 구경하기도 힘들만큼 무척 넓은 곳이었다. 그리고 이 안에는 놀이기구와 동물원도 있어서 청도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도 유용한 곳이었다.

우리가 중산공원에 도착한 시각은 4시 50분쯤. 너무 늦게 도착한 탓에 우리가 기대했던 동물원은 폐관시간에 가까워 관람을 포기했다. 그래도 우리는 위에서라도 구경하자라는 생각으로 케이블카를 타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우리는 자그마치 50위안(약 4천원)이나 되는 돈을 지불하고 케이블카를 탔다. 그런데 중산공원 안의 멋진 모습을 구경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예상과는 달리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들과 바다밖에 보이지 않아 큰 실망을 했다. 하지만 중국의 케이블카를 타 보았다는 것으로 위안삼고 케이블카에서 내렸다. 우리 일행이 보고 싶었던 동물원을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여유를 가지고 중산공원 곳곳을 구경할 수 있었다. 사진도 찍고, 맛있는 음료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우리는 한 6시쯤이나 되었을 때 청도 시민의 도움으로 오사광장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오사광장은 우리나라의 3.1운동에 해당되는 중국의 5.4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청도의 신시가지 시청 앞에 위치한 광장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오사광장이 어떤 모습일지 무척 궁금했다. 버스에 오른 지 한 10여분이 지났을까? 드디어 오사광장에 도착했다.

오사광장의 중앙에는 5.4운동을 상징하는 조각품이 있었다. 그 조각품은 ‘오월의 바람’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조각품으로써 바람이 부는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 낙엽의 색을 입혀 형상화한 것이다. 이는 5.4운동의 반봉건제 애국주의의 정신을 반영한 것으로 민족역량의 증진을 상징한다.

▲ 오사광장의 '오월의 바람'

그렇게 우리는 중국 국민들의 5.4운동에 대해 생각하며 오사광장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우리는 너무 돌아다닌 탓에 허기를 채우고 구경을 마저 하기로 결정했다. 1시간정도의 저녁식사가 끝나고 우리는 밖으로 나갔는데 날이 벌써 어두워져 있었다.

하지만 오사광장의 풍경은 어둠 속에서 더욱 화려한 모습으로 우리의 눈을 밝혔다. 조각품은 낮 동안 품은 빛을 발산하듯 한껏 빛났고, 여기저기서 뿜어대는 빛은 해변공원의 강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휴식을 취하러 온 사람, 외국인 관광객들로 오사광장은 붐볐다. 우리 일행은 얼른 조각품으로 가 추억에 남을 사진도 찍고, 해변공원에 있는 다리도 건너보았다. 그리고 오사광장에서 열리는 야시장에도 가 보았는데 타이동과 다를 바 없는 야시장이었지만, 기념품만을 취급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줄 기념품을 사고, 귀가시간이 다가오자 5.4광장에서 더욱 시간을 보내고픈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기숙사로 돌아왔다.

벌써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고…
오늘은 8월 9일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언제 돌아가나 싶었다. 하지만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동안 중국에서의 기억들이 떠오르며 새삼 마음이 뭉클해졌다. 많은 볼거리와 먹을거리로 나를 즐겁게 해주던 곳이었는데 한국에 돌아와 추억을 되새기며 글을 쓰는 동안 청도에서의 생활이 벌써 그리워졌다.

그동안 공부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과도 마지막 인사를 하며 내년에 꼭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 또 다시 그 약속을 가슴에 새기며 중국 청도를 떠나왔다. 슬프고, 많이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하며 선생님들과 약속을 위해 중국어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그들과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 청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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