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바라본 백두산의 장엄함과 웅대함에 한 번 놀라고 백두산을 오른 뒤 바라본 천지의 맑고 청아한 빛에 또 한 번 놀랐다. 백두산은 그렇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우리 대학 총학생회가 주관한 통일의 염원을 담은' 백두산 모꼬지 행사'에 기자가 직접 참여해 4박5일간 43명의 참가단과 함께했다.

잠자고 있던 호랑이, 눈을 ‘번쩍’ 뜨다

   백두산의 등정을 위해 24일 새벽 5시부터 대강당에 43명의 백두산 모꼬지 참가단이 집결했다.

   총학의 공약이 이행되어 기획된 백두산 모꼬지는 원래 10․4정상회담 때 남북이 합의한 선언대로 북한 땅을 밟고 백두산을 오르려고 했지만 정부가 바뀐 뒤부터 정책상의 문제가 결부되어 중국을 경유해서 가게 됐다. 첫날은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까지 가서 비행기를 타고 중국 북경에 도착했다.

   백두산 모꼬지는 중국 탐방도 함께 기획돼 중국의 여러 유적지도 함께 들르게 되었다. 처음 들른 곳은 이화원이라는 곳이다. 이화원은 청나라 때 서태후가 여름에 쉬러 오던 별장인데 그 웅장함과 거대함이 실로 놀라웠다. 서태후는 길이 7백80m에 달하는 장랑을 만들어 전국의 이름 난 화가를 동원해 그림을 그리게 했고 이화원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원래 있던 호수의 웅덩이를 더 파 그 크기가 우리 대학 용지의 백배 정도 만큼의 호수를 만들었다. 그곳은 호수라기보다는 실로 바다에 가까운 풍경이었다.

   밤에는 북경 시내를 들렀다. 그 곳의 건물들은 아주 화려했고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크고 많은 빌딩들이 있었다. 북경으로만 봤을 때는 확실히 우리나라 서울보다는 더 발달했단 걸 알 수 있었다. 중국의 개방정책으로, 잠자고 있던 호랑이가 번쩍 눈을 떴으니 앞으로 중국이 어느 정도나 성장할지 두려우면서 기대된다.

   밤이 되자 호텔에 도착해 생각보다 호텔이 깔끔하고 안락하단걸 느꼈다. 올해 8월 8일, 북경 올림픽이 열리는데 그걸 겨냥해선지 주위의 호텔들이 전부다 좋아보였었다. 중국 사람들은 특히 8이라는 숫자를 좋아해 2008년 8월 8일 8시 8분 8초에 올림픽 점화식을 한다고 한다.


윤동주 시인의 ‘별’을 찾아

   둘째 날은 백두산을 오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연변으로 건너갔다. 연변에 도착해서 ‘도문강’을 찾았는데 그 곳의 멀리 건너편에는 북한 땅이 보였다. 수심이 낮아서 정말 북한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건너올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건너편에는 건물이 있지만 사람은 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북한이 중국에게 땅을 넘겨주기 싫어 만들어낸 방책이라고 한다.

   연변 중심가를 둘러보니 연변경제는 나날이 갈수록 성장해 가이드가 예전에는 초가집이었던 건물이 모두 신식 건물로 바뀌었다며 십년 사이에 아주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말해줬다. 특이한 것은 상점이나 식당의 간판이 한글과 한자를 병행해서 쓴다는 것이다. 이것은 연변 자치 위원 현행법으로 명시돼 있어 연변 조선족들의 한글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하단 걸 알 수 있었다. 타지에 와서 무수한 한글간판을 보게 되니 기분이 아주 좋았다.

   점심을 먹고 용정에 도착해 대성중학교라는 곳을 찾아갔다. 이곳은 故 윤동주 시인의 모교라고 한다. 그 곳에서 단체사진도 찍고 윤동주 시인을 비롯해 그 당시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 투사들의 야담과 사진들을 보았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 창 밖 너머 북한 땅이라는 푯말이 많이 보였고 멀리서 해란강과 교과서에서 말로만 듣던 일송정을 보았다. 그리고 그 곳을 주제로 한 가곡이 생각났다.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늙어 갔어도 한줄기 해란강은 천년두고 흐른다’ 예전에 한국인들의 기상이 담긴 소나무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는데 일제가 마음에 들지 못하다하여 소나무를 뽑고 더 이상 그 자리에 소나무를 심어 자라지 못하게 하도록 화약약품을 뿌렸다. 해방이 된 지금은 그 곳에 소나무를 심지 못하고 대신 정자를 세우고 그 옆에 소나무를 심었다. 그렇게 4시간동안 버스를 타고 난 후 숙소에 도착해 내일 백두산 등정을 기다리며 하루 밤을 보냈다.



아, 백두산!  이것이 ‘자연’이구나!

   3일 째,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백두산 등정이 시작됐다. 백두산은 높이가 2천7백44m인 우리나라 최고 높이의 산으로써, 수심이 4백23m인 천지가 있는 휴화산이다.

   백두산 모꼬지의 취지가 북한을 통해 백두산을 오르는 것이었으나 백두산이라는 이름보다는 장백산이라는 이름으로 오른다는 게 아쉬웠다. 백두산의 정상을 향하여는 지프차를 타고 가 도로가 너무 험하였지만 가는 도중 주위의 장관이 화려해 위안을 삼았다.

   드디어 천지에 다다른 순간! 날씨가 아주 맑아 천지의 푸르름을 한 눈에 볼 수가 있었다. 천지를 보자마자 아! 하는 탄성이 나오면서 가슴 속이 뜨겁게 달아올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진정한 민족의 명산 중에 명산이라는 걸 실감했다. 무등산,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월출산 등 이름난 명산들을 많이 가보고 봐왔지만 이처럼 위대하고 스케일이 큰 산은 처음이었다.

   이런 위대한 산을 분단의 역사를 안고 반을 중국에게 빼앗긴 채로 두고 본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그리고 천지를 보자마자 신의 위대함을 느끼게 됐다. 중국의 이화원이 인간의 힘으로 만든 인공미가 있을지라도 신이 만들어낸 자연미에는 절대 비할 바가 못 된다는 것을 말이다. 시간이 지나 내려올 시간이 되어 그렇게 천지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 장백폭포를 찾아갔다. 장백폭포 주변은 물이 펄펄 끓는 온천수로 이루어진 시냇가가 있어 발을 담그고 목욕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특히나 장백 폭포의 기상은 용 한 마리가 하늘로 솟구치는 승룡을 연상케 했다.

   장백폭포의 관광을 마치고 연변대학으로 향했다. 연변대학에 대해 총학생회로 보이는 간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독특하거나 개성 있는 것은, 연변대학은 축제가 없고 예술제라 칭하는 행사를 하고 전공수업은 대부분 조선말을 하지만 강연이나 특정 행사는 중국어로 한다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변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학과는 국문과라 한다. 그렇게 연변대학의 조선족 학생들과 학내 공간은 중국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한국적 이미지가 남아 한국의 타 대학을 탐방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백두산 천지는 그 깊이와 맑음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청아하다 
▲ 천지에 하늘이 투영돼 무엇이 천지인지 하늘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 날씨가 좋아 백두산 천지를 한 눈에 보고 즐거운 마음으로 내려가는 길

거대함과 기상에 놀라다

   다시 북경으로 건너와 고국에 도착하기 전 중국의 대표 유적지인 천안문과 자금성을 찾았다. 사진으로만 보던 천안문의 광장을 직접 보니 되게 신기했었다. 천안문 광장은 예전 모택동이라는 국가 주석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선언해 삼만 명의 중국인이 모여 만세를 외치던 역사적인 장소라고 한다.

   천안문 안으로 들어가 자금성에 들어섰다. 자금성도 역시 중국영화에서 자주 보던 바로 그 곳이었다. 그런데 영화에서 보다가 실제로 보게 되니 약간은 스케일이 덜해보였다. 영화로는 엄청 크게 보여 나는 엄청 작아져 보이리라 여겼는데 막상 또 가까이서보니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명 13릉도 찾았는데 명나라 황제 13명이 묻혀있다 하여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그런데 베이징 올림픽을 위해 관광지 보수 개발이 한창인지라 그 무덤을 직접 볼 수가 없었다. 또 만리장성도 들렀는데 안개가 끼어서 제대로 그 경치를 구경할 수 없었다. 만리장성도 그렇게 협소한 곳에서 보니 우리나라 수원 산성이나 낙안 읍성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멀리서나마 희미하게 보이는 만리장성을 상상해보니 역시 거대한 중국인의 기상이 담겨있는 건축물이라 여겨졌다.

▲ 천안문
▲ 자금성


피그말리온 효과, 통일 이루는 데도 나타날까

   마지막 날, 북경을 나서서 인천공항에 도착해 집으로 무사귀환하게 됐다. 이번 모꼬지는 통일에 대한 염원을 우리 대학 학생들과 나누고 그 통일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자리가 되었다. 통일은 어떠한 것으로 시작하기보다는 우선 나부터 통일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나로부터 서서히 변화되어 나가며 차근차근 주위 사람들과 서로 소통하고 통일되어져야 한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그리하면 언젠가는 지금 이 세대에 남북통일은 꼭 이루어진다고 본다. 또 연금술사라는 책에 나오는 말처럼 간절하게 마음으로 빌고 염원하면 온 우주는 그것을 도와준단 것을 믿고 그리스 로마신화의 피그말리온이 간절하게 원하던 동상의 여인이 실제 연인이 되었던 것처럼 진정으로 우리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확신을 가지고 통일에 대해 소망하고 염원한다면 통일은 결국 이루어지고 말 것이다.

   정말 다녀와 보지 않고서는 어떠한 설명도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래서 꼭 통일이 되어서 자유롭게 남과 북이 교류하는 시대가 도래 해 어떤 곳이든 맘만 먹으면 둘러볼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 갑자기 개그 콘서트의 한 꽁트가 생각난다.

   “가봤어? 안 가봤으면 말을 하지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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