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페디엠, 오늘을 붙잡아라

  사람은 시간 앞에서는 언제나 겸허해지는 법이다. 세월을 이길 것처럼, 시간을 앞서갈 것처럼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도,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정확한 속도로 일정하게 흘러간다. 시간을 붙잡고 싶어도 하루가 24시간으로는 모자라다 싶어도, 절대로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 일정함과 견고함 앞에서 인간은 자신을 겸허히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흘러간 시간들, 다가올 시간들, 그 간격 사이에서 우리는 시간 앞에 또 다시 우리의 인생을 돌아보며 숙연해지는 것이다.
  세월처럼 빠른 것이 없다고, 누군가가 그랬던가. 푸르른 캠퍼스에 들뜬 마음으로 입학한지가 바로 엊그제 같건만, 나 또한 벌써 졸업을 앞둔 4학년이 되었다. 언제나 신입생의 떨림과 풋풋함을 가지고 캠퍼스를 누릴 줄 알았건만 이제 나는 학교 근처 식당이 어디가 맛있는지를 빠삭하게 알고, 졸업 학점이 얼마 남지 않았으며, 선배는 없고 후배만 남았다. 이것이 바로 시간의 자취인 것일까. 시간의 흐름을 조용히 곱씹어보면 으레 떠오르는 것은 추억이다. 그렇다. 과거의 시간은, 우리에게 추억으로 자리매김 한다. 그러한 추억을 통해서 우리는 후회도 하고, 눈물도 짓고, 반성도 하고, 웃어보기도 한다. 그것이 시간이 흘러간 자리에 남아 있는 추억의 힘인 것이다. 추억은 우리에게 미래를 향한 밑거름이 되준다. 과거의 경험이나 행동들에 대해 반성과 피드백을 통해 우리는 과거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의 시간은, 우리에게 기대이다. 우리는 우리의 꿈을 향한, 목표를 향한 기대감에 사로잡혀 미래를 준비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현재의 시간은 무엇일까. 가엾게도 현재의 시간은 과거와 미래에 철저히 가려져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 잡혀 동요 한다. 나 또한 대학교 4학년이 되다 보니, 지금 내 코 앞에 다가온 시급한 문제인 취업으로 인해 굉장히 많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또한 우리는 과거의 자신의 잘못을 잊지 못한 채 자책하며 후회한다. 지나간 실수에 얽매여 과거에 집착하게 된다. 추억은 추억일 뿐이건만, 추억을 놓지 못한 채 발버둥 치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이다. 그러므로 현대인에게 오늘이란, 없다. 바야흐로 지금 이 시대는 과거에 대한 혼돈과 미래에 대한 불안의 시대인 것이다. ‘오늘 나에게 있어 가장 큰 행복은 무엇인가?’. ‘나는 지금 왜 살아가고 있는가?’ 에 대한 물음은, 다분히 먼 상상 속의 추상일 뿐이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미래를 향해 끌려가고 있다. 현재를 즐기며 미래를 주도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저 아주 멀리 있는 곳에 있는 미래에게 지배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직업을 갖기 위해, 대학 진학을 위해, 우리는 밤낮으로 땀을 흘리며 현재의 내 자신을 혹사 시키고 있다. 물론,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좋다. 꿈이 있다는 것은, 미래에 대해 열심히 준비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멋진 일이고 옳은 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미래를 준비하다 보면 우리는 현재라는 귀한 선물을, 오늘이라는 다시는 없을 시간을, 망각하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 현재의 시간은 우리에겐 ‘선물’이다. 이 시간은 두 번 다시 나에게 찾아오지 않기에 우리에게 그 순간 순간 매번 단 한번뿐인 선물이다. 지금 흘러가고 있는 이 오늘은, 두 번 다시 나에게 찾아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추억’과 ‘기대’에 얽매여 가장 귀하고 소중한 ‘선물’을 잊고 살아가기 일쑤이다. 어제와 내일은 있으면서도, 우리에게 오늘이란 기억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이 순간, '카르페디엠(carpe diem)'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 하라’는 뜻의 라틴어인 이 말은 ‘현재를 잡아라(Seize the days)'로 번역되기도 한다. 미래(좋은 직장)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는 미명하에 현재의 삶(대학시절)의 낭만과 즐거움을 포기해야만 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이 무엇보다도 확실하며 중요한 순간임을 일깨워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우리에겐 꿈이 있다. 그러나 그 꿈을 위해선 바로 ’오늘의 나‘를 찾아야만 한다. 그리고 오늘의 나는 생동 감있게 살아있어야 한다. 과거와 미래에 당해 지배당하고 숨죽인 채 끌려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유유자적하며 걷더라도, 오늘의 나는 바로 이 순간으로 인해 행복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래를 향해서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존재가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고 오늘을 붙잡는 능동적인 존재가 되어야만 할 것이다. 현재의 삶은 더 없이 값지고 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무조건 취업에만 열두하고 학점 따기에만 급급한 것이 아니라, 현재 내가 기쁨을 얻을 수 있는 일을 찾아 그것을 즐기며 오늘을 기억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갑갑한 도서관을 잠시 빠져나와 하늘을 보며 차 한 잔 해보는 것은 어떨까? 쌓여있는 책들은 잠시 덮어두고 향기로운 꽃 한 송이와 함께 사진 한 장 찍어보는 것은 어떨까? 타이트하고 반복적인 일상은 잠시 제쳐두고 조용히 기차를 타고 바다를 보고 오는 것도 좋다. 이 순간을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것을 즐겨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안절부절 하지 말고, 흘러가고 있는 이 시간을, 오늘을 붙잡아라. ‘과거에는 행복했었다, 미래에는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 보다는 ‘나는 지금 행복하다’는 것이 가장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우리의 고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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