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이 달콤한 이유
                                                           노원철(의예·2)

허름한 어둠 어슬렁거리면 거리 위에
가로등 불빛 바삭하게 튀겨지네
이 밤은 찹쌀 반죽처럼 걸쭉해지고
후줄근한 포장마차 천막 아래
짓이겨진 반죽덩이처럼 웅크려 있던 여자
제 몸을 띄워 노릇노릇 달을 굽네
파리한 입술 크레이터처럼 꼭 다물고는
결코 그 속을 보이지 않지만
검버섯, 수척한 손등 위의 운석 구덩이
검은 꽃잎을 벌려 피어났네
그녀의 중력에 끌려간 사내들의 잔해일까
그들이 떠난 자리에 손가락을 대어보네
우주를 떠도는 유랑인의 지문, 나의 지문과
얼마나 닮아 있을까 외로운 여자 말없이
반죽하나 떼어내 달 하나를 더 빚네
시들해진 달빛 위에 새 기름을 붓고
지글지글 밤공기 함께 튀기면 들려오는
맛있게 익은 보름달 뒤집는 소리, 달짝지근한
호떡 한 번 맛보려 별똥별은 떨어지고
누르개로 슬몃 달을 누르면 한 때는
밤을 밝히던 달빛 사이사이 어둔 크레이터
반죽 터뜨리고 새나와 달콤한 양념이 되기에
마음 어둔 날, 호떡 한 입 가득 씹다보면
내 가슴 언저리 유성처럼 추락한 꿈들
듬성듬성 피어난 유랑의 크레이터들, 모두 다
잊혀질 것만 같네


시 부문 대상 소감

의대생인데 왜 시를 써? 사는 것 자체가 한 편의 시…
  지독하게 어둔 날, 밤하늘은 유독 밝아요. 온전한 제 몸을 태워 골목을 비추는 보름달 때문일까요. 그래서 누군가는 저 달을 보며 지긋지긋한 이 세상, 어둠을 밝힐 달이 되고 싶다 는 데요. 잘 익은 보름달 바라보면 발견할 수 있어요. 빛을 내기 위해 타버린 달, 검은 크레이터들을요. 혼돈 속에서 우리가 애타게 기다려온 저 달, 왜 우리와 이토록 닮은 걸까요. 갈등과 집착 때문에 서서히 타들어가 이젠 심지가 되어 버린 우리와.
  온갖 복잡한 생각에 고단할 때면 이 밤을 기리기 위한 흥겨운 곡을 작곡해 봐요. 그 신나는 리듬에 맞춰 지친 우리의 일상을 흔들다 보면 진정 행복해 질까.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우연히 달콤한 호떡을 먹다, 인생의 달콤함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수상 소식을 받고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무엇을 써야할까. 그리고 한참 뒤에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쓸 수 있는 수상 소감은 ‘감사합니다.’란 짧은 인사뿐이란 것을요. 많이 읽고 많이 쓰도록 이끌어주셨던 선생님들, 그리고 부족한 제 시를 읽어주신 많은 친구들, 매주 월요일을 함께 한 전남의대 보라문학회 선배님들, 무엇보다 세상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눈을 물려주신 부모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소박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 감사합니다.
  누군가 제게 묻더군요. 의대생인데 왜 시를 써? 그들은 모르는 걸까요. 우리가 숨쉬고 생각하며 사는 것 자체가 한 편의 시란 것을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혈관엔 각자의 운율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요.
노원철(의예·2)


시 심사평
사물에 대한 통찰력, 사람 향한 따뜻한 시선 돋보여
  금년 시 부문 응모작은 125편이었다. 예년에 비해 응모 편수가 괄목할만한 신장세를 보여 주었다. 또한 그 수준에 있어서도 전반적으로 향상되어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참으로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모든 작품을 꼼꼼히 읽었다. 예심을 거쳐 심사자의 손에 끝까지 남은 작품은 ‘미스터리 극장’ 연작(30번), ‘MART-생을 위한 쇼핑’(13번), ‘호떡이 달콤한 이유’(10번), ‘간밤에 내린 눈’(33번), ‘엄마, 어머니’(23번)이었다. 이 작품들은 다른 응모작에 비해 시가 갖추어야 할 기본 요건을 비교적 충실히 갖추고 있었다. 다시 말해, 젊은 혈기만 앞세워 감상이나 기교의 과잉에 매몰되는 우를 범하지 않고 있었다. 이 중 ‘간밤에 내린 눈’과 ‘엄마, 어머니’는 아쉽지만 등급을 정하는 최종 선에서 제외하였다. ‘간밤에 내린 눈’은 함께 투고한 다른 작품들의 함량이 고르지 못하였고, ‘엄마, 어머니’는 언어의 응축성과 시상의 마무리가 부족하였다. 우수상으로 선한 ‘미스터리 극장’ 연작은 참신한 발상과 거친 듯한 언어를 시에 부려 쓰는 솜씨가 수준급이었지만, 자의식의 노출이 강해 시적 공감을 얻기에는 부족하였다. 가작으로 선한 ‘MART-생을 위한 쇼핑’은 일상체험을 소재로 한 발상의 전환이 돋보였으나, 전반적으로 어조의 가벼움이 흠이었다. ‘호떡이 달콤한 이유’는 응모작 중에서 가장 안정적인 호흡을 유지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이런 안정감 때문에 시적 구도의 참신성이 부족한 듯 하였지만, 사물에 대한 통찰력과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그 부족함을 채우고도 남을 만 하였다. 특히 “이 밤은 찹쌀 반죽처럼 걸쭉해지고”나 “얼마나 닮아 있을까 외로운 여자 말없이/ 반죽하나 떼어내 달 하나를 더 빚네”와 같은 서정적 표현은 단순한 언어의 꾸밈으로만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 응모자의 시적 자질을 짐작하게 하였다. 다만 시상을 마무리하는 종결부 처리에는 아직 미숙함이 있어 보인다. 쉼 없이 정진할 것을 당부한다. 응모자 모두에게 다시 한번 반가움과 격려의 말을 전한다.
김동근 교수 (국문·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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