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31일 6시 도청 광장에서는 ‘주권 회복 시도민 행동의 날’이라는 주제로 올해 마지막 촛불 시위와 행사가 열렸다.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 광주대책 위원회 주최로 열린 오늘 촛불시위는 노무현 대통령의 촛불 시위 자체 요청이 있은 직후에 이루어졌지만, 변함없이 길놀이, 애국가 제창, 가수 김원중의 노래 공연, 사물놀이 등 다양한 행사와 함께 진행되었다.

5시 25분쯤 조선대를 출발한 광주지역 대학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대학생 행렬이 도청광장에 진입하자 본격적인 촛불 시위가 이루어졌다. 이들이 촛불을 밝히고 히딩크 호텔를 거쳐 밀리오레를 지나 시내 중심부인 광주 우체국을 지나며 행진하자 시민들이 이들을 뒤따르며 촛불 시위에 참여함으로써 긴 행렬을 이루었다. 이동 중에도 “함께해요 촛불시위”를 외치며 아직 참여하지 않은 시민들에게 촛불시위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저녁 기온은 영하를 밑돌아 야외 집회를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았으나, 도청광장에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의 집단들이 친구들, 애인, 가족과 함께 한데 어울려 촛불을 밝혔다. 무대의 스피커에서는 연신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와 같은 친숙한 민중가요가 흘러나왔고, 시민들은 ‘효순이 미선이를 살려내라’는 구호를 외쳤다.

한편 사이버 광주 범국민 대책 위원회(http://cybergj.wo.to)에서는 지난 28일 007영화 안보기 운동에 이어 4시부터 광주지역 네티즌 미제품 불매 운동을 벌일 계획이었으나, 촛불 시위 행사와 겹친 것과 올해 마지막 날 등의 이유로 역량이 집중되지 않아 시민들의 이목을 끌지는 못했다.

광주 시내 곳곳에서는 다양한 퍼포먼스가 행해졌다. 금남로 길 한복판에는 대형 성조기를 펼쳐놓음으로써 시민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했다. 또 작은 미군 장갑차 모형을 만들어 ‘탱크라도 구속해’라는 글귀를 적어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부시직접사과와 소파(sofa)개정을 위한 서명운동 역시 변함없이 이루어졌다.

이번 촛불 시위는 올해 마지막 전국적인 대규모 집회였지만,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촛불시위 자체 요청과 연말 분위기 탓인지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지는 못했다. 광주지역 대책위원회의 입장은 이전과 변함이 없었으나, 반미열풍을 반전 반핵 평화시위의 물결로 확산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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