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편입생 선발시험에 면접관으로 참가했다. 지원자 모두가 광주·전남북지역의 전문대나 4년제 대학 재학생이거나 졸업생이었다. 나는 편입제도의 취지에 매우 찬성하지만 현실적인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내가 속한 통계학과의 과거 편입생들의 실적이 나쁘기 때문이다. 30여명의 편입생 중에서 육칠 명을 제외하고 모두 졸업하지 못했다. 그들은 기초가 부족하고 대학수학능력이 없었다.
  기초적인 수학실력을 묻는 편입생 면접시험에서 나는 깜짝 놀랐다. 지원자 대부분이 엑스제곱의 미분도 답하지 못했다. 그 중에는 <대학수학> 과목에서 A 학점을 받은 학생도 있었다. 그들이 제출한 대학 성적은 좋은 편이었다. 그런데도 고등학교 수준의 간단한 수학 문제도 풀지 못했다.
  광주·전남북지역의 전문대나 일부 4년제 대학의 실정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다. 미달 없이 신입생 뽑기가 어려워서 연말이면 교수들이 고등학교에 찾아가 학생을 지원시켜달라고 사정한단다. 그나마 자퇴와 편입으로 적지 않게 빠지고 나면, 남은 학생들에게는 취업을 위해 실력에 상관없이 좋은 학점을 준다는 것이다. 지방대학들의 고질적인 난제로, 학점 인플레이션은 심각하다.
  전남대 학생들은 좀 낫지만 나름대로 문제가 있다. 대학원 입학생의 경우, 학부 성적이 썩 좋은데도 전공을 조금만 물어보면 아예 대답하지 못하곤 한다. 그들은 평가 직전에 중요내용을 집중적으로 외우고 기출문제도 풀어보고 해서 그냥 시험만 잘 보았단다. 시험이 끝난 뒤에는 모조리 잊어버리고라도 말이다. 이렇게 학점은 좋지만 실질적인 전공 실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 중에 중요한 하나는 교수들에 달려있다.
  수업방식과 평가방법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토론 및 질의응답을 통한 학생 참여형 수업이 되어야 한다. 과제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전통적인 필기시험에 추가하여 면접식 및 발표식 평가가 필요하다. 혹시 교수는 자기 직업이니까 그냥 가르치고 나가면 된다는 식으로 수업하지는 않는지, 한번 반성해봐야 한다.
  어떤 이는 학생들 탓을 한다. 내용을 많이 가르치고 숙제를 자주 내주는 교수의 과목은 수강하지 않는다고. 학점이 잘 나오고 부담 없는 과목에만 몰린다고. 그러나 강사는 그런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하고 수업을 흥미롭게 이끌어가야 한다. 강의 잘하는 교수가 되기 위한 노하우를 부단히 축적해야 한다. 나아가 학생들에 대한 애정과 강의에 대한 열정을 가져서 학생들이 지식을 터득해가는 희열과 목마름을 맛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는 오늘의 학생이 나중에 장년이 되어서 대학시절을 되돌아 볼 때, 무성의하게 가르친 교수와 애정과 열정으로 흥미롭게 수업한 선생을 분명히 구분하고 기억할 탓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삶의 기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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