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은 중국에게 호재와 악재가 겹치고 희비가 교차하는 한 달이었다. 악재는 3월 10일 티벳 유혈사태가 발생한 것이요, 호재는 3월 22일 대만총통 선거에서 마잉주(馬英九) 국민당 후보가 12대 총통으로 등극한 점이다. 국민당의 재집권은 대만독립을 추구하던 민진당의 노선보다 양안 간에 교류협력을 증진시킴으로써 경기회복과 경제번영을 달성하겠다는 국민당의 경제논리가 적중했기에 가능했다. 또한 국민당의 부상은 그동안 ‘하나의 중국정책’을 일관되게 추구해온 중국의 통일노선과 국민당의 경제통합의 논리가 승리한 사건이요, 양안관계가 통일로 나아가는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한 사건이기도 하다. 때문에 마잉주의 당선은 중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 제 3의 국공합작이란 점에서 더 없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만약 티벳 사태가 없었다면 중국은 3월부터 8월까지 온통 축제분위기로 이어졌을 터였다. 하지만 중국정부의 티벳 시위대 유혈진압 사태는 베이징 올림픽을 불과 4개월 정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터졌다는 점에서 중국정부의 당혹감을 더해주고 있다. 중국이 세계 제 2위의 글로벌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이번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중국이 바야흐로 ‘중화제국의 부흥’(Pax Sinica)을 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을 뿐만 아니라 미국 중심의 패권적 세계질서에 맞서 ‘평화발전’(和平發展)의 중화적 세계질서를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기도 했다. 또한 중국이 ‘하드파워’에다 ‘소프트 파워’을 국제무대에서 시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기에 중국지도부는 물론이고 중국인들은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터짐으로써 중국의 국제적 위신과 자존심은 심한 타격을 입은 게 사실이다.
  일찍이 티벳은 원나라 때부터 청조말까지(1279-1911)까지 내정의 자치는 인정받았으나 외교적 자치권을 상실한 일종의 ‘종주관계’(suzerainty)로써 중국의 형식적 지배를 받아오다 1911년 신해혁명 발발로 잠시 독립을 획득했으나 1950년 다시 중국에 병합됨으로써 중국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하여 주권이 상실된 상태에서 티벳인들은 ‘달라이라마’(지혜의 바다)의 주도로 인도에 망명정부를 두고 독립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중화민족대가정’을 외치며 ‘당근과 채찍’ 정책으로 55개 소수민족의 단합과 내부 안정을 독려해오던 중국이 순순히 주권을 티벳인들에게 양도할리 만무 하다는 점에서 독립운동의 성공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국제법상 티벳은 엄연히 중국의 영토요, 티벳사태는 내정문제라는 점에서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여기서 필자는 이번 티벳사태와 관련하여 3가지 정도 문제를 던지고 싶다. 첫째, 중국정부의 티벳 시위대 유혈진압에 대한 비판은 중국의 내정문제에 대한 일종의 간섭으로서 바람직스러운가 하는 점이다.
  둘째, 티벳 독립운동이 중국 내 소수민족독립으로 확산될 경우, 중국정부는 한층 어려운 통치위기에 직면한  다는 점에서 강경일변도로 진압할 수밖에 없는 나름의 고충과 딜레마가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볼 것인가?
  셋째, 1950년 이후 티벳의 독립은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압도적인 지지와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달성될 수 없었는데, 그렇다면 현재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티벳독립을 위해 발 벗고 나설 나라가 과연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이런 세 가지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반응은 중국의 눈치를 보며 대단히 이해타산적이고 형식적인 대응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유혈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은 중국정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일부 국가들을 중심으로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보이콧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초강대국인 미국은 오히려 “베이징 올림픽 불참은 미국에 실익이 없으므로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힘으로서 미중 관계의 안정을 희구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런 미국의 타협적 모습은 인권과 민주의 가치를 최고로 내세우던 기존 국시와 정책으로부터 벗어나 과거의 ‘고립주의’ 외교노선을 연상시킨다. 미국의 이런 현실적 실리 타산적 행보에서 보듯,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국력과 영향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한층 더 실감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비판과 입장조차도 밝힐 수 없을 정도로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을 보면, 이명박 정부의 대중 외교력이 얼마나 취약한 지 엿볼 수 있다. 때문에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중국의 인권탄압에 대해 공식적인 비판적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모름지기 이번 사건에 대한 국제적 반응을 보면, 자국 실리주의와 냉혹한 권력정치의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모쪼록 중국정부가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도 나아가 글로벌 대국으로서 책임 있는 외교력을 펼치기 위해서도 무력을 자제하면서 평화적인 사태해결에 우선 집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정부는 티벳인의 불만의 소재가 무엇인지 더 경청할 필요가 있으며, 그들의 생활수준의 실질적인 향상과 지역 경제발전 및 고유전통 문화의 존중을 통해 티벳인의 좌절감을 치유하면서 대내적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그리하여 실추된 중국의 국가 이미지를 하루 속히 회복하길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끝으로 개인적으로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사태가 조기에 안정되어 올 여름에 학생들과 함께 ‘칭장’(靑藏)철도를 달려 라싸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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