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을까?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것을.
  작년 11월, 누가 내게 ‘너 혹시 미술학과에 남자친구 있냐’고 했었다. 미술학과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자꾸 신 문에 미술학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기 때문. 그래, 차라리 미술학과에 남자친구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 쪽 사정을 좀 더 깊이 알 수 있도록.
  미술학과 관련 취재는 재작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대학교에 교류학생 관련 취재를 갔을 때였다. 원래 집이 부산 쪽인 우리 대학 학생은 광주가 ‘예향의 도시’라 해서, 광주에서 예술을 하면 좀 더 낫지 않을까 싶어 우리 대학 미술학과에 왔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조각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들도 잘 갖추어지지 않은 데다, 냉·난방 시설도 안 돼 있었다. 웬만한 국립대학 예술대학에는 거의 다 있는 미술관조차 없어 졸업 작품 전시회 때면 거액을 들여 작품을 전시해야 하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다. 작년부터 시작된 BTL 생활관 공사로 소음 피해며 건물 바닥이 갈라지는 무시무시한 피해까지 입어야 했다. 개강 후인 얼마 전에는 수업 중에 강의실 건물 위로 ‘이따 만한’ 콘크리트가 떨어지는 바람에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놀라 자빠질 뻔’ 했다. 또 얼마 전에는 공사를 해야 하니 야외 작업장에 있는 공구들을 ‘당장 치우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렇게 온갖 피해를 다 받으면서도 조소 작업실 바로 옆에 있는 생활관에서 ‘시끄럽다’는 항의까지 받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밤새 손수 플래카드를 만들고 ‘열린 총장실’에 글도 썼다. 작업 공간을 늘려달라는 부탁도 아니었고, 그저 작업 공간을 ‘지켜’주고, 새로 증축하는 작업실 뒤편에 방음벽을 설치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어찌 어찌 해서 합의점을 찾기는 했다.
  그런데 미술학과 아니, 그 보다 예술대학 학생들은 알까? 우리 대학에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사실을 아는 지성인이 몇 없다는 것을. 작년 미술학과 취재 때 어떤 교수는 “예술대학의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돈은 제일 많이 드는데 드러나는 성과는 별로 없다”는 것. 멀쩡한 보도블록을 파서 공사 할 줄은 알지, 예술을 위한 기초 공사를 할 줄은 모른다.
  어쩌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 사람들의 뇌부터 기초 공사를 해야 할까. 예술을 우습게 알지 말라.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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