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만 되면 유흥주점 네온 불빛으로 휘황찬란한 우리 대학 후문 모습.
술 마시고 놀러가는 ‘전대 후문’
  제2의 충장로로 불리는 우리 대학 후문. 밤이면 밤마다 현란한 네온사인 불빛을 내뿜는 술집이 활개를 친다. 더불어 상업적 목적의 카페와 노래방이 즐비하다. 이에 반해 함께 어울려 앉아 생각을 나누고, 보여주고, 연주할 수 있는 문화소통 공간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우리 대학 후문에 유일무이 했던 인디밴드 공연장 ‘네버마인드’마저 경영난과 내부사정으로 인해 문을 닫고 장동으로 이전했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우리 대학 문화의 장을 하나 더 잃게 된 셈이다. 이에 이진위 군(경제·3)은 “우리 대학은 공연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해 학교 주변에서 공연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후문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서점다운 서점이 없다는 것도 지적할 수 있다. 그나마 자리를 잡고 있는 몇몇 서점에서 볼 수 있는 책은 고시 관련 수험서적들 뿐이다. 이런 문제에 대응 하듯 전대 후문의 유일한 북카페 ‘볼라레’는 매주 독서모임을 갖고 있다. 볼라레는 일주일에 한번 씩 독서모임 회원들이 선정한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볼라레 김경애 사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대 후문’ 하면 ‘술 마시고 놀러가는 곳’이라는 생각을 떠올린다”며 “우리 카페가 학생들에게 ‘책 읽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새로운 우리들만의 놀이터
  지난 15일, 극단 ‘크리에이티브드라마’는 우리 대학 사거리에 소극장 ‘씨디아트홀’을 개관했다. 우리 대학 주변에 소극장이 들어선 것은 14년 만의 일이다.
  씨디아트홀 대표 이행원 씨는 “문화도시라 불리는 광주의 대학 주변에 제대로 된 소극장 하나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침체되어 있는 이곳의 문화를 다시 개척해 내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씨디아트홀은 정기공연과 대관 등을 통해 광주 시민과 학생들이 부담 없이 들락거릴 수 있는 새로운 놀이터가 되고자 하는 취지로 개관하게 됐다. 이행원 씨는 “문화는 일단 접해야 하는 것이고 관객의 평가가 필요한 것이기에 관객이 먼저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고 전하며 학생들의 적극적인 문화 참여를 강조했다. 4월 15일부터 ‘마술가게’로 정기공연을 시작하는 씨디아트홀은 앞으로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특별할인을 해주는 등 우리 대학 내, 더 넓게는 광주시민들의 문화의식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 대학 정문에는 20년 간 한 곳에서 인문학적 문화 측면으로 많은 변화를 시도하며 자리를 지켜온 서점인 청년글방이 있다. 청년글방 대표 김지원 씨는 “우리 대학문화의 전반에 대해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일단 다양한 모습의 문화가 존재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학 주변 혹은 대학 내에 문화적 쉼터를 마련해 서로가 모여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장소나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노천극장, 대학로 축제 등 다양한 노력 필요
  우리 대학에는 과연 학생들이 문화를 생산하고 수용할 수 있는 공간과 행사가 충분히 자리 잡고 있는 걸까. 유동인구가 많은 후문에는 공연 장소가 없어 우유 상자를 무대삼아 공연을 하는 학생들도 있는가 하면, 딱히 후문에는 왔지만 볼거리와 할거리가 없어 죄 없는 용지를 괴롭히며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도 있다. 학생들과 동아리 문화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없는 우리 대학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난 27일 제1학생회관 앞에서 공연을 한 음악동아리 ‘선율’의 임재영 군(수의예·2)은 “학생들에게 공개발표회를 갖는 자리였으나 마땅한 야외공간이 없어 불편하다”며 “좋은 무대를 설치하기 위해 비싼 비용을 들여 한 번 이용하는 것보다 자유로운 활동을 선보일 수 있는 야외 노천극장이나 상설무대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학생지원과 최광수 학생계장은 “총학생회나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노천극장 제안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학생지원과에서는 지난 2년 동안 ‘노천극장 설치 제안’을 평위원회에 올렸지만 심의과정에서 매번 탈락됐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신규 사업의 사용대비효과 불확실, 연구와 교육의 우선순위, 설치비용에 따른 등록금 인상 등이 있다. 최광수 학생계장은 “노천극장이나 야외상설무대는 대외홍보수단과 지역의 문화 공간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 우리 대학에 꼭 필요한 시설이다”고 말했다.
  한편 각 대학축제를 제외하고 광주지역 대학문화를 대표하는 대학로 축제가 없다. 포항의 ‘포항대학문화축제’는 지역대학생들이 지금까지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문화가 활성화 되지 못했으나, 대학문화가 육성되고 시민으로 자긍심을 갖는 계기가 되는 좋은 사례이다. 포스텍 총학생회 최미리 양은 “2006년부터 포스텍, 한동대, 선린대가 함께 주최하는 축제이다”며 “대학만의 축제를 넘어 시민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개최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후문에도 축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2003년 11월 ‘푸른 광주의 날’과 2004년 5월에 ‘거리야 문화야 놀자’라는 축제가 있었다. 축제 기획을 담당했던 사회적예술기업 대표 한길우 씨는 “현재는 예산이 없어 못하는 실정이다”며 “전남대학교 대동풀이 장소를 후문까지 확대해서 학내에서는 대학문화, 후문에서는 지역과 청년의 문화를 다루는 축제를 추진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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