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규 시인은 “이명박 대운하 계획은 그 구상 자체에 실체가 없다”고 말한다. “대운하 건설로 자연을 훼손하면 이제는 복원도 안 된다”고 말하며 순례를 계속했다. 그런 그에게 ‘왜 반대 하는가’에 대한 가장 추상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봤다.

  이원규 백두대간은 우리 전통풍수지리학, 역사학, 문화학의 중심이 된다. 대운하는 이런 백두대간을 자르는 것이다. 또한 한강은 민족의 젖줄이고 생명의 모태이기 때문에 이 강을 함부로 할 수 없다. 천만 명 이상이 이 물을 먹고 사는데 만약 잘못돼서 선박사고라도 난다면 물도 구할 수 없고 강을 복원하는 데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낙동강에서 선박사고가 났을 때 강을 살리는 데 20조를 들여 간신히 살렸다. 지금까지는 어떤 물이라도 정화시키면 다 먹을 수 있는 물로 만들었는데 운하를 건설하면 물은 포기하고 식수는 따로 구한다고 한다. 취수장을 옮기는 데도 몇 십조가 든다. 재정낭비다. 대운하 건설로 자연을 훼손하면 이제는 복원도 안 된다. 자연 자체로 돌아올 수가 없다.

그의 얼굴은 요즘 말로 ‘까칠해’ 보였다. 걷고, 또 걷는다. 어떤 이들은 ‘일종의 퍼포먼스, 양심의 가책을 씻기 위한 순례가 아니냐’고 손가락질하기도 한다. 그런 그가 순례를 하면서 어떤 의미를 찾아 가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이원규 이제 개발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야만 인간도 살고 자연도 산다. 강을 모시고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끊임없이 알아가는 것이 목적이다. 대운하 반대만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한반도가, 지구전체가 득이 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대운하 반대를 먼저 내거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의미에서 ‘강을 모시자’는 뜻으로 종교인들을 모시고 철학적 사고를 달리해 걷기로 했다.

  양평 대교에서 석불암까지 함께 한 그 날, 한국외국어대학교 외대학보사 대학생 기자 2명 외에는 대학생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순례단의 맨 첫 줄에 서야 할 대학생들이 왜 이토록 무관심한걸까. 만약 대부분이 대학생들이 대운하를 찬성해서 그런 것이라면 순례단 행동을 저지하는 대학생들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원규 시인에게 ‘사회의 주역인 대학생들이 너무 관심 없는 것은 아닌가’를 물었다.

  이원규 청년실업문제가 바로 눈앞에 있어 관심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학교 다닐 때도 공부하고, 졸업해도 공부하지만 취직이 안 된다. 대운하에 드는 40조를 중소기업 살리는데 일 년에 10조씩 4년을 들인다면 많이 해소될 것이다. 다른 곳에 예산낭비하지 않고 청년실업문제만 해결되면 학생들도 취직 공부만 하지 않을 것이다. 졸업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면 독서도 여행도 하고 인생에 도움 되는 취미 생활도 할 수 있지 않은가. 지금은 무조건 취직에만 투자하며 영어와 취직공부를 한다. 학생들이 사회에 관심을 가질 수가 없다. 관심을 가졌다간 학점도 취직도 안 된다. 정상적인 청년기를 보낼 길을 막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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