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이 결정되는 2월, 대학가에서는 움직임이 분주해진다. 이제 막 교복을 벗은 스무살의 파릇파릇한 새내기들을 환영할 준비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 선배의 후배 사랑은 과히 넘치다 못해 도를 지나쳤다. 심심치 않게 이맘때쯤 들려오는 신입생 구타, 폭행 사건과 음주폐해 사건. 해마다 되풀이 되는 사건사고이지만 대학가에서는 속수무책이다. 후배 군기잡기 혹은 후배 사랑이라는 명분 아래 여러 가지 적절치 못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 엮은이

▲ 새내기 새로배움터 행사때마다 볼 수 있는 얼차려 장면.



  우리 대학 모 학과에서는 새내기 새로배움터(이하·새터)를 준비하기 위해 재학생에게 1인당 십만 원 이상씩의 거액을 걷는 사례가 발생해 어떤 재학생들에게는 새터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또 어떤 학과는 새터에 참여하지 않는 재학생들에게도 돈을 걷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어떤 과는 지난해 몇몇 재학생들이 20만 원 이상의 거액을 갹출하는 사례가 발생해 올해부터는 10만 원 이하로 갹출하기로 합의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만 원 이상 갹출하는 학생들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학과들은 학생회비 이월금과 학교 지원금으로 행사를 진행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행사진행에 다소 어려움이 있어 재학생들에게 새터 비용을 걷는다. 학과마다 공식적으로 걷는 새터 비용은 만 원 이하이지만, 비공식적으로 행해지는 새터 후 뒷풀이 행사에까지 참가한 재학생들에게는 적게는 2~3만원 많게는 십만 원 이상까지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학생들이 지불한 비용으로도 재정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학과 간부들이 부족한 재정을 메우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학생들의 한 달 평균 용돈이 20만 원 내외인 점, 아르바이트 한 시간당 최저임금이 3천7백70원인 점에 비추어보면, 이는 매우 부담이 되는 액수임을 알 수 있다.

  사정상 새터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새터에 참가하지 못한 재학생은 능력 없는 선배 혹은 가까이 하기 싫은 선배 등으로 신입생들에게 낙인찍히기도 한다. 재학생들에게 새터 비용을 걷는 과정도 강압적인데다가 재학생이 사정상 새터에 불참할 경우 불참자에게는 알게 모르게 불이익이 돌아가기도 한다. 이에 재학생 A양은 “새터에 참여해 후배들과 친해지고 싶었는데 비용이 부담돼 참가 하지 않기로 했다”며 “그래서 잘 모르는 후배들이 많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또 재학생 B양은 “새터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재학생에게 비용을 걷는 것 같은데 정말 터무니없는 큰 금액을 요구하니 어이가 없다”며 “우리도 신입생 때 이렇게 선배들에게 받은 대접이 있으니 돈을 안 낼 수도 없고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일부 강압적으로 행해지는 새터 행사인 만큼 보다 완성도 높고 실속 있게 진행되어야 하지만 빈틈 많은 행사로 진행되기 일쑤다. 대부분의 학과들이 2~3일 동안 새터를 진행하지만 일주일가량 새터를 진행하는 학과도 있어 재학생과 신입생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신입생과 재학생의 첫 만남인 만큼 서로의 교감을 주고받는 프로그램이 많이 준비되어야 하지만 줄곧 음주로만 이어지기도 한다. ‘대학은 곧 술’이라고 외치는 재학생들이 권하는 술잔에 술에 약한 신입생들이 술잔을 거부하면 예의 없는 후배, 건방진 후배로 낙인찍힌다. 이렇게 첫 만남조차 술로 엮이게 되기 때문에 술과 거리가 먼 신입생에겐 새터가 반갑지만은 않다. 진정 누구를 위한 신입생 환영회인지 회의감마저 든다. 이에 신입생 C양은 “선배들로부터 실질적으로 학교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학사 일정이나 학점관리 방법에 대해 듣고 싶었으나 누구 하나 제대로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매번 되풀이 되는 이런 악의 고리를 푸는 방법은 없을까? 가까운 예로 우리 대학 공과대학은 입학을 앞둔 신입생들에게 공학도로서 바람직한 대학 생활과 자신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고민하고 생각하여 대학생활 4년을 알차고 보람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대학생활 설계에 대한 동기를 제공하고자 ‘나의 비전 만들기 - 에세이 공모전’을 개최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대학에 입학해서 길 잃은 방랑자처럼 떠도는 대학생활을 맞이하기 일쑤인 신입생들에게 자신의 미래에 대해 심도 있는 생각을 해볼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해 준 사례로서 참신함이 묻어난다. 이에 대해 공과대학 김광헌 부학장은 “신입생들이 대학 합격자 발표 후에 대학 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차분하게 설계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공과대학 교수님들의 의견이 모아져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공과대학에서는 새내기 길잡이 한마당 행사를 열고, 그 행사 중에 특강을 듣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런 행사가 많아지면 술만 먹는 새터는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 한다”고 전했다.
 

  또 눈을 돌려 중국의 한 경영대의 사례를 보자. ‘경영대’의 특성을 살려 재학생과 신입생이 하나가 되어 특정 물건을 직접 팔아보고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신입생 환영회 행사를 진행하는 형식이다. 단순히 먹고 즐기는 신입생 환영회가 아니라 전공의 특성을 살려 입학 전 자신의 전공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고 직접 땀 흘려 번 돈으로 행사를 진행하므로 일석이조를 경험하는 셈이다.
 

  우리 대학 새터 풍경도 조금 더 밝고 발랄하게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취업 캠프를 통한 신입생 환영회나 우리 대학을 졸업한 동문들 중 성공한 동문들이나 도전의식을 갖고 성공한 사회인들로부터의 강연회를 통해 대학에 내딛는 첫 발을 의미 있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면 방법이겠다. 또 술자리 대신 국토대장정을 함께 하며 재학생과 신입생과의 유대를 기대해 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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