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지정된 문화수도 광주에 문화가 없다. 또 문화 쇄신의 중심축에 있어야 할 우리 대학에도 문화가 없다. 대학 문화는 어디로 갔는가? 우리 대학 후문만 해도 술집, 노래방 등의 유흥업소는 많지만 문화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장소는 클럽 네버마인드 외에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윤미경 기자의 사회로, 우리 대학 문화전문대학원 이 철 대학원장, 음악칼럼리스트이자 광주 시내에서 재즈바 ‘포 플레이(Fore play)’를 운영하고 있는 나의승 씨, 우리 대학 학생인 김유리 양(경영·4)과 함께 현재 우리 대학을 둘러싼 문화 수준에 대해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엮은이

<글 싣는 순서>
2.우리 대학 대학로, 대학로 다운가? 
3. 서울 대학로의 문화는 어떠한가? 
4. 동아리, 대학문화의 중심에 서라 (1) 
5. 동아리, 대학문화의 중심에 서라 (2)

▲ ▲ 지난 2월 20일 신문방송사 주간교수실에서 이 철 문화전문대학원장 등 참석자들과 대담을 하고 있다.
         

  추상적인 질문일 수 있습니다. 대학 문화, 또는 대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철 (이하·이) 대학은 깊이 있는 학문을 하며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하는 학문의 전당입니다. 따라서 대학은 대학생들과 교수, 교직원, 지역주민 등을 포함한 대학인들이 대학의 정신을 살려 토론하고 논의하면서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승 (이하·나) 대학은 과도기적 지식인 사회라고 봅니다. 대학이라는 곳은 영원히 머무르는 곳이 아니라 지식인 사회로서, 하나의 지나가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유리 (이하·김) 젊은 패기가 있는 사람들은 열정이 있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많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면서 관계된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것들이 대학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대학 후문을 보면 술집, 노래방 등 유흥문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요. 공연문화, 즉 유흥문화가 아닌 좀 더 깊이 있고 진지한 문화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전에 말했듯이 대학이라는 사회는 지식인 사회로 건너가기 직전의 ‘다리’와 같은 과도기적 지식인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회가 가져야 할 만한 다소 수준 높은 문화가 없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인생을 논하고, 철학을 논할 수 있는 그런 문화 환경, 높은 지식인 사회만이 갖는 소중한 문화가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전남대 사회 주변에도 많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말에 공감합니다. 잔디밭에서 그룹을 지어서 스터디를 하거나 토론의 자리가 여흥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은 젊음의 특권이며 그 모습이 대학생의 모습인거 같은데, 아쉽지만 그런 모습들은 안 보이더군요. 공부하고 토론하고 논의도 하며 나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해 고민 하고, 순수 학문도 하는 학술문화가 이루어 졌으면 좋겠어요. 그런 다음 휴식을 위한 음주, 그렇게 되어야 음주문화도 아름다워 지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과거에 대학 문화는 운동문화, 노래패 이런 것들이 주로 형성 되었었는데 그런 모습들이 사라지면서 음악동아리, 사진동아리 등으로 바뀌었고, 다양하게 자신을 표출할 수 있는 것들로 변화됐어요. 하지만 다양해진 만큼 학생들은 자신을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고 또 표출할 수 있는 장이 부족합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문화를 즐기기 보다는 오히려 술집, 노래방 등 노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습니다. 학생들 자신이 원하는, 자신에게 맞는 문화를 직접 찾을 수 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 대학을 포함한 광주만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학 교수, 사회인, 예술가, 학생 등과 같은 사회 구성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해내야 할 역할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학교 내 홍보를 하는 곳이나 신문방송사에서 학교 안에서 하는 행사들을 적극 홍보해줬으면 좋겠어요. 홍보와 광고가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거든요. 또 과거 어느 때보다 학생들을 위해 다른 곳에서 만나기 힘든 사람들을 초청하는 등 좋은 행사를 많이 하니까 학생들이 참여하고 적극 활용 했으면 좋겠어요.
학교에서 기회를 준다하더라도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한데 그 이유는 본인에게 있다고 생각해요. 과거에는 자유를 억압 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훨씬 많은 자유가 있는데 대학생들 스스로가 그러한 자유를 억압하는 것 같아요. 1학년 때부터 취업을 준비하고 아르바이트나 봉사활동, 체험 등도 그것과 연관시켜 하고 연관되지 않으면 하지 않거든요. 자신의 진로와 맞지 않으면 좋은 기회가 있더라도 하지 않아요. 학생 스스로가 취업에 너무 치우치지 말고 취업이라는 압박감 같은 의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나의 삶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주체가 되어 공부만 하기보다는 직접 체험하고 고민하는 것이 중요해요. 학생들은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줄 알아야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실력만이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을 갖추어 가는 과정이 필요해요. 또 소위 대학축제 문화라고 하는 것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성찰들이 있으면 좋겠어요. 기성세대 눈으로 보려고 하지 말고 대학생들만이 가질 수 있는 창의적인 젊음과 청춘, 낭만을 포함한 축제가 되도록 고민을 했으면 좋겠네요.

  특히 다양하고 활성화된 대학문화를 만들기 위해 우리 대학 학생들이 해내야 할 역할이 큰데요. 그렇다면 문화 형성의 주춧돌 역할을 해야 할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학생들이 사회와 호흡하면서 그 안에서 독특한 대학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학교라는 사회 자체를 우리가 비판 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하지요. 취업에 보탬이 되는 것만 공부하면 창조적이지 않잖아요. 학생들이 능력이 되는 한 실리적인 공부를 하되, 적극적으로 그 외의 것을 찾아 즐겼으면 좋겠어요. 용기 있게. 그래야만 어떤 일을 하던지 그 안에서 창조적인 일을 하게 되거든요. 그래야 사회에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어요.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못하면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어요.
문화의 기회, 학교에서 기회를 준다 하더라도 우리 스스로가 자부심이 없고 무관심한 것 같아요. 그리고 목표의식이 필요한데 목표의식이 명확하지 않은 학생들이 많아요. 목표의식을 위해서는 전공서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책을 읽어 창의성을 기를 필요가 있어요.

  대학과 대학 문화에 대한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용기를 잃은 대학생들과 아직 살아있는 광주와 대학 문화에 한 말씀씩 해주셨으면 합니다.

‘젊음’이란 것은 힘들더라도 견딜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는 것이잖아요. 인생을 정말 멋지게 사는 분들은 젊었을 때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던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들어야 할 음악도 많고, 읽어야 할 책도 많고, 강의도 있고 너무나 바쁜데…’라는 변명보다는 힘들더라도 열심히 뭔가를 찾아서하면 좋은 삶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또 광주의 대학 문화는 역사적 환경 속에서 힘들었고, 다소 짧고, 깊이를 갖추지 못할 뿐이지 지혜롭고 아름다운 문화를 가질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문화는 학구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다 떨기, 영화보기, 공연보기 등이 휴식으로써 대학 생활의 일부였으면 좋겠어요. 시간낭비로 생각하지 않고 뮤지컬이 보고 싶고 영어 공부가 필요하면 영어로 된 뮤지컬을 보도록 하고… 그렇게 스스로 여유와 즐거움을 가지고 공부도 했으면 좋겠어요.
대학 시절은 기성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기에요. 기존의 제도, 틀 안에서 사는 것은 새로운 세대라고 할 수 없지요. 되돌아 돌이켜 생각해보고 위반을 해보고 거꾸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취업이 지상 최대의 목표가 되고, 고시원이나 시험에 내몰리고 사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위축되고 있을 때 대학생들의 맑은 정신과 비판정신, 창의적인 정신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좋은 선·후배들, 친구들, 선생님들과 함께 배우며 토론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전대학생이라는 것을 항상 자랑스럽고 긍지를 지니며 대학생활을 해줬으면 합니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