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신문에서는 2008년 쥐띠 해를 맞아 쥐띠인 학내 구성원들과 함께 지난해와 오는해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학부생인 1984년생 이에덴 양(국어국문·4), 1972년생 김현 강사(철학), 1960년생 김문수 교수(심리·생물심리), 1948년생 서곤 교수(응용화학공학·촉매화학)와 함께 심각하지만 즐거운 수다를 떠는 시간이었다.
/엮은이

“지난해는 전투적인 한 해…올해는 평화롭고 내실 다져야”

학내 2007년은 다사다난 했다. 교수들의 도덕성 논란도 있었고, 등록금 인상과 환불 등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학교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보는가.

김 현 연구자로서 중복게재가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 또한 질이 아니라 양으로 논문을 평가하는 사회 전반적 분위기에 압박을 느끼기도 한다. 사회전반적인 분위기에서 일정하게 개인 의식적 문제도 있지만 사회 분위기 자체가 개인에게 비도덕적으로 살게끔 강제하기도 한다. 이 두 가지가 고민이 되어야 만이 도덕성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야만 도덕성이 어느 위치에 자리 매길지 정확히 인식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덴 2007년 반 학기 동안 외국에서 생활하고 반 학기는 한국에 적응하면서 보냈기 때문에 학내 사건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학생으로서 교수들의 도덕성 문제는 실수라고 생각한다. 6년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존경하는 교수님이 굉장히 많다. 학자적 양심을 갖고 열심히 가르치는 교수님들이 많은데 도덕성논란이 되는 교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를 전체 교수집단으로 보고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본인에게 2007년은 어땠나.
김 현 개인적인 차원에서 굉장히 힘들었다. 주로 학교에서 생활을 하는데 아이가 하나 있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일도 해야 하고… 가정 내와 바깥일이 수평적으로 갈 수 없고 갈등이 있었다. 그래서 굉장히 전투적인 한해였다. 공적인 영역에서 남녀가 많이 평등해지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싸워야할 것이 많았다. 내년에 좀 좋아 지려나…

서 곤 힘든 해였지만 좋은 해였다. 주어진 연구 과제를 마지막 전성기라 생각하며 열심히 했다. 2007년 초기에는 건강 탓에 병원도 갔으나 자기 성취감 면에서는 만족스럽다.
김문수 교육도 연구도 해야 하고 가정도 있어서 슈퍼맨이 아닌 한 다 잘 할 수 없었다. 나는 연구와 교육 중에 하나를 택해야 했고, 그렇다고 가정에도 소홀할 수 없었다. 그 중에서 또 연구와 교육이라는 갈림길 속에 교육 쪽으로 힘을 쏟았다. 2007년은 교육을 택했던 해였으나 내년은 연구년이라 개인적으로 슬럼프이다.
김 현 아, 2007년 유일한 성과가 있다면 가정에서 싸움을 많이 하다 보니 모임을 만들게 됐다. ‘젠더트러블’이라고 페미니즘과 관련해 성별·연령 관계없이 스터디를 하고 있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이중적 잣대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직접 싸우려는 전투적인 여성이 없다. 2007년 성과는 이거 하나 있다.

2008년에 총장 선거가 있다. 투표권 확보를 두고 학생과 비정규직교수, 교직원의 투표권과 관련해 말이 많다. 총장 투표권을 학생과 비정규직 교수, 교직원에게 얼마나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각자의 입장에서 말해 달라.


서 곤 학생이 참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학내 구성원 모두에게 1:1의 투표권을 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가 서로 합의를 이루는 내에서 참여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여한 만큼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좋다. 지분을 ‘누가 많이 갖고 적게 갖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 자기 집단의 의사를 표현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서로 입장을 최대한 살리는 내에서 권리를 행사했으면 한다.
김 현 전적으로 동의한다. 원칙적으로 생각하면 답이 쉽게 나온다. 학교를 구성하는 주체가 누구인가. 비정규직 교수, 교직원, 학생이 없으면 학교가 운영 되지 않는다. 학교를 구성하는 주체가 학생이나 비정규직 교수가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하면 총장선거에 대해서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방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어떠한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게 하는가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김문수 이 질문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외국은 그 대학이 어떤 배경 속에 있느냐에 따라서 뽑는 방법이 달라진다. 우리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덴 학생 입장으로서 학생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은반대한다. 총장을 뽑는 데 학생이 관심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당장 학생회장 선거에도 관심이 없는데 조금 거리가 있는 총장선거에는 당연히 관심이 없을 것이라 본다. 학생 입장에서는 총장을 어떤 잣대로 평가하는지 판단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학생이 직접 투표에 참여하는 것 보다는 학생회장과 총장의 소통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교직원 중에는 비정규직 교직원분들도 많다고 들었는데 그런 분들도 학교의 구성원보다는 일을 하기위한 직원으로, 학교 소속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2008년에 우리 대학이 ‘이것만은 좀 달라졌으면 한다’는 것이 있는가. 있다면 사소한 것도 좋으니 이유와 함께 말해 달라.
이에덴 학교에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학생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내가 유학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외국 학생들은 남에게 절대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대학에서는 시험기간에 단대 축제를 한다든지 백도 앞에서 연설을 하거나 시끄럽게 하는 일이 많다. 또한 도서관에 자리 맞춰놓고 도망가서 하루 종일 오지도 않고. 우리의 의식이 성숙되어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한다.
김 현 나 또한 동감한다. 단대축제기간에는 연구동을 비워야 한다. 수업하는 데 엠프를 틀어놓고 새벽까지 노래를 부르고, 이런 소음이 어느 순간부터는 폭력으로 인식이 된다. 대학생이면 성숙한 성인인데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나 존중이 부족하다. 고쳤으면 좋겠다. 또 학교가 1년 내내 공사하는 것 같아 강의할 때나 연구할 때나 신경이 쓰인다.
김문수 나는 대학이 직업학교가 되어가는 게 안타깝다. 대학이 대학다워졌으면 좋겠다.
서 곤 학교의 시설 공사를 계획적으로 해서 강의하는 데 부담을 주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또 겨울에 실험을 하면 실험기구를 많이 닦는데 손이 시렵다. 더운 물이 나왔으면 한다.
이에덴 또 학교에 기념비를 많이 세우는데 학생들 입장에서는 쓸 데 없는데 돈을 쓴다고 생각한다. 예로 봉지에 조각상이 예쁘긴 한데 때로는 ‘봉지에 괴물이 있다’고 장난스럽게 말하기도 한다. 차라리 그 예산으로 백도를 하나 더 지었으면 좋겠다. 보여주기 위한 비들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조금 줄이고 차라리 더운물이 나오는 것이 좋지 않겠나 싶다.
서 곤 나도 동의한다. 조각이 그렇게까지 클 필요가 있나.

2008년 새해를 맞는 각오와 ‘2008년에는 이것만은 꼭 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해 달라.
서 곤 연구해인 올해 8월까지 끝나는 과제가 3개가 있다. 봄 학기 때까지 끝내고 가을학기에는 조금 여유 있게 보낼 것이다. 또 개정판과 번역을 하고 학생들의 논문을 봐줄 것이다. 무척 바쁠 것이라 예상되지만 열심히 일하고 여유를 즐길 것이다.
김 현 2007년이 평화롭지 않아 의식이 없다가 페미니즘이나 여성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 젠더 트러블 내에서 생산적인 성과를 고민하는 문제를 풀어갔으면 좋겠다. 2008년은 평화롭게 보냈으면 좋겠다.
이에덴 나는 이제 한 학기 남았다. 가장 중요한 시기라서 무엇보다 취직을 했으면 좋겠다. 반면 나에게 자유로울 수 있는 마지막 해인 것 같다. 유럽여행을 다녀오고 싶다.
김민주 기자 theyellowro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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