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대기업들의 하반기 공채가 대부분 마무리되고, 대학생들의 겨울방학이 가까워지면서 취업에 대한 부담감으로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소위 말하는 ‘스펙’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생각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 대학 학생들이 실제로 ‘취업’이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어떠한 준비를 해나가고 있는지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보았다. 이 조사는 2007년 전남대 문화예술특성화사업단 ‘공간+일상’팀(단장 천득염)의 ‘대학문화조사’를 통해 이루어 졌다. 광주·여수 캠퍼스 학생 1천 명을 대상으로 2007년 10월부터 11월까지 약 두 달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졸업 후 생각하는 진로와 희망하는 직업과 취업 지역, 원하는 초임 연봉 수준, 취업준비시기 등의 질문을 통해 우리 대학 학생들의 ‘취업’에 대한 생각들을 알아보았다. 엮은이

희망 직업 공무원이 25%‘최다’
50.7%가 “대학은 취업 자격 갖추기 위한 과정”
먼저 졸업 후 생각하는 진로에 대한 응답을 보면 대다수를 차지하는 66.8%의 학생들이 취업을 꼽았고 16.3%가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입과 어학연수, 당분간 쉰다는 응답은 소수에 그쳤다.
졸업 후 희망하는 직업으로는 공무원이 25.0%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여준다. 그 다음으로 대기업 사원(21.8%), 연구직(12.5%), 교사(10.2%), 기타 (20.3%)의 순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대기업 사원에 비해 중소기업 사원의 선호도는 3.3%밖에 되지 않아 중소기업 기피현상이 확인된다. 하지만 희망하는 직업에 대한 뚜렷한 선호도가 존재함에 반해 취업만 된다면 어떤 직업이라도 상관없다는 의견도 6.7%를 차지하고 있다.
취업에 대한 우리 대학 학생들의 선호도는 희망하는 취업지역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서울, 수도권 지역에 대한 응답이 39.2%로 높은 반면, 광주지역 20.7%, 전남지역은 10.7%로 나타났다. 서울, 수도권 지역 다음으로 광주·전남지역에 대한 선호가 높은 것으로 보아 지역 연고 취업 경향이 상당히 강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무 곳이라도 상관없다는 응답 또한 26.2%를 차지해, 상대적으로 희망지역에 상관없이 취업 자체에 의미를 두는 학생 또한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대학 학생들은 취업 시 초임 연봉으로 어느 정도를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을까? 대체로 높은 연봉을 희망하는 비율이 좀 더 높기는 하지만, 1천2백만 원에서 2천5배만 원까지 비율이 골고루 분포하고 있어, 희망 연봉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최근 한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와 연봉전문사이트 오픈샐러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기업 신입사원의 경우 평균 2천7백67만 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고, 대개 공사 대졸신입사원의 연봉이 2천4백만 원에서 2천5백만 원 사이에 있음을 감안하면, 연봉 2천5백만 원 이상이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희망하는 수준임을 알 수 있지만, 실제 초임 연봉에 대한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은 셈이다.

대부분의 우리 대학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시작한 시기는 3학년 재학 당시로 나타났다. 입학하자마자 취업준비를 하거나 저학년일 때부터 준비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흥미로운 점은 취업 준비를 하지 않음에 40.7%가 응답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응답에 1학년이 36.4%, 2학년이 35.1%, 3학년이 21.1%, 4학년이 7.4%를 차지하고 있어 특히 저학년일수록 취업에 대한 준비가 여유로운 반면 고학년이 되면 취업준비에 열성적임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응답들을 살펴볼 때, 대부분의 학생들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취업은 3학년으로 올라갈 즈음부터 준비를 시작해서 서울, 수도권 지역에서 공무원이나 대기업 사원이 되어 초임 연봉으로 2천5백만 원 이상을 받는 경우로 보인다. 이 정도가 돼야 대학을 잘 다닌 것이 된다. 대학의 역할이란 본래 학문에 힘쓰는 것이겠지만, 현재 우리시대 대학에서 대학을 ‘잘 다녔는가’ 하는 점은 오로지 한 가지 기준, 취업이 되었는가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어디에서, 얼마를 받으며 일 하는가 그리고 그 직장이 얼마만큼 안정적인가에 규정된다. 대학생활에서 취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나 커서 대학의 역할마저 바꿔놓고 있다.
‘대학은 순수학문을 배우고 토론하는 곳이다’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37.2%나 차지하며 답변을 유보한 경우도 36.6%나 된다. ‘대학은 취업을 위한 자격을 갖추는 과정이다’라는 질문에는 50.7%의 학생들이 그렇다고 답하고 있다. ‘대학에 가지 않고 취업할 수 있다면, 대학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에는 46.9%가 그렇지 않다, 30.6%가 그렇다고 답해 상당수의 학생들이 대학을 순수학문을 배우고 토론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취업을 위한 자격을 갖추는 곳으로 여기고 있으며, 대학생활은 취업 준비기간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1부터 7까지의 보기를 주고 ‘대학생’이라는 단어에 대한 느낌 중 연상되는 이미지에 가까운 쪽을 표시하라고 했을 때 학문이라는 이미지보다는 취업준비라는 이미지에 더 가까움을 나타냈다. 대학과 대학생의 이미지가 대학생의 저항성, 운동, 사회에 대한 건강한 비판과 자유로운 상상력, 다양한 하위문화들이 어느 순간부터 취업이라는 괴물에게 잠식당하게 된 것이다.

사실 위와 같은 분석 결과들은 그리 새로운 내용은 아닐 것이다. 우리 대학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현실의 장벽들, 막연한 상상과 바람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선배들과 오랜만에 만나 주고받았던 이야기들, 졸업자격요건을 갖추기 위해 해야만 했던 최소한의 ‘스펙’과 대기업이 원하는 ‘스펙들’의 괴리…대학과 대학생의 이미지의 변화는 그만큼 대학이 제 역할을 잃어가고 있으며 대학생 또한 너무나 과도하게 취업에 매몰되어 여타의 다른 경험들을 쌓을 기회에 소외되어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혹독했던 수험생활은 끝나겠지만, 최소 4년간의 대학생활이 대학가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어르는 기성세대의 말처럼 진행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 과연 이 시대에 대학이란 무엇을 의미하며, 지식인으로서 대학생은 어떻게 사고하면서 이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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