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자신과 인간의 행위를 본질적으로 자연적이고 생물학적인 것에서 출발한 것으로 본다면, 관념은 매우 우스꽝스러운 것이 되고 만다. 예를 들어 “한 개의 아미노기를 가진 화합물인 모노아민계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노레피네프린, 세로토닌이 작용하여 약간 정신이상적인 상태(땀이 나고 심장이 뛰고 흥분하는)가 되는 것”이, 인간이 그토록 열망하는 “사랑”의 현상이다. 그리고 페로몬의 동질성을 가려내는 비강 내 화학수용기에 의해, 또는 중지(中指) 길이, 귀볼 크기, 손목 둘레 등을 지각하는 망막의 신호에 의해 유전자의 공통성을 체크하는 과정을 일컬어 “운명적 사랑을 만났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은 생물학적인 구조와 자연적인 생존의 법칙에 수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다양성을 창출하며 새로운 모험을 시도함으로써, 결국 스스로 복잡한 존재가 되었다. 우리가 만질 수 있는 것 중에 최고의 것, 즉 자연을 타자적으로 받아들이고 지배하려는 인간의 욕망으로 인하여, 자연은 다분히 인간화된 개념으로 변화하였다. 따라서 자연 속에서 인간이 야기하는 현대사회의 수많은 문제거리는 대부분 인간 자신이 관념론적 사치와 자만으로 만들어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시적 존재로서 인간과 자연은 엄격히 교환론적 관점에서 서로의 수고로움에 보상하여야 할 것이므로, 인간의 행위 중 지극히 비자연적인 것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자연은 결코 손해 보려 하지 않음을 최근 우리는 수많은 자연재해와 질병들을 통해 심각히 자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인간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반드시 극복하리라는 자신감에 차있고 지나친 낙관주의자가 되고 있다. 이것은 인간 사회가 지구적 위기에 처하여도 늘상 이것을 극복하고 적응해 왔던 기억, 즉 진화론적 유산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제 자신감의 한계를 인정할 때가 되었다.
인간이 처한 수많은 위기 중 종(種)의 존속에 관련된 위기는 최근 들어 그 정도가 가장 심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구상의 수많은 나라들이 저출산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의 욕구간 균형이 깨지고 있는 대표적인 현상이며, 급격한 비자연적 성장 문화의 결과를 대변하는 것이다. 자연을 인공으로 대체한 선진국들은 그 대가로 인종적 동질성을 포기하여야만 하는 대전환기에 처해있다. 특히 최고의 저출산율을 기록 중인 우리나라는, 마이너스 실질경제성장, 1/3 이상의 인구 감소 등, 향후 20년 이내에 전쟁 발발 수준의 고통을 겪기 시작할 것이다.
임신과 출산은 다른 수많은 생물체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이다. 또다시 생물학적 해석을 해본다면, 뇌의 시상하부에서 출산, 수유 시 방출을 명령하는 옥시토신 호르몬은 성인들간의 성적 애착을 강화하는데도 기능한다. 결국 이것이 장기간의 남녀관계, 즉 결혼관계와 같은 현상을 지지해준다. 결국 인체는 부모자녀관계를 만들기 위한 조건으로서 남녀관계의 강화를 유도한다. 따라서 인간의 생물학적 시스템은 “생식”과 같은 보다 종(種) 지향적인 원칙에 충실하지만, 인간은 감히 생식과 쾌락을 분리하였다.
가뭄이 계속되면 어떤 식물은 가을에 피울 꽃을 여름에 피운다. 생존해 있을 때 하루라도 빨리 생식의 의무를 마치기 위해서이다. 고속의 성장을 경험하여 역사적 후퇴를 감당할만한 인내력과 수용력이 없는 우리는, 특히 이처럼 자연 안에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법을 배워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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