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최고봉에 있는 대학원이 입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예전에는 대학원의 역할이 순수한 학문 연구와 학문 후속 세대의 양성에 그 목적이 있었다면, 이제는 대학원생의 취업까지 고려해야 하는 역할까지 안고 있다. 실제로 순수하게 학문만을 하기 위한 학생들만 입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을 위해 학력을 높이고자 오는 학생들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하고자 하는 학생들도 입학하고 있다. 또한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학력을 높여 승진을 하기 위한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학생들도 입학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원이 나아가야 하는 길은 어디일까.

몇년째 입학생 감소…아예 없는 학과도 있어

인문대 2호관에서 ‘불교사상과 철학교육연습’ 과목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의 대학원 석사과정 입학생 수는 2003년 1천33명, 2004년 9백24명, 2005년 9백5명, 2006년 8백75명, 2007년 9백48명으로, 올해를 제외한 2003년부터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박사과정 입학생 수도 2003년 4백64명, 2004년 5백18명, 2005년 5백49명, 2006년 4백59명, 2007년 4백15명으로, 2003년과 2004년 사이, 2004년과 2005년 사이에는 다소 늘어났으나 2년 새 1백명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4년 째 입학생 수가 한 명도 없는 과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학원기획계 김희영 씨는 “대학원 입학생 감소는 우리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대학이 갖고 있는 문제다”며 “학부생들이 졸업 후에 바로 취업을 하거나 대학원을 가더라도 해외에 있는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대학원 입학생 감소에 대한 대안으로 올해 2학기부터 학·석사 연계 과정을 실시하고 있다. 박찬국 대학원장은 “우리 대학 내의 우수한 학부생을 타 대학 학부생보다 쉽게 대학원에 진학하고 유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취업이냐, 대학원 진학이냐

A군은 지난 2월 우리 대학을 졸업했다. 졸업과 함께 취업이 되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졸업을 유보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A군은 취업도 안 되고, 마땅히 취업하고자 하는 곳을 정하지 못했다. 고민 끝에, 학력을 높이면 취업문도 넓어지고 취업 후에도 어느 정도 자리가 보장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지역의 다른 대학을 나온 B양도 사정은 비슷하다. 졸업을 했으나 취업할 곳을 정하지 못하고 학부 전공도 마음에 들지 않아 취업과 대학원 진학에서 고민하다 학부 때 전공과 다른 전공 대학원에 진학했다.
공대 C군은 “나는 졸업과 동시에 대학원 진학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어 고민 없이 진학 했지만 취업과 대학원 진학 사이에서 고민하는 예비 졸업생들이 많을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로 학위가 높을수록 직장에서 더 안정적인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고, 직장을 다니면서 학위를 따면 승진도 더 빨리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어쩔 수 없이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진유애 양(중문·석사과정)은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원을 다니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학원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사회생활 후에도 학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대학원 진학을 하는 것이 보기 좋아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김양현 교수(철학·실천철학)는 “취업을 목적으로 대학원 진학을 하는 학생들을 비판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오히려 이러한 상황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를 묻고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과 학문후속세대 양성의 갈림길

이처럼 대학원을 취업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전문적인 지식과 높은 학위를 요구하는 기업들이 있는 상황에서 대학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진유애 양은 “학문 연구도 좋지만 상황이 달라진 만큼 대학 측에서 대학원생들의 취업과 진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학원기획계 김희영 씨는 “옛날과 상황이 많이 달라져 대학원생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올해부터 본부에 대학원기획계를 신설했다”며 “학문 연구 외에도 취업을 걱정하는 학생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업과의 협동과정을 실시하고 있는 학과도 있으며 종합인력개발센터와 국제교류센터에서도 학부생과 대학원생 모두를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학은 본래 연구 중심 대학이 돼야 하지만 상황이 달라진 만큼 학문 연구를 하고자 하는 학생들에는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취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또 다른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하는 이중의 책임과 의무를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10년 전부터 변화 인지하고 사고방식 전환”

철학과 대학원은 많은 과들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매년 꾸준하게 입학생이 들어오고 있으며 BK21 사업단 연구도 활발해 국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해 11월을 기준으로 철학과 대학원생은 석사·박사 과정을 모두 합해 98명이며 올해에도 14명의 학생들이 입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양현 교수는 “예전에는 학부생 중에 진심으로 학문 연구에 매진하고 싶은 학생들만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철학과는 10년 전부터 모든 상황과 사람을 수용키로 결정하고 생각 자체를 전환했다”고 밝혔다. 지난 10년 간 순수하게 학문을 하겠다는 목적 외에 다른 목적을 가지고 대학원 진학을 하는 사람들도 모두 받아들이고 그에 맞는 교육을 해온 것이다. 그 결과 지금까지도 적잖은 수의 목회자나 스님, 중·고등학교 교사를 비롯해 직장인 등이 입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철학과에는 입학생 중 취업만을 위해 오는 학생은 없지만 있다면 그 학생들에게는 최고급의 교양이 되는 수업을 하면 되고, 학문 후속 세대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는 그에 맞는 교육을 하면 된다”고 전했다. 이어 “전문적인 학문 연구와 학문 후속 세대 양성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수한 영어 교수 양성이 목표”

영어영문학과는 매년 많은 입학생들이 들어오고 있고 이번 2학기부터 ‘대학원 인력 양성 사업’ 학과로 선정됐다. 올해도 35명의 학생들이 입학했다. 영문학과 오미라 교수(영문·영어음운론)는 “본부에서는 대학원 입학생이 줄어들고 있으니 많이 뽑으라고 하지만 입학 심사에서 많은 학생들을 떨어뜨릴 정도로 학과 대학원에 대한 수요가 많은 편이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교수님들의 강의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고 교과 과정의 개편을 통해 우수한 교과 과정을 개설해놓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우리 학과는 우수한 영어 교수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에 영문학과에서 학문 연구에만 관심을 갖고 대학원 졸업 후에 대해서는 뚜렷한 책임을 갖고 있지 않았던 반면 이제는 ‘우수한 영어 교수 양성’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다. 따라서 “순수 학문과 함께 교수법에 대한 수업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호응도 좋은 편이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대학 학부생들이 우리 대학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교 측에서 외국 객원 교수 초빙 등을 통해 대학원 연구와 강의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해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수지 기자 myversion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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