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한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도로를 건너는 것이었다. 한번은 잠시 다른 생각에 잠겨 도로를 건너는데 급정지 하는 소음과 함께 내 오른편에 차량 한대가 정지해 있는 게 아닌가 길을 다 건너고 나서야 내가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알았고, I’m sorry를 연발하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유치원생도 아닌데 뭐가 그리 힘이 들까 말 할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와 반대로 영국 및 영연방 회원국가 그리고 일본을 포함하여 전 세계 50여 국가에선 자동차가 우측으로 통행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도로를 건널 때 한국에서 해왔던 것처럼 왼쪽을 먼저 주의하며 건너게 되면 자동차가 오른쪽에서 다가오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에 노출된다.

▲ 자전거도 차와 함께 달리며 같은 교통 체계에 따라 움직인다.

이미 도로를 건널 때면 무의식적으로 왼쪽을 보게 되는 나로써는 길 건너는 것 조차 이 곳에선 너무 어려웠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영국을 포함하여 세계 50여 국가들이 우측통행을 하게 된 것일까?

일본을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영연방 회원국가 이거나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는데, 역사가들은 그 기원을 중세 영국의 기사나 일본 사무라이들의 통행 관습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설명한다. 영국 중세 기사들은 오른손에 창을 들고 말을 몰아 좌측으로 달리면서 우측에서 오는 적을 공격하는 기마 방법을 발전시켰다. 이 관습에 따라 마차들도 자연히 좌측통행을 했다. 이는 행인들과 옆 좌석의 사람을 채찍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인데, 대부분의 마부들은 오른손잡이였으므로 오른손으로 채찍을 쥐었기 때문이다. 이후 자동차가 발명 되고 보편화 되면서 기어 변속의 편리함을 위해 운전석을 왼쪽에 배치 하면서 차량의 좌측통행이 시작되었지만, 무엇이든지 잘 바꾸지 않으려는 영국인들의 생활 습관 때문이었을까? 영국은 차량의 운전석 또한 오른쪽에 배치하는 개조를 하였고, 차량의 우측통행을 고수하게 된 것이다. 자연히 영연방 회원국과 과거 식민지였던 국가들은 이를 따르게 됐고, 일본 또한 이와 비슷한 이유로 현재의 차량 우측통행을 하게 된 것이다.

▲ Round About- 도로 중앙의 원형을 중심으로 자신의 오른쪽 차량에게 양보하는 교통 체계

게다가 영국에는 roundabout 이라는 교통 체계가 있다. 교차로 중앙에 둥근 원형을 중심으로 운전자가 이 곳에 진입하고자 할 때 자신의 오른쪽 도로로 진입한 차량에 대해 roundabout 진입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대부분의 도로들이 좁은 영국에선 신호등을 설치하는 것보다 유리해 보인다. 선행 되어야 할 것은 자신의 오른쪽 도로에서 진입하고자 하는 차량에 대한 양보 인데, 한국에서 이런 교통 시스템을 이용하게 되면 어떨지 생각해 본다. 한때,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차량 정지선 지키기 운동을 실시하여 우리의 교통 문화가 많이 개선된 적이 있다. 하지만, 많은 운전자들이 여전히 양보와 보행자 보호의 의무를 간과 하는 것 같다.

 

 런던에도 물론 출퇴근 시간 때가 되면 교통정체가 빈번하다 그럼에도 흔한 경음기가 들리지 않음은 이 곳의 교통문화의 수준이 어떤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끝으로 우리의 교통문화도 더욱 개선되어 교통사고 발생률 몇위 라는 이런 기사를 접하지 않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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