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부산 대학교 교류 학생 취재를 갔다가 한 미대생을 만났다. 그 학생은 ‘부산대 미대 너무 좋다’로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슬프고 안타깝다’는 표정이었다. 그 학생에게서 우리 대학 미술학과 관련 실태를 듣고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기사를 쓰게 됐다.
제보를 듣고 1년 동안이나 기사를 쓰지 않아 어려운 환경에서 작업을 했을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취재를 하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연신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는 말을 전해왔다. ‘아무도 우리가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학생은 “미술학과 실태에 대해 고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뿐이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미대는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가 아니라 ‘전남대학교 미술학원’쯤 되는 걸까? 아니, 내가 초등학교 때 다녔던 미술학원은 적어도 가건물에 있지는 않았다. 냉·난방도 잘 됐다. 가건물에, 냉·난방도 안 되는 곳에서 작업을 하라는 것은 좋은 작품과 진정한 예술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뿐더러 학생들의 인권 무시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이다. 더운 여름에는 더운대로 땀을 뻘뻘 흘리고, 추운 겨울에는 추운대로 손발 꽁꽁 얼어붙어 작업을 하는 학생들이 내 친구, 내 아들, 딸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런 내 친구, 아들, 딸들이 졸업 때가 돼서는 자기 돈 몇 십만 원씩을 들여가며 전시를 해야 한다면? 미술관 건립 계획에 대해 시설과는 “교육부에서 예산 지원을 해주지 않아 아직 미술관 건립 계획이 없다”는 말로 일관했다. 이에 한 학생은 “요즘 로스쿨이나 공대를 위해서는 지원도 잘 해주면서 예술대는 왜 기본적인 것도 안 해 주느냐”고 반박했다.
취재를 마친 지금, 나는 이제 아무도 없는 가건물 작업실에 불만 켜져 있다면 ‘작업이 너무 힘들어 잠깐 쉬고 있구나’하고 생각할 것이다. 적어도 그 누군가처럼, 해준 것 없이 ‘불도 안 끄고 다니냐’는 핀잔은 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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