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이유로 인해 심각하게 휴학 혹은 자퇴를 고민하게 되는 상황을 얼마 전에 겪었더랬다. 지금 이렇게 신문에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아직까지 전남대에 적을 두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일터, 왜 나는 휴학 혹은 자퇴를 하지 않았던 것일까? 이유인 즉은, 바로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국립대 등록금이라는 단어의 뉘앙스가 그리 가볍지 않은 상황이 되었지만, 도서관을 통해 얻어 왔던 지식의 존재감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고 나날이 도약하고 있는 등록금의 입지를 무색케 만들 정도로 강한 것임을 개인적인 체험을 통해 살펴보자면 부인할 수 없다. 다종다양한 책들을 직접구입의 부담이 없이 마음껏 읽을 장소가 대학 내에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도 대학은 다녀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런데 과연, 우리 도서관에서 등록금의 ‘본전’을 뽑기는 하고 있는 걸까?

짧게나마 미국의 학부생활을 경험하면서 매우 새로웠던 점은 그네들이 학교 도서관을 대하는 태도였다. 학문적 역량은 도서관 활용능력이 기반이 되어야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이 교수와 학생사이에 신념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실제로, 학부생들이라면 교양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한 작문 수업의 담당교수는 직접 학생들을 인솔하고 도서관을 방문하여 도서관의 구조, 도서 대출 및 반납 시 주의사항, 각종 문헌자료 검색 요령 등을 세심하게 설명해 주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도서관이란 먼지 낀 책들을 잔뜩 쌓아놓고 학생들을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는 수동적인 지식 저장소가 아님을 이때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문헌정보학과의 존재를 통해서 명확히 알 수 있듯, 도서관은 나름의 철학과 철저한 운영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어찌 보면 대학이라는 곳보다 더 빈틈없는 살림이 이루어지고 있는 하나의 “세계”이다. 문제는, 이 도서관 살림살이의 노하우가 외부로는 좀처럼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3학기 동안 도서관에서 직접 근무해본 나 역시 전남대 도서관 활용법에 대해 거의 무지한 상태이기에, 입학일자와 도서관 첫 방문일자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어 보이는 복학생이 ‘어떻게 해야 책을 찾을 수 있어요?’라고 원초적인 질문을 해왔을 때조차 짐짓 의연히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좋은 대학은 좋은 도서관의 존재여부로 증명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불어, 좋은 도서관이란 양질의 도서를 부지런히 갖추어 놓는 기민함 뿐 아니라 도서와 학생들 간의 사귐이 원활히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과 관심 여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 본다. 교수-학생, 학생-학생 사이의 사귐을 위한 시도로 시끌벅적한 전남대, 그 중앙에 자리한 두 곳 도서관이 유독 쓸쓸해 보인다는 사실에 대해 애꿎은 가을만을 마냥 탓할 수만은 없는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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