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대라고 등록금도 더 비싼데…냉·난방 등 기본 시설 부족
학내 미술관도 없어 외부서 비싼 돈 들여 가며 ‘졸업작품전’

“같은 전남대학교 학생이고 다른 단대보다 더 비싼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데 가장 기본적인 요구 사항조차 왜 들어주지 않나요?”
미술학과 한 학생의 이야기다. 그들은 수 년 간 같은 이야기를 해왔다. 다른 단대 보다 더 많은 것을 해달라는 요구도 하지 않았고, 무리한 요구도 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냉·난방 시설 설치와 제대로 된 작업실,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미술관 건립에 대한 요구였다.

“비 오면 작업실 물바다”
컨테이너 가건물로 된 조소전공 작업실. 뒷편에선 생활관 공사가 한창이어서 소음이 심하다.
생활관 2동과 예술대 2호관 사이, BTL방식 생활관 공사 현장 옆에 있는 조소 전공 작업실. 비 오는 날이면 공사 현장에서 배수로로 보내는 물이 넘쳐 작업실로 고스란히 물이 새어 들어온다. 생활관 착공 후 바닥에 균열도 일어났다. 언제 무너질지 몰라 불안하다. 이에 대해 시설과 과장 최인봉 씨는 “그 정도로는 무너지지 않는다”며 “생활관준공 시기에 맞춰 작업실 이전을 하려고 계획 중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생활관 준공 시기에 맞춰 작업실을 이전한다면 미대생들이 그간 겪게 될 어려움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작업실이 주택가 근처와 생활관 2동 옆에 있어 인근 주민과 학생들은 ‘작업 하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고 야단이다. 조소 전공 변지수 군(미술·3)은 “왜 작업실을 이런 위치에 지어줬는지 이해할 수 없고 앞으로 작업실 이전을 할 때 위치와 규모 등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작업을 하는 데 필요한 장비도 턱없이 부족하다. 작년에 1년간 부산 대학교로 교류학생을 다녀 온 변 군은 “부산대는 필요한 장비가 모두 구비돼 있었고 장비 부분에 있어서는 학교에서 아낌없이 지원해줬다”며 “부산대는 장비를 관리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우리 대학은 장비도 부족할뿐더러 그나마 있는 장비도 따로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조소 전공 작업실뿐만 아니라 몇 몇 전공 작업실을 제외하고는 냉·난방 시설이 제대로 안 돼 있어 작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직접 전기난로를 가져다 쓰기도 한다. 또 서양화 전공 작업실에는 얼마 전 냉·난방 시설이 들어왔지만 아직까지 설치가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미술학과 회장 김용철 군(미술·3)은 “학교 실내 시설은 학교 규정상 11시까지밖에 개방이 안 되는데 미대생들은 밤이나 새벽에 더 감성적이어서 24시간 개방이 되는 조선대 미대처럼 늦게 까지 작업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실습 보다는 이론 위주인 미술이론 전공도 환경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최영준 군(미술·3)은 “냉·난방 시설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이론 전공이라 자료가 많이 필요한데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컴퓨터도 부족하고 책·걸상도 다른 대학에서 쓰다 남은 것을 갖다 쓰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전공 관련 서적이 많이 부족할뿐더러 도서를 꽂을 수 있는 책장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미술학과 부회장인 장수호 군(미술·3)은 “미술학과의 환경 개선에 대해 총학생회에도 건의를 했으나 언제나 미대는 뒷전 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미술학과 학과장 장석원 교수는 “작업실 부족과 환경의 열악함 등의 문제로 예대 4호관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본부에 요구를 해서 총장의 동의를 얻었으나 교육부 예산 핑계만 댈 뿐 2년간 답변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미술학과 작업실 등의 환경을 고려해 생활관 설립에 반대를 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인 공사 때문에 학생들은 작업 환경에 대한 불안감과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미술학과의 열악한 환경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기획부처장은 “대학의 우선 사업 순위에 따라 예산을 편성하기 때문에 예대의 문제를 빨리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불편해 하는 작은 문제에 관해서는 빨리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술관 하나 없는 우리 대학
졸업 작품 전시회 시즌이다. 학생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저마다의 졸업 작품 완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신들의 작품을 우리 대학 학생들과 우리 대학 주변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런데 학교 안에는 미술관이 없다.
미술학과는 졸업 작품 전시회를 위해 각 전공마다 1백만 원 씩을 지원해주고 있다. 하지만 전시회를 위해서 학생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적게는 30만 원부터 50만 원까지다. 학내에 미술관이 있었더라면 더 적게 부담해도 될 비용이다. 김용철 군은 “학내에 미술관이 없어 학교 박물관 전시실을 빌리려고 했는데 외부 갤러리보다 더 비싸서 포기했었다”고 전했다. 한편 변지수 군은 “미술관이 생기면 비엔날레 같은 행사가 열릴 때 우리 대학과 연계해서 전시를 할 수도 있고 문화 도시에 걸 맞는 이미지도 부각시킬 수 있다”며 “학내 구성원과 지역 주민들에게 미대 학생들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주면 좋을 텐데 학교 측에서 미대를 잊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관련해 미술학과 학과장은 “본부에 계속 요청 중이지만 별 대응이 없는 학교 측 입장에 우리도 지쳤다”며 “조선대, 동신대, 호남대와 같은 경우 미술관이 있어 기획전이나 세미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우리 대학은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그런지 예대가 중요한 자산이라는 마인드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기획부처장은 “학내에 미술관이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이 들고, 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수지 기자 myversion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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