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길거리에서 이불 덮고 누워 영화보기, 외국어로만 이야기하는 문화의 거리 만들기, 개미장터 운영하기, 월드컵 축구 거리응원전···.
기발하고 엉뚱한 상상력, 넘치는 끼와 열정으로 뭉친 젊은 문화집단 `모난돌''이 최근 서너달 사이에 벌인 일들이다.
`모난돌''의 활동무대는 전남대 후문이다. 책방은 사라지고 술집과 당구장 등 유흥시설만 넘쳐나는 전남대 후문을 진정한 `대학로''로 만들기 위해 뭉쳤기 때문이다. 물론 전남대 후문은 `시작''일 뿐이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문화적 끼를 발산할 수 있는 `도심 속 문화공간''을 광주 구석 구석에 만드는 것이다. 끼있는 젊은이들을 `네트워킹''하는 것도 목표다. 그래서 그 네트워크를 통해 광주에 문화다운 문화를 전하고 싶은 꿈도 가지고 있다,
`모난돌''의 출발은 3명이었다. 우리대학 법학과에 재학중이던 한길우(30)씨가 지난 2000년 5월, 기존의 전남대 학보와 차별성을 띤 인터넷 웹진 `모난돌''을 만들었다. `전남대 제2신문사''를 표방한 이 문화관련 웹진을 운영하던 한씨는 `취재''를 넘어 `실천''으로 옮겨가고 싶었고 사이트를 들락거리던 몇몇 열혈분자들이 모여 지금의 모임을 만들었다.
주로 전남대생들 중심으로 운영되던 `모난돌''은 인터넷 사이트 다음에 카페(cafe.daum.net/monandolsalam)를 오픈하면서 타 대학생과 청소년·주부까지 그 참여폭이 확대됐다. 특히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월드컵 기간동안 계속됐던 거리 응원 덕에 모난돌의 회원수는 1천명을 넘어섰다.
모난돌이 처음 준비한 행사는 비디오 테잎·책·CD·레코드 등 자신이 쓰던 물건을 사고 파는 개미장터였다. 올봄 부터는 매주 토요일 전남대 후문에서 작은 대학로 축제를 열고 있다. 미술·만화·사진 전시회를 비롯, 록과 댄스 페스티벌 등 다채로운 행사를 펼치고 있다.
길거리 특강도 모난돌의 대표적인 행사다. 문성근씨가 대학문화에 대해 강연했고 TV에도 출연하는 전남대 미즈노 순페이 교수가 `이런 광주에서 살고 싶다''라는 주제로 좋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난 4월에는 길거리에 이불을 깔고 앉아 영화를 보는 거리 이불영화제도 진행했다.
최근 모난돌이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외국어 문화의 거리''다. 서툰 외국어 실력이지만 당당하게 그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또 배우면서 서로가 상대방 문화를 알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기획이다.
모난돌이선포한외국어 문화거리는전남대 후문에서공대가는가로수길.외국어자원봉사단체인 `광주아이코리아''(cafe.daum.net/IGV)와 연계해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3일 첫모임을 가졌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오는 9월7일 두번째 모임을 갖고 이후로는 매주 토요일 오후6~7시 사이 문화의 거리를 운영할 계획이다.
`모난돌''은 사회단체들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진행중이다. 지난 3일 광주 인권운동센터와 함께 열었던 `아주 특별한 게릴라 영화제''가 그 시발점이었다. 오는 24일 `이방인''을 주제로 두번째 영화제를 계획중인 모난돌은 제3회 광주인권영화제가 열리는 10월12일 전남대 후문 앞을 차없는 거리로 만들어 `인권의 밤'' 행사를 펼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모난돌은 최근 북구 향토문화의 거리에 있던 사무실을 전남대 후문 앞으로 옮겼고 수익 사업으로 카페를 운영할 계획이다. 행사를 진행하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자금''이었기 때문이다. 거리 응원전처럼 큰 행사는 일부 스폰서를 잡기도 했지만 결국은 회장과 몇몇 회원의 주머니를 털 수밖에 없었다. 회원들은 이 곳을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각종 문화 정보가 넘치고 흥겨움이 가득한 `문화 아지트''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또 광주시나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기금을 받기 위해 정식 사회단체로 등록하는 것도 검토중이다. 사실, 모난돌은 그 `지원''이라는 형식에 뒤따르는 일정 정도의 `간섭''이 자신들의 자유로운 날개를 꺾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자유분방한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자신들만의 독특하고 엉뚱한 행사야말로 모난돌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원들의 회비나 후원금 만으로 모임을 꾸려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한길우 회장은 “9월부터는 행사를 줄이는 대신 전남대 후문 앞이 왜 아름다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하는지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후문 지역 상인들과 학교, 북구청, 총학생회 등과 논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광주일보 金美垠기자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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