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대학에는 성희롱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 본부 소속 학내 성폭력방지대책위원회 이외에 학생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성폭력 전문기관이 없는 상태다. 이제까지 학생들이 성희롱과 관련된 작은 문제들을 털어놓던 총여학생회도 없어서 상담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학내 성폭력방지대책위원회는 지난 2002년 학생지원처장을 위원장으로 하여 7명으로 구성된 상설기구로 우리 대학 내에서 일어나는 성희롱, 성폭력 사건을 상담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1년에 두 차례 정도 성폭력 관련 전문 연사를 초청해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성교육과 함께 성폭력방지대책위원회를 홍보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상담업무는 별도의 상담기관 없이 피해학생들이 학생지원과에 직접 방문하거나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해 상담을 요청할 때 위원회 내의 여성교수들이 담당하고 있다.
큰 사건뿐 아니라 사소한 성문제에 대한 상담도 극비리에 가능하지만 성폭력방지대책위원회에 대해 알고 있는 학생들이 적고 알고 있는 학생들도 접근이 어려워 활발히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이 부담 없이 성희롱과 성폭력에 대해 문의할 수 있는 창구인 성폭력 상담센터 홈페이지가 열리지 않는 실정이다. 성폭력방지대책위원장인 문승주 학생지원처장은 “이전에는 열렸었는데 인터넷 상담이나 접수가 거의 없어서 휴면 홈페이지가 됐다”며 “빠른 시일 내로 복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 제정 당시 초안내용에 비해 많이 축소되고 누락됐던 성희롱, 성폭력 예방 규정은 아직까지 개정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에 대해 문승주 학생지원처장은 “규정에 문제가 있다면 바꿀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다른 대학들은 대부분 성폭력 관련 전문기관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는 2000년 성희롱, 성폭력 관련 규정 재정과 함께 성희롱, 성폭력 상담소를 개소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상담을 해주지만 사건처리가 시급한 경우 실명을 밝히고 적극적인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의 성폭력예방 교육 수강률을 높이기 위해 해마다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성희롱상담실은 성폭력예방과 대처방안이 담긴 국문 브로셔와 더불어 영문 브로셔를 만들어 외국인 여학생들도 볼 수 있도록 비치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양성평등센터에서는 축제 기간에 맞춰 성문화 주간행사를 개최하기도 했으며 개인면접상담, 집단상담, 사이버상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성희롱, 성폭력에 관한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사이버 상담의 경우 메일을 통해 답변을 해주는 비공개상담실과 성과 관련된 고민을 공유하고 조언을 주고받는 동료상담실로 나누어져있다. 동료상담실은 글쓴이의 실명은 공개되지 않지만 글과 그에 대한 답변은 공개된다. 경북대학교의 경우는 과도기적형태로 2005년부터 학생상담소에서 성폭력상담업무를 병행하고 있으며 성폭력방지대책위원회는 별도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같이 성폭력상담기관이 별도로 설치되어 있어 학생들이 성폭력, 성희롱 상담을 보다 쉽게 요청할 수 있도록 조성해놓은 다른 대학에 비해 우리 대학은 성폭력관련기관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전문성에 있어서도 부족한 편이다.
문승주 학생지원처장은 “성희롱이나 성폭력 자체가 피해자보호를 우선으로 하고 있어 시스템상으로 명쾌하게 해결되는 사안이 아니어서 안타깝다”며 “성폭력방지대책위원회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고 대학이 자체정화능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우리 대학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희롱 피해학생들이 편하게 상담할 수 있는 별도의 전문기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더불어 성폭력관련기관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관심과 자발적인 참여가 선행되어야 학내 성희롱문제가 해결되고 올바른 성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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