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문화’의 생명은 개성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는 톡톡 튀는 모습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대학문화, 글짓기, 독서, 심지어 진로도 같은 학생들의 모습은 모두 하나가 되어버린 느낌을 준다. 오늘날 우리 대학 학생들의 획일적인 모습을 조명해 본다. /엮은이

드라마 여주인공이 입었던 옷을 보고 똑같은 것으로 구입한 A양. 등교 길에 그 옷을 입은 학생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 민망하기만 하다. 도서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들어간 열람실 책상들에는 똑같은 공무원시험 문제집들이 빼곡하게 놓여 있어 공무원 독서실을 연상케 한다. 오늘은 자기소개서 작성 수업이 있는 날, 같은 구조와 식상한 내용들만 흘러나올 뿐 진정 누구를 소개하는 글인지 알 수가 없다. A양이 오늘 학교에서 본 사람은 여러 명의 학생들이 아니라 한 명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독창성 부족한 ‘대학생 글쓰기’

‘주인공이 너무 불쌍하다’ ‘이 소설은 너무 감동적이다’...이는 수업 과제 중 하나인 독서 감상 쓰기에서 대학생들이 쓴 글이다. 문학작품에 대해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감상평이 나와야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의 경우 단순 감상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미니홈피, 개인 블로그에서 순간 느낌을 생각나는 대로 적는 것에 길들여진 학생들은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다. 리포트 또한 텍스트를 꼼꼼하게 분석하여 자신만의 의견을 표현해야 하는데, 학생들에게는 텍스트 분석이 버겁게 느껴진다. 글쓰기 훈련이 잘 되지 않은 학생들은 인터넷을 베끼거나, 몇 천원을 지불하고 리포트를 사기도 한다.

김지나 양(지리·1)은 “초등학교 때부터 다른 학생들과 비슷한 주입식 교육을 받아왔고 막상 내가 글로 표현하려고 하면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런 학생들에 대해 ‘글쓰기’ 강사인 양영희 강사는 “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고의 틀까지 막혀 버린 것 같다”며 “좀 더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글쓰기를 위해서는 문장, 문단 등 기본지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기초적인 글쓰기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수업시간에 모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니다”며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얻지만 깊이 있는 사고가 부족해 정작 자신의 의견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들의 감상이 중요한 ‘한국음악의 이해’ 강의를 하는 안희봉 교수(국악·해근)는 “학생들이 느끼는 것이 비슷하며 어떤 의무감에서 표현하는 것 같다”며 “대부분 사전지식이나 깊이 있는 생각 없이 공연을 감상 한다”고 했다.

안정된 직업, 그 중에서도 공무원

백도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학생들의 수와 후문 주변의 공무원학원들이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다양한 꿈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종합인력개발센터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 대학 학생들이 희망하는 직종으로는 남·여 전체 응답자 중 공무원이라는 응답이21.1%로 가장 많았다. 또한 직업 선택 시 고려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에 안정된 직업이 32.9%로 나타났다.

이렇듯 취업하기가 어려운 사회적 상황 때문에 전공을 살리기 보다는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는 경향을 많이 볼 수 있다. “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가”라는 물음에 문 양은 “적성도 중요하지만 안정된 직업도 중요하다”라며 “남들보다 일찍 시작 하는 것이 나을 거 같아서 빨리 시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또 대학을 입할 할 때부터 공무원을 염두 해 두거나, 대학생활을 보내다가 막연하게 공무원을 꿈꾸기도 한다. 우리 대학 학생들의 공무원 공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학교에서도 방학 때 공무원 준비 강좌를 개설하기도 한다.

전대인들 모두 비슷한 취향

우리 대학 도서관 대출 10순위 중 판타지소설이 5개의 순위를 차지했다. 이 결과에서 어려운 책은 기피하고 흥미위주의 책만 찾는 학생들의 독서습관을 알 수 있다. 또 많은 학생들이 ‘무한도전’, ‘웃찾사’ 등의 오락프로그램을 선호하며, 드라마와 유명가수의 유행가를 좋아하는 등의 음악적 취향도 비슷하다. 이 같은 대중문화의 형성은 대중매체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해광 교수(사회· 문학정보사회)는 “대중매체는 본래 시청자를 즉각적으로 몰입하게 하는 속성이 있는데 최근에는 더욱더 현실에 직접적인 효과를 미친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 ‘FOX’방송의 ‘The swan(미운오리 백조 되기)’와 종영한 우리나라 ‘동아TV’의 ‘도전! 신데렐라’ 등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그 예이다. 박 교수는 “대학 내의 문화가 자리 잡히지 않은 상태여서 전반적으로 젊은 학생들의 문화가 대중문화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교수는 “대중매체에 깊이 접촉하지 말고 이러한 것을 비판적으로 평가해보고 반성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독특한 헤어스타일로 자신을 표현한 정 모군은 “거창하게 보이려고 한 것이 아닌데 주변 사람들이 웃으며 너무나 낯선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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