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운동의 위기

과거 학생운동은 우리나라 민주주주의가 정착해가는 굴곡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4·19혁명, 5·18민주화운동에 이어 6월 항쟁까지 학생운동은 언제나 그 중심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현대사와 아픔을 함께해왔다. 그러나 근·현대사에서 사회변화에 큰 힘을 발휘했던 학생운동은 사회의 변화와 함께 위기에 봉착했다.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열거 할 수 없을 만큼 정치, 문화, 경제,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변화를 맞았고 이런 사회적 변화를 배경으로 학생운동 또한 예전과 달라졌다. 그러나 변한 것은 학생운동 자체가 아닌 이것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과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사회에 민주화가 보편화되고 학생운동은 변해가는 한국사회와 대학사회를 빠르게 인지하지 못했고 학생운동은 그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채 사회와 괴리감을 드러냈다. 이 시대의 흐름에 맞는 의제를 형성하지 못하고 현재 학생들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을 함께 하지 못한 것이 현재까지 흘러온 학생운동의 모습이다. 이 같은 문제와 더불어 학생운동은 그 중심에 있어야 할 학생들의 무관심 문제를 안고 있다. ‘운동권’이라는 말은 이데올로기와 연결되면서 이데올로기보다는 미래의 취업 걱정을 하는 요즘의 학생들과 더 멀어지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학생운동은 공통적 관심사가 사라지면서 위기를 맞게 되었다.

 

시대에 동떨어져 가는 학생운동

앞에서 언급했듯이 민주화의 발전과 경제성장이라는 사회변화 속에서 ‘반미, 국가보안법’ 등의 이념적인 활동은 더 이상 대학 사회의 담론화가 되기엔 설득력이 부족해졌다. 이는 곧 학생회 활동에 대한 저조로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우리 대학은 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지속적으로 총학생회 후보단독출마, 투표율저조로 인한 연장투표, 후보 불출마로 단대후보불출마로 지연되는 현상 등이 나타나기 시작해 2000년도에 접어들면서 더욱 심화되어 왔다. 이현주 양(정외·2)은 “학생운동을 해도 세상은 변한 게 없기 때문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며 “시대는 변하는데 운동은 여전히 과거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학생운동에 대한 대학생들의 반응은 예전 같지 않다. 현재 우리 대학 총학생회 홈페이지 게시판과 학교 홈페이지에는 총학생회에서 진행하는 학생운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DCinside’ 우리 대학 갤러리에 아이디 ‘zires’는 플래카드 사진과 함께 “정치색 짙은 플래카드는 학생회관 근처에만 걸었으면 한다”며 “그들만의 생각을 마치 모든 학생들의 생각처럼 내세우지 않았으면 한다”고 글을 올렸다. 또한 “개인의 정치성향이 진보라고 생각해왔는데 민족대학이라는 우리 대학이 한총련의 의견을 여과 없이 수용 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는 학생들이 총학생회의 한총련 활동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의견에 대해 부총학생회장 박상희 군은 “우리 사회는 분단이라는 특수성이 있으며 학생운동은 그 특수성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 기준이 있고 한국사회는 이루어야 할 절대적인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운동의 비판은 한총련 탈퇴여부와 관련해서 이미 연세대, 고려대 등 일부 타 대학에서 여론화되고 있다.

현재 우리 대학 총학생회장 류선민 군은 한총련 15기 의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들의 여론은 외부단체에서 의장으로서 활동 하는데 학생들의 의견이 먼저 수렴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지혜 양(정외·2)은 “우리 손으로 뽑은 대표자가 외부 단체 의장으로 나서면서 학생들의 동의 없이 활동하는 것은 잘못 된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한총련은 요즘의 다양화된 대학생들의 고민을 나누지 못하는 것 같아서 이런 단체에서 의장으로서 활동 할 때는 최소한 선거 유세 당시에 알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박상희 부총학생회장은 “의장 선거에 출마하기 전 각 학과 회장들이 참여하는 확대운영위원회(이하·확운위)라는 기구를 거쳐 결정 된 사안”이라며 “방학기간이라서 학생총회나 전학대회에서 다루지 못 할 뿐 그 당시에 최고 의결기구인 확운위에서 통과되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상희 군은 “왜 한총련이 전남대를 요구하는지 살펴보아야 하며 우리 대학이 과거 현대사에서 사회에 대한 행동, 비판, 대안을 마련했던 역사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부총학생회장이 말했듯이 우리 대학이 현대사에서 민주화를 위해 세운 힘은 지대하다. 하지만 사회는 그만큼 변했고 학생운동과 한총련은 변화된 사회에 맞추어 학생들과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한총련이 우리 대학을 요구한다면 총학생회만이 참여하는 것이 아닌 학내 여론이 함께 참여해야 할 것이다.


학내 구성원의 공감 끌어내야

지난달 연세대에서 불거져 나온 한총련 가입 시 학생들에게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학생회칙 개정안이 26.7%의 저조한 투표율로 무산된 바 있다. 이는 아직까지도 학생운동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학생들의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대학생이라면 사회 내에서 자행되는 모순과 부조리 타파에 관심을 갖고, 바로잡으려는 고민과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성의 전당인 대학 내에서 한창 키워나가야 할 이러한 시민의식들이 ‘취업고민’에 가려져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노승기 군(지리·3)은 “등록금 투쟁과 같이 직접적으로 학내구성원들을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은 긍정적이다”면서 “올해는 강연회, 우산 나눠주기, 다이어리 등 학생들의 복지향상 프로그램들이 눈에 자주 띄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내에 반미투쟁, 한나라당 비하 등 정치성을 띈 플래카드와 퍼포먼스 등은 공감이 가지 않는다”면서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총학생회에서 하는 반미운동, 국가보안법폐지 주장에 대해서 공감은 하지만, 실제로 참여의 절박함이 가슴으로 와 닿지 않는다”는 최 모(지환·3)양의 지적처럼 학생들의 가슴에 와 닿는 학생운동으로의 모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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