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이나 학계는 학문의 분화가 심각하다. 대학 내에서 이공계와 인문계가 학문의 교류 없이 분리되어 있고 학문간, 전공영역 간에도 학문의 독립화가 심각하다. 이런 학문의 분리화는 사회에 나가 철학 없는 기업인이나, 기술자를 양성하기도 하고 노사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학문의 분리화, 독립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우리나라 학계는 ‘통합 학문’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전대신문은 개교 55주년을 맞아 우리 대학의 미래 과제 중 하나를 통합학문이라 보고 미래 학문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살펴 보고자 한다. /엮은이



학문의 전문화가 학문간 분리 가져와

대학과 학계의 학문 분화현상이 심각하다. 학문 간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아리스토텔레스, 다빈치, 정약용 같은 학자들이 있었다면 현대는 다양한 부분의 방대한 지식을 수용하는 학자들이 탄생하기가 어려운 시대다. 어떤 분야의 최고 권위자만 존재할 뿐이다.

학문의 전문화 경향은 대학의 학사 개편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초기 대부분의 대학은 문리대(인문대, 사회대, 법대, 자연대)로 출발했지만 학문의 전문화로 인문대, 사회대, 법대, 자연대로 분리 되었다. 서울대의 경우 1960년까지 문리대로 존재했지만 1974년 이후 문리대는 해체됐다. 우리 대학 또한 1979년에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대학으로 분리했고 이후 더욱 세분화 되었다. 이 때는 학사 분리가 학문의 전문화를 가져온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학문의 전문화는 학문의 분화를 가져옴으로써 많은 문제점을 안게 됐고 학계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황우석 교수 사건은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통합이 요구되는 단적인 예이다. 생명윤리 학자들이 참여하지 않았던 그 연구는 엄청난 폐해를 가져왔다. 특히 자연과학은 연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현실적으로 직접적 관련이 되는 분야이므로 더 많은 윤리적 성찰과 반성이 요구된다.

 
통합 학문을 위한 움직임

아리스토텔레스, 다빈치, 정약용 등 역사에서 통합학문을 실천한 인물들은 여럿 있다. 또 20세기 초반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비엔나 학단이 있다. 비엔나 학단은 논리 실증주의로 통합학문의 필요성을 깨닫고 통합학문을 주장했지만 널리 전파되지는 못했다.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통합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 사회생물학이라는 영역을 창시했다.

지금은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에드워드 윌슨의 ‘Consilience’를 번역하면서 통합학문을 연구하고 있다. 또 최재천 교수는 ‘학문 간에 서로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를 개발하고 서로 얘기하면서 학문 간 장벽을 낮추면서 함께 깊은 우물을 파고 들어가자’ 라는 취지로 통섭원을 만들고 ‘통섭’이라는 책도 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통합교육이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외 명문 대학들도 통합교육의 필요성을 깨닫고 학술교류를 통해 점진적으로 학문 간 벽을 허물고 있다. 이렇듯 최근 학문 간 통합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대학들은 크고 작은 학문의 분절로 인한 문제를 소극적이지만 폐해를 극복하려는 노력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 대학 내 학문간 간격 좁히기 노력

우리 대학에서는 인문계와 이공계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공학윤리’와 ‘현대과학과 철학’과 같은 과목을 신설했으며 인문계 학생들이 교양과목 이수 시 자연대 과목을 필수로 이수하게 되어 있다. 공학윤리와 현대과학과 철학은 공학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있어 전문지식과 더불어 인문·사회학적 소양, 직업의식과 윤리를 학생들에게 심는 것이 목적이다.

‘공학 윤리’를 강의하고 있는 김양현 교수(철학·서양근세철학)는 “우리 대학에서 학문 간의 벽을 허물고 서로 소통하며 진리를 추구하는 ‘통섭학문’의 수준이라고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특화된 분과학문이 지니는 장점도 있으나 학문 간의 벽을 넘어 통합하고 담론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과학과 철학’을 강의하고 있는 박병기 교수(시간강사·독일근대철학)는 “현실적으로 어렵긴 하지만 생명 공학자들과 윤리·철학 전공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각 분야의 BK 사업단들이 일 년에 한 번씩이라도 모여서 서로의 입장과 생각을 공유하는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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