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시 부문에는 12명의 작품 51편이 응모되었다. 응모작의 수가 예년에 비해 많이 늘었다는 점이 우선 반가웠다. 그 수준 역시 상당히 높아져서 과거 응모작에서 종종 보이던 치기어린 형태시나 상투적 표현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처럼 시를 쓰는 ‘솜씨’가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적 정서가 자의식에만 갇혀있는 경우가 많아 독자를 감동시키는 ‘동력’은 전반적으로 부족해 보였다. 시는 언어를 부리는 기교 이전에, 세계에 대한 치열한 자기 성찰에서 잉태되는 것임을 응모자 모두에게 당부하고자 한다.
 

여러 차례 정독을 거친 결과 3번의 ‘장’과 6번의 ‘모니터, 하루살이’, 9번의 ‘드릴’, 10번의 ‘파노라마’ 등 네 편이 마지막까지 심사자의 손에 남았고, 이 중에서 10번의 ‘파노라마’가 1석으로의 비교우위를 점하였다. ‘장’은 재래시장의 정경을 순 우리말을 사용해 묘사하려는 시도가 눈길을 끌었지만, 모든 어휘를 고유어나 방언으로 바꾸려다보니 억지스러움을 면하기 어려웠다. ‘모니터, 하루살이’는 시적 대상에 대한 관찰력과 이를 정서화하는 상상력이 나무랄 데 없었음에도, 하루살이에 대한 묘사를 너무 지루하게 진술하고 있어서 오히려 시적 긴장감을 반감시키고 말았다. ‘드릴’은 시상의 집중성이 돋보이고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면서도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내지만, 반면에 시적 호흡이 길지 못해 독자와의 교감을 오래 지속시키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대상작으로 선정된 ‘파노라마’는 수족관에 죽어있는 ‘게’를 응시하면서 수면에 파노라마를 일으키며 죽어가는 익사의 순간과 그 죽음의 의미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시상을 떠올리는 독특한 상상력도 일품이지만, “죽지를 뜯으며 달이 스스로 제 비계를 떼어내고 오른쪽으로 스러져가는 것을 보았다”, “게들이 잘린 손목처럼 서로를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와 같이 뛰어난 묘사력 또한 겸비하고 있어 산문시이면서도 서정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장점을 보여준다. 당선을 축하하면서, 다만 너무 낯선 이미지나 자의식의 파편들로 인해 독자와의 시적 소통이 정도 이상으로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경계하기 바란다.
 

시 부문에 응모한 모든 학생들에게 아낌없는 격려를 보낸다.

김동근 교수(국어국문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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