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통은 둥글고 깊었다 불판으로 고개를 늘어뜨린 추락형 굴뚝이 결대로 찢어지는 살점, 비행의 관능을 육질로 기억시키기 위해 거꾸로 솟아 끊임없이 숨을 들이마시고 있었다 지난한 어느 시절을 가로질렀을 죽지를 뜯으며 달이 스스로 제 비계를 떼어내고 오른쪽으로 스러져가는 것을 보았다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던 여름이었다 우리는 계절에 따라 여러 가지를 구워 파는 작은 수족관이 딸린 대폿집에 앉아 있었다 아스팔트길을 몇 시간이고 달려왔을 게들은 바다에서 뭍으로 실려 오기만 하면 서둘러 배를 뒤집고 죽어나갔고 우리는 익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온몸의 물기를 말리려고 삼일동안 악만 써댔었다는데 아직도 그의 친구는 물이 불어 차는 철이면 밤마다 그의 이불 속에서 발목부터 기어오른다고 했다 첨벙첨벙 충혈된 눈이 그의 불안을 증명했다 사람이 이틀 정도 물속에 잠겨 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느냐고 그는 내게 물었다 때마침 게의 파노라마가 딱딱한 껍질에 물결무늬를 내며 지나갔다 끝내 죽어가던 게는 자신의 집게로 헝겊처럼 물에 젖은 목숨을 댕강댕강 잘라내고 있었다 허옇게 설은 거품들 사이 비져 나온 익사의 솔기들이 마지막 혼신의 부력으로 떠다녔다 수족관에는 게들이 잘린 손목처럼 서로를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