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대학신문은 기성언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진리와 양심 그리고 진보적 관점과 논조로 많은 대학생들의 지지와 성원을 받았다. 대학신문의 역사는 이러한 시대의 선구자의 역할을 옳게 수행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노력해온 역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학신문은 예전의 위상과 영향력이 크게 감소했고 신문사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대학신문의 현황을 들여다보고, 대안에 대해 모색해본다.

/엮은이

▲ 위기의 대학신문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이하·전대기련)에서는 2004년 몇몇 대학의 학생들에게 대학신문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우선, 대학생들이 대학신문을 잘 읽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다수의 대학생들이 대학신문을 5분 미만의 시간동안 대충 훑어보고 아예 보지 않는 학생들도 상당수이며 발행주기나 배포장소도 알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교육부 국정감사 보도자료에서 국회 교육위 소속 최재성 국회의원은 대학신문의 현황에 대해 조사했다. 이 조사는 대학들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5년 간 대학 신문사 운영 현황’을 분석해 발표한 결과이다.
대학별 기자 수를 분석한 결과 2005년 조사 대상의 46.2%인 54개 대학이 8명 이하의 기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대학별 평균 발행 면수가 8면인 점을 감안하면, 기자 1인이 1면씩을 담당하면서 업무 강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 준다. 특히 조사 대상의 18.8%인 22개 대학은 기자 수가 5명 이하여서 신문 제작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학생 (편제) 정원이 2만 명 이상인 8개 대학의 경우에도 2001년에는 기자 수가 모두 12명 이상이었으나, 2005년에는 3곳이 8명 이하로 줄어들었으며, 이 가운데 1개 교는 5명 이하로 줄어들어 학생 기자 감소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대학 규모별로 2001년과 2005년 신문 발행 횟수를 비교한 결과, 연 21회 이상 발행한 대학 비율은 감소했으나, 연 10회 이하로 발행한 대학 비율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21회 이상 발행한 대학 비율은 01년 22.8%에서 05년 16.3%로 감소했으나, 연간 10회 이하로 발행한 대학 비율은 01년 33.3%에서 05년 35.0%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생 (편제)정원 1만 5천명 이상 대학의 경우, 2001년에는 21회 이상 발행한 대학이 17개교였으나, 2005년에는 12개교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대규모 대학에서도 신문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대학신문의 문제 요인
대학신문이 예전에 비해 위상과 영향력이 감소하고,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전대기련에서는 2004년 ‘새로운 대학신문 연구보고서’에서 대학신문이 예전에 비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와 그에 대한 방안에 대해 알아보았다.
 

보고서에는 대학신문이 대학사회에서 여론의 거점이 되지 못하고 여론을 형성시키거나 주도해나가는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사회적으로 보면 언론의 영향력은 날로 확대되고 있고, 언론보도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도 적극적이고 다각적으로 나타나는데 반해, 대학신문의 영향력과 학생들의 반응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대학신문이 식상하고 차별성 없는 기획과 아이템으로 채우고, 대학신문의 기사나 편집 등에서 투박하고 도식적인 경향이 변하지 않고 있다. 결국 대학신문이 처해있는 현실의 위기는 이러한 새로운 시대와 대중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서 그 본질적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리 대학 신문에서는 윤이나 양(지리·3)이 “구독자를 위한 신문이 아닌 전대신문사를 위한 신문인 것 같다”며 “대학의 지성인들의 목소리를 하나의 목소리로 모아 이끌어가는 매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고 했다. 배병환 군(사학·2)은 “딱딱한 기사만이 크게 다뤄지고 소소한 소재를 다룬 기사가 적다”며 “‘나와는 관련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종이신문 어찌되나
현재 인터넷이 활성화되고, 인터넷 신문이 뜨고 있다. 신문사들 중에 인터넷 부서를 따로 두어 인터넷 신문을 관리하는 곳은 드물고 종이 신문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신문의 필요성을 느끼고 종이신문과 인터넷신문이 상호 보완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남승희 대학주보 편집장은 “인터넷, 종이 신문으로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둘 다 감싸 안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인터넷으로는 단순 보도기사를 업데이트하고 지면으로는 심층 분석과 기획기사 위주로 제작하고 있다”고 했다.
 

외대학보 홍은미 편집장은 “업데이트 할 때마다 댓글도 달리고 기사에 대한 의문점을 제시하는 독자들도 있다”며 “인터넷 신문은 독자들의 의견과 여론을 수시로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종이신문을 제작할 때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 된다”고 했다.
 

이의정 전대신문 주간교수는 “현재 신문이 주간으로 발행되고 있지만 시의성이 떨어지는 기사가 많다”며 “인터넷 신문은 속보성을 지킬 수 있도록 활용하고, 종이신문은 좀 더 심층적인 부분을 다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병언 부대신문 주간교수는 “인터넷 신문이 뜨고 있다고 해서 여전히 종이 신문의 형태로 발간하는 것이 독자를 확보하는 데 훨씬 더 유용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인터넷 신문은 여러 호의 기사를 저장해놓았을 경우 지난 기사를 쉽고 빠르게 검색하는 데 유용할 것이다”고 했다.

 

▲ 인력난 심화 신문사 운영도 어려워
하지만 예전에 비해 대학신문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대학신문 조직상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힘들어지고 있다. 최재성 의원이 조사한 자료에서는 대학신문 기자수가 적어 노동 강도가 강하고, 몇몇 대학에서는 신문을 만들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주요대학에서는 기자수로 인해 신문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적지만, 기자 수 이탈 등의 고민이 있다. 이에 기자들이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점이 필요하다.
 

전대기련의 ‘새로운 대학신문 보고서’에서는 대학신문 내 조직의 분위기와 대학신문의 스스로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턱없이 부족한 기자수로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는 커녕, 매번 신문내기에도 급급하다.
학과공부, 취업걱정 때문에 신문사를 포기하는 기자들, 기자활동의 재미와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기자들이 많아진다. 또한 기자들의 특성을 무시한, 틀에 박힌 조직운영 등이 문제다.
 

노혜성 전북대신문 편집장은 “기획회의부터 취재, 원고작성 등으로 이어지는 과다한 업무와 더불어 사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규칙적인 휴가 등이 주어지지 않아 신문사에 얽매이게 된다고 생각하며, 이를 이유를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병언 부대신문 주간교수는 “일정 학점을 인정, 장학금이나 수당의 대폭적인 인상, 총장의 직인이 찍힌 경력증명서등의 기자들에게 제공할 다양한 혜택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 대학신문의 위상과 영향력의 감소
이의정 교수는 “옛날에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대학신문의 입사경쟁력도 높았고 신문기자가 되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의 대학신문은 예전에 비해 위상과 영향력이 많이 떨어졌다. 인력난으로 인한 신문사 운영의 어려움과 함께 대학가에 대안언론의 등장, 학생들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등으로 대학신문이 학생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남승희 대학주보 편집장은 “여러 대안 언론들이 나오고 학내에도 많은 언론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독자들의 기호에 따라가지 못하고 80, 90년대의 대학신문만을 고수하려는 보수적인 움직임이 그 이유이다”고 했다.
 

배현정 부대신문 편집장은 “현재 대학신문은 구독률의 위기에 이어 참여의 위기, 분열의 위기, 무관심의 위기, 나아가 존재의 위기까지 오고 있다”며 “이는 대학신문이 학생들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신문을 제작하는 참여자조차 자신과 떨어진 기사를 쓰거나 고민은 많이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홍선희 강대신문 편집장은 “구성원에 필요한 학내 정보를 알리고 학내 현안에 대해 비판적으로 알아보고 알리는게 학교신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전보다 신문의 위상이 떨어졌을지 모르나 아직까지 학내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고 했다.

 
▲ 대학신문이 나아가야할 방향
이처럼 신문사 내부 조직 운영의 어려움, 대안 언론의 등장, 대학신문의 위상과 영향력의 감소 등으로 대학신문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학생들의 삶과 생활에 다가가고, 전문성을 갖출것을 요구한다. 또한 예전 8~90년대의 신문에서 탈피해 새로운 신문으로 거듭나는 게 필요하다.
 

전대기련 ‘새로운 대학신문 보고서’에서는 학생들의 초미의 관심인 등록금 등 대학과 교육문제에 대해 단순 나열식으로 다뤄내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답게 심층적이고 분석력있게 다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신문은 어느 신문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학내 사안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다뤄 내야한다. 또한 대학생들의 삶과 생활, 활동을 다루는 비중을 높여야 한다. 대학신문이 친근한 벗, 동무라 할 때 대학생들이 더 애정과 관심을 갖고 지켜 보며, 따끔한 충고와 격려를 해 줄 수 있다.
 

대학생들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며, 파격적인 변화를 즐긴다. 편집뿐만이 아니라 기사, 기획에서도 참신하고 새로운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발행체계, 발행횟수, 제호 등등 기존의 것들을 학우들의 눈과 시선으로 재검토하고 이를 개선하는 파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주현 경북대신문 편집장은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선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운동권의 성향과 겹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고 비판한다”며 “학생 사회 분위기가 바뀌고 사회 흐름이 변화한 만큼 신문에도 급진적이고 투쟁적이지 않은 방향으로의 변화가 보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선희 강대신문 편집장은 “대학신문이 필요한 점은 유수 일간지와 다르게 대학신문만의 특징을 나타낼 수 있게 대학생 기자들의 깨어있는 사고로 창의력 있고 우리 대학생들만이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개성 있는 신문을 만들어가는 개척정신이 더욱 더 필요하다”고 했다.
 

이의정 교수는 “‘어떤 이념을 가지고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예전에는 사회적인 문제가 초미의 관심이었다면 현재는 대학 내 정보, 학생들의 삶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관심사이다”고 했다. 또한 “여론을 형성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측면이 관건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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