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10대 때는 너무나 되고 싶었던 그러나 20대가 되고 보니 내 나이 앞에 붙어있던 십의 자리 1을 너무도 그립게 만드는 단어다. 이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쨌든 스무살이 되는 후배들은 ‘나도 이제 어른이 되었다’고, ‘나도 이제 스무살’이라고 환히 웃는다. 이 친구들에게 성년의 날 향수, 장미, 화장품처럼 낭만적인 것이 또 있을까.

스무살, 이건 젊음이고 열정이며 미래의 나를 알려주는 열쇠다. 이 중요한 시기, 먼저 스무 살을 살아본 멋진 선배들의 인생 이야기는 향수, 장미보다 분명 값질 게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은 텔레비전에서 보고 진짜 내 실속 차려라

 

「여자에게-스무살이 되는 당신」(장영희 외 지음, 한겨레 출판). 이 책에는 교수, 배우, 기자, 가수 등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9명의 언니들이 스무살이 되는 여자에게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러나 이 언니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비단 여자들에게만 유용하진 않을 것 같다.

에세이「내 생애 단 한번」으로 잘 알려진 서강대 영문과 장영희 교수는 명품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무지하게 신경 쓰는 그대들에게 말한다.

“내가 스무살 때 쉰 살 어른들이 가끔 겉모습, 즉 어떻게 생기고 어떤 옷을 입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단지 마음이 중요할 뿐이라고 말할 때 나도 코웃음 쳤다. 자기들이 돈 없고 못생기고 능력 없으니 합리화하려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내가 살아보니까 그게 사실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고 알맹이다.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은 텔레비전에서 보거나 거리에서 구경하면 되고 내 실속 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재미있게 공부해서 실력 쌓고, 진지하게 놀아서 경험 쌓고, 진정으로 남을 대해 덕을 쌓는 것이 결국 내 실속이다.”

나를 남과 비교하면서 자신을 깎아내리는 것은 결국 중요하지 않은 것을 위해 진짜 중요한 것을 희생하고, 인생을 조각조각 내어 조금씩 도랑에 집어넣는 일이라고 말하는 언니의 조언에 귀 기울여 본다.

 

스무살, 몸의 이력서를 구성하라

 

장영희 말 만큼이나 귀를 솔깃하게 하는 가수 이은미의 조언도 있다. 이은미는 ‘잘 먹고 잘 지내는’ 요즘 아이들이 기운도 약하고 근성이 떨어지는 이유로 ‘몸을 쓰지 않는 것’을 꼽는다.

“몸을 쓰지 않는 일은 힘들지 않다. 피곤하지 않으며 너절하지도, 누추하지도 않다. 땀도 나지 않고, 더러워지지도 않고, 다치지도 않는다. 대신에 단순한 노동이 주는 순수한 기쁨을 알려주지 않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가르쳐주지 않으며, 땀 흘린 대가의 뿌듯함도 느끼게 하지 않고, 다디단 잠, 기쁜 공복감도 영원히 모르게 한다.”

그는 20대, 몸의 이력서를 쓰라 말한다. 그리고 30대가 되어 몸만이 읽을 수 있는 자랑스러운 이력서를 갖게 된다면, 그 이후의 삶은 충만하게 채워질 거라면서… 젊음이 무기인 때는 20대가 지나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고 진지하게 충고한다.

9명의 언니들은 이렇듯 무엇이 진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인지에 대해 과장 없이 담백하지만 진실 되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준다.

 

‘진짜 성공’이 뭔지 궁금하니?
 

성공이란 무엇일까. 좋은 대학에 가서 많은 돈을 벌고,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높은 자리에서 존경받으며 이름을 날리는 정도로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스무살, 너희가 별이야」(김택환 지음, 삼인)책을 엮은 김택환은 말한다.
 

“성공이라는 강요된 신화는 스무 살을 시들게 한다. 무엇이 성공인가. 남들보다 앞서 쓸 만한 자격증을 따는 것,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는 것, 높은 직책을 차지하는 것, 무슨 짓을 해서라도 돈을 많이 버는 것,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 주변에서는 불리한 여건을 딛고 성공한 자들의 신화만을 반복해서 들려준다. 손해 보더라도 착하게 사는 것, 돈은 안 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누구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는 것. 꿈과 희망, 정의에 미래를 거는 일은 위험한, 궤도 밖의 삶이다. 그래서 ‘패배’의 확률이 높은 길은 가지 말라 한다.”
 

그래서 김택환은 주변에서 들려주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기적으로 변해 가는 세상의 물결에 저항을
 

팔레스타인 문제가 곧 우리 문제라고 말하는 팔레스타인 평화운동가 안영민. 그는 말한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식민지예요. 옛날 우리 조선이 일제의 식민지였던 것처럼. 팔레스타인은 이미 우리가 겪었던 전철을 밟고 있는 거고요. 하지만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스라엘은 선한 국가요 팔레스타인은 테러 국가다. 라는 잘못된 시각을 갖고 있어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저항하는 것인데도 말이죠.”
 

안영민은 팔레스타인 문제 관련 자료를 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보고 느끼겠다는 생각으로 팔레스타인에 체류했다. 그리고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다. 타는 속 때문이란다.
 

그는 “스물을 넘겨 성인이 된 친구들에게 운동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며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 그것도 가난하고 힘없고 어렵고 부당하게 상처받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 부대껴 보고, 이기적으로 변해 가는 세상의 물결에 거세게 저항해 보라”고 말한다.
 

나이 서른다섯, 다달이 통장에 쌓이는 월급, 그럴 듯한 집 한 채, 차 한 대 없지만 자신은 행복하다며 눈을 반짝이는 사람. 사람이 언제 죽냐 하면, 눈빛이 죽었을 때 죽는 거라 말하는 사람. 감히 성공하지 못한 삶이라 할 수 있을까.

 

어렵기 때문에 더 해볼 만한 일
 

▲ 힘든 상황에서도 이하영이 버텨 온 힘은 어려움에 도전하는 의지, 그것이다. ⓒ 정경화 (「스무살 너희가 별이야」54p)
연봉 1백만 원. 영화스태프 1년치 임금이다. 그리고 영화 스태프 경력 6년째 접어든 이하영이 말하는 영화 찍는 일은 ‘완전 노가다’이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을 할까.  

“영화에 미치고 중독 됐고. 영화 현장이 그냥 좋아요. 거기 있을 때 살아 있는 것 같고…자꾸 멈칫하게 되고 포기하고 싶을 때면 그 생각해요. 처음 내가 참여했던 영화 마지막 크레디트에 박혀 있던 제 이름이요. ‘이·하·영’. 제가 그 영화에 참여하면서 밤잠 못 자고 땀 흘리고 눈물 흘린 거 아무데서도 찾을 수 없지만 오직 크레디트 한 줄에 남거든요. 그걸 보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데요.”
 

그는 자기 인생의 목표가 껍데기뿐인 성공이나 돈이 아니라면 영화 스태프 일도 해볼 만한 일이라고 말한다. ‘어렵기 때문에 더 해볼 만한 일이다’고 말하는 그의 도전 정신이 아름답다.
 

이외에도 스스로 최고라 하던 직장을 버리고, 집을 팔아 가난과 에이즈로 고통 받는 캄보디아로 간 사진하는 사람 ‘임종진’, 음지에 있던 성적소수자 문제를 양지로 들고 나온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 ‘한채윤’ 등 8명의 희망의 멘토를 만나볼 수 있다.

스무살에게 들려주는 이 선배들의 말이 값진 선물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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