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각박해진 세상 속에서 따뜻한 가족의 정을 느껴보기란 쉽지 않아졌다. 나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 있지만 그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운 것이 가족의 마음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우리 대학 학생들의 아름답고 따뜻한 가족의 사랑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엮은이


“힘들 때나 기쁠 때 함께한 가족”

김신혁(일반·1)

수능을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어요. 고등학교 때 성적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어서 저도 기뻤고 가족들도 기뻐했어요. 그런데 막상 수능을 치르고 성적표를 받았을 때 평소보다 떨어진 성적이 나왔어요. 그래서 저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성적 때문에 크게 상심하고 많이 힘들어했어요. 결국 저는 재수까지 생각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일을 마치고 집에 늦게 들어갔는데 꺼져있던 불이 켜지면서 케익을 들고 가족들이 나오는 거에요. 영문을 모르는 저를 보며 부모님이 제가 대학교에 합격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날 우리 가족은 밤늦게 깜짝파티를 열었어요. 그 동안 같이 힘들어했는데 이렇게 기쁜 소식을 함께 즐길 수 있어 너무 행복했어요. 힘들 때도 기쁠 때도 가족은 제 곁에 있었어요. 그 때의 기억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라디오는 사랑을 싣고”

김수진(법학·2)

어느 날 라디오 방송국에서 누군가가 꽃바구니를 보내왔다고 연락이 왔어요. 방송국에서 라디오 출연을 부탁했고 저는 흔쾌히 승낙을 했어요. 저는 중국에 간 남자친구일거라고 생각하고 라디오 방송을 시작했어요. 라디오 진행자가 신청한 사람이 누구일 것 같냐고 묻기에 저는 남자친구인 것 같다며 쑥스러워 했어요. 그런데 그 순간 전화 연결 너머로 들리는 나지막하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어요. ‘수진아, 놀랬지? 남자친구가 아니어서 실망한거 아니니?’라고 말씀하시는 그 분은 세상에 하나뿐인 아버지셨어요. 아버지의 깜짝 선물에 저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어요. 무뚝뚝한 첫째 딸로 잘해드리지 못했는데 이런 선물을 받고 정말 죄송한 마음이 들었어요. 저는 아버지께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드렸고 아버지 또한 눈물을 감추지 못하시며 사랑한다고 화답해주셨죠. 사랑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잠 못 이루던 밤”

권명화(불문·2)

2학년이 되면서 저는 여수에서 통학을 하게 되었어요. 등교시간, 하교시간이 정말 힘들었지만 1학기동안 아무 문제없이 잘 다니고 있어요. 항상 아침식사를 꼬박 차려주시는 어머니의 밥을 먹는데 하루는 고마운 마음에 목이 메어 밥을 먹기가 얼마나 힘들던지. 통학 첫날에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그날따라 동아리활동으로 막차를 타고 늦은 시간에 집에 가게 되었어요. 조심히 현관문을 열고 발을 들여 놓는 순간 거실 소파에서 졸고 계시는 부모님이 계시는 거에요. 부모님도 힘드실 텐데 주무시지 않고 저를 기다리신 거에요. 그 모습을 보고 집에 들어가기 전 피곤했던 제 몸과 마음이 한 순간에 회복되었어요. 여느 부모님들도 하시는 흔한 일이지만 그날은 저에게 있어 값진 순간이었어요. 그날 밤 부모님께서도 잠을 못 이루셨지만 저 또한 벅찬 감동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많이 미안하고 더 많이 사랑”


이은실(법학·2)

어머니와 사소한 것으로 다투었던 어느 날, 저는 삐죽 나온 입을 하고 인사도 없이 집을 나섰어요. 잠시 그 일을 잊고 학교에 수업을 듣고 있는데 어머니에게 문자가 왔어요. ‘밥은 먹었니?’라는 문자였는데 저는 무심하게도 대답하지 않았어요. 조금은 불편한 마음으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고 집에서 어머니를 볼 생각에 신경이 많이 쓰였죠. 그런데 동네 앞 정류장에서 내리는 순간 저를 기다리는 어머니가 서 계셨어요. 생각지도 못한 일에 기뻤고 한편으로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어머니는 행여나 제가 미안해 할까봐 태연하게 이야기를 하셨고 우리 모녀는 훈훈한 마음으로 집에 도착했죠. 왜 항상 미안한줄 알면서 부모님께 소홀하게 대하는지. 어머니, 미안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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