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말에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말을 지금 대학 사회에 적용한다면, ‘교수님 가까이에 다가가지 않아 그림자조차 밟을 수 없다’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수와 학생의 소통 부재는 대학이 인간적인 교류의 장이 아닌, 차가운 지식 교류의 장의 역할만 하게 한다. 이에 전대신문은 스승의 날을 맞아 교수와 학생이 소통의 장벽을 허물고 올바른 관계 설정을 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대담은 임칠성 교수(국교·국어교육학), 김보람 양(윤교·4), 윤미경 양(지리·1), 이규진 군(중문·3), 오샘 양(독문·2), 나은진 기자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엮은이

 

나은진
나은진 :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교사상은 어떠한 것인가?

임칠성 : 예전에는 올바른 인격 하나이면 교사로서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다수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기본적으로 자기 영역에서 학생들이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전문가적 지식을 전달할 수 있어야 훌륭한 교사라고 말한다. 또한 학생에게 당면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끔 사고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것도 교사가 담당해야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모든 것에 인격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김보람 : 내 기억 속에 좋은 선생님은 학생의 모든 것을 인정해 주는 선생님이었다. 학생의 장점을 하나하나 짚어주면서 학생이 ‘내가 인정받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며 인격을 존중해 주는 교사가 바람직한 교사라고 생각한다.

윤미경
윤미경 : 학생을 이해해 주지만 한없이 부드러운 선생님보다는, 엄격한 제재도 함께 해 주셨던 선생님이 기억에 남는다. 그러한 인성적인 요소에 더해서 자신의 분야에서는 능력 있고 전달력을 갖추는 것도 교사의 중요한 자질인 것 같다.

이규진 : 작년 2학기부터 보육원에 있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사회적 편견과는 달리 보통 아이들보다 순수한 모습에 오히려 내가 비타민을 공급받고 있다. 학업 능률의 향상만이 교사가 담당해야 할 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그 곳에서 느끼고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을 길러주는 힘과 그러한 것들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는 것 또한 교사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샘 : 아직까지 연락을 하며 지내는 선생님은 학창시절에 나와 인간적으로 교류를 했던 선생님이었다. 단순한 지식만을 전달했던 선생님은 그 순간에는 존경하지만, 수업 외에 사람 대 사람으로 대화하고 함께 했던 선생님들은 오래도록 가슴속에 기억되는 것 같다. 그러한 교사가 좋은 교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은진 : 함께 대화를 나눠 보니 역시 인격과 지식을 두루 갖춘 교사가 바람직한 교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여기서 좀더 교사에 대한 폭을 좁혀 바람직한 교수 상은 무엇일까 하는 물음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대학 사회에서 나오는 비판 중 하나가 교수가 교육 중심보다는 논문을 쓰고 학술지를 게제하는 등의 실력 올리기에만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임칠성 교수
임칠성: 내가 생각하기에 연구를 많이 하는 사람이 교육도 잘한다고 생각한다. 연구는 전문성을 갖추는 것으로 이는 하나의 학문 시장을 형성한다. 하지만 교수는 교육적 책무가 있기에 이를 저버려서는 안된다.

나은진: 그렇다면 학생이 지녀야할 태도는 무엇일까?

임칠성 : 기본적으로 학생은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능력이 있고 없는 것은 선택의 문제이지만, 자신이 최선을 다하느냐 다하지 않느냐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에 주어진 모든 것에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보람 : 성실함에 덧붙여서 예의 있는 학생이 좋은 학생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선생님을 대하든 친구를 대하든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

이규진
이규진 : 요즘 갈수록 대학은 학문의 장소이기 보다는 취업을 준비하는 곳으로 변해 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진정한 대학생이라면 학문을 취업의 도구로 취급하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열심히 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나은진: 어떤 교수님은 수업 시간에 늦고도 미안한 마음 없이 뻔뻔스럽게 교실에 들어오는 학생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도 한다. 교수님이 생각하시기에 ‘이런 학생들 정말 이해할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임칠성: 이해 할 수 없다고 말하기에 앞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서로 배려를 하지 않고 자기중심적인 생각만 하기 때문일 것이다. 교내의 주차 문제, 환경 문제처럼 말이다. 가르치는 입장으로서 이런 부분은 안타깝다.

나은진 : 그렇다면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교수와 학생 사이의 단절문제에 대해 이야기 해 보면 좋겠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대안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혹, 잘 운영되는 사례가 있다면 제시해 달라.

오 샘
오샘 : 우리 과 같은 경우는 교수님과 제자 사이에 친분을 쌓는 자리가 매우 많다. 교수님들께서 과 행사에도 참여 해 주셔서 수업 시간 이외에 따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 또한 늘어난다. 얼마 전에도 ‘그릴파티’를 열어서 모든 재학생과 교수님이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즐겁게 노는 자리를 가졌다. 이렇게 인간적으로 대할 수 있는 계기가 많아서 학교생활 적응에도 많은 도움이 됐고 학업능률도 더 높아졌던 것 같다.

이규진 : 소위 말해 ‘과 생활’을 하지 않는 나로서는 교수님과 친근해지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수업시간밖에 없다. 그런데 갈수록 취업만이 강조되는 분위기 때문인지 가벼운 농담을 할 정도의 시간도 사라져 가고 있으며 교수와 학생 사이는 더 멀어지고 있다. 당장 체계를 변화시키기는 힘들지만 서로 인식의 바꾸면서 대화하려고 노력한다면 문제가 조금씩 해결되지 않을까?

윤미경 : 우리 과는 ‘이 뭣고 교학상장’을 하면서 교수 1명에 학생 6명이 한 달에 2번씩 만나고 있다. 만날 때마다 공부는 물론이고 서로의 고민들을 들으면서 마음을 터놓고 친해 질 수 있어서 매우 좋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적극 이용하는 것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김보람 : 모두가 속한 곳마다 상황이 다른 것 같은데 우리 과 같은 경우는 학년담임제를 운영하고 있다. 각 학년을 맡으신 교수님께서 과 대의원에게 문자를 보내시면 시간을 정해 점심을 함께 하는데 이러한 자연스러운 만남도 괜찮았다. 또한 가끔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이 있어서 교수님을 찾아가면 늘 교수님께서 환대해 주시는데 학생들도 이러한 노력을 통해 충분히 친근함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임칠성 :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운영하는 ‘이 뭣고 교학상장’이나 ‘진로지도교수제’와 같은 제도는 굉장히 좋은 것이 많다. 하지만 문제는 학생들이 관계훈련 부분에 있어 미흡한 상태라는 것이다. 폭 좁게 자기 과에 있는 교수만 생각하지 말고, 다른 과 교수들도 찾아가서 많은 것을 배우면 좋겠다. 또한 일방적으로 교수가 이끌어 가는 관계만을 바라지 말고 자신이 자발적으로 끌어가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나은진: 대학이 학부제로 운영되는 것 또한 대화 단절의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학부제 운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보람: 나 또한 학부제가 교수와 학생의 대화 단절에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학부제로 갈 수 밖에 없다면 소모임을 활성화 시켜 소모임 안에서 교수님과 대화를 활성화 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은진: 옛날 학생들은 교수님에게 자신의 주장을 당돌하게 내세웠지만 요즘 학생들은 수업 시간을 봐도 의기소침해 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를 어떻게 보나?

임칠성: 나는 요즘 학생들이 의기소침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전 학생들이 어떤 의무감에 스승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회피할 수 없었다면, 요즘 학생들은 대답할 이유를 못 느끼는 것 같다. 학생들은 더욱 당돌하게 자기주장을 내세우지만, 단지 수업시간에는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문제다.

나은진 : 이전에는 다가가려는 시도도 하지 않고 ‘교수님은 나와는 다른 존재’라고 감히 먼저 정의를 내렸는데 기자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교수님들은 나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셨고 그 모습에 감동 받은 적도 많았다. 선을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교수와 학생이 벽을 허물고 서로 다가가려고 한다면 많은 부분이 개선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교수님께서 한 말씀 해 주신다면?

임칠성 : 나는 원래 참 스승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내게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나의 소명이기 때문에 이 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공식적인 행사 보다는 기억나는 은사님께 감사의 편지나 전화 한 통이 더 값질 것 같다. 또한 학생과 교수 사이에 ‘배려’하는 미덕은 늘 간직해야겠다.

나은진 : 사실 평상시에 이러한 자리를 갖지 못하고 ‘스승의 날’과 같은 공식적인 날이 있어야만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번 대담의 취지와 모순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대담을 통해 서로 더 많이 소통하고 이해하며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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