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궂은 날씨가 계속되던 4월. 오랜만에 날씨가 청쾌하다 했더니 오늘이 바로 사회대 체육대회 날이었다. 벌써 경북대 대운동장에는 맑은 하늘색의 물결, 사랑스러운 핑크빛의 물결, 역동적인 노란빛의 물결들이 여기 저기 무리지어 있었다. 본교에서도 체육대회를 2번이나 경험했지만 또 색다른 경북대의 체육대회를 상상하니 그것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벅찼다ㅎ

 

각 과별로 운동장에 줄을 서고 있자 멀리서 각과 학생들을 응원하러 오신 교수님들의 모습이 보였다. 왠지 교수님들의 얼굴에 은근한 경쟁심이 묻어있는 듯 했다. 정말로 체육대회 예선전부터 교수님들의 경쟁심은 수업시간에도 종종 화두로 등장할 만큼 각과에 대한 관심으로 가득했다. 그 모습에서 자식 자랑에 팔불출이 되어도 좋은 우리네 부모님이 생각나는 건 무슨 이유일까ㅋ
 

▲ 양복 벗어버리고 산뜻한 과티를 차려입은 교수님.
첫 경기는 사제 피구경기였다. 이 때만큼은 교수님들도 갑갑한 양복을 벗어버리고 산뜻한 과티(과 티셔츠)로 갈아입으셨다. 어찌나 그 모습이 귀여우신지ㅋ 우리 사회대에는 없는 사제경기가 부러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승점에 관계없이 공통으로 하는 경기들도 많았다. 어쩌면 승부에 연연해 체육대회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 같았다.

 

한 마음이 되어 각 과를 응원하고 또 공통경기에서는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와해된 본교 체육대회의 모습이 생각나 조금은 씁쓸했다. 학생이 없어서 줄다리기는 물론 단체 줄넘기도 안 되는 상황이 여러 번 이었다. 사제경기는 물론 교수님이 오시지 않으니 될 리가 없다ㅠㅠ 무엇이 다른 것일까? 그렇게 서운한 마음을 가지다 격렬한 축구경기를 응원하며 그 마음을 지웠다. 사실 가제는 게 편이라 했던가ㅋ 결승전에 진출한 우리 과 경기여서 그런지 더 열렬히 응원하게 되었다. 승부는 1:0 우리 과의 승리였다.
 

 

▲ 큰 웃음 준 지리학과 남학생들의 코믹한 춤 응원.
경기 외에 지리학과 남학생들의 코믹한 춤 응원도 재밌었다. 남학생들이 쫄쫄이를 입고 요리 조리 뛰어가며 춤을 추자 그곳에 있던 모든 학생들이 즐거워했다. 둘리와 푸 인형 복장도 준비해 응원하고 북을 치며 흥을 돋우는 학생들도 있었다. 점심때가 되어 다 같이 둘러 앉아 도시락도 함께 먹고 경기를 마치고 온 학생들에게 격려도 해주면서 체육대회는 막바지에 이르렀다.
 

 

체육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줄다리기와 달리기! 나는 열심히 줄 당기기에 임하는(?) 학생들의 표정을 찍기에 바빴다ㅎ 줄다리기처럼 표정이 솔직하게 나오는 경기도 없으니 말이다. 또 그만큼 승리의 기쁨이 크기도 하다. 모두가 함께하고 함께 이기는 경기여서일까. 또 역전의 묘미를 즐기는 달리기도 스릴 만점 경기였다. 2등과 3등이 바뀌고 2등이 1등으로 역전되는 그 순간 함성이 커진다. 그 동안 내숭부리며 조용조용 응원하던 나도 그 순간은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소리쳤다ㅋ 박수를 치고 껴안고.

▲ '힘 내요!!' 열심히 하는 당신이 있어 생동감 있는 사진이 가능했습니다.
M·T와 O·T도 좋지만 체육대회처럼 짧은 시간에 모든 사람을 하나로 만드는 행사가 또 있을까? 나는 20년만의 승리도 기분 좋았지만 너도 나도 응원하고 격려하는 그 모습이 더욱 보기 좋았다. 또 그 즐거움의 한 장면에 내가 있다는 것도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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