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아름다운 나라에 살고 있는가. 가끔은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볼 수는 있지만, ‘나라’라는 거대한 울타리가 아름답다고 쉽게 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렵게 이야기 할 것도 없이, 이 시각,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훑어보고 댓글을 펼쳐보시라. 아름다움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백범 김구, 그가 꿈꾸었던 아름다운 나라가 적어도 지금 이 시기의 대한민국은 아닐 것이라는 주책없는 짐작에 절로 허탈해진다. 김구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어쩌랴. 우리의 지표가 부강한 나라를 향한 일방통행인 것을. 부(富)하고 강(强)한 나라가 되기 위하야, FTA를 체결하고 富하고 强한 도시가 되기 위하야, 기업을 유치하며, 富하고 强한 학교가 되기 위하야, 등록금은 올라간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아름답기 위해서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낯부끄럽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부강해져야 아름다울 수 있다고, 성형외과의 수많은 실리콘들은 외칠지 모르겠다. 김구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다시 묻는다. 당신, 그리고 우리, 행복한가. 예상되는 답안을 염두에 두면, 우리는 김구 선생이 말하는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한 듯하다. 그런데 광주가 아시아 문화 중심도시가 된단다. 5월의 성지, 구도청에는 문화전당이 들어선단다. 이제 우리는 과연, 높은 문화의 힘을 얻게 될 것인가. 문화는 나뿐이 아닌 남에게도 행복을 줘야한다. 경쟁의 논리에 내던져진 문화는 문화라고 할 수 없다. 경쟁에 뒤쳐진 타자는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대학 ‘문화’는 주체와 타자 모두 행복한, 높은 문화인가. 벽마다 붙어 있는 공무원 학원 광고지의 국어 선생이 웃을 일이다. 김구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우리나라의 청년남녀가 모두 과거의 조그맣고 좁다란 생각을 버리고, 우리 민족의 큰 사명에 눈을 떠서 제 마음을 닦고 제 힘을 기르기로 낙을 삼기를 바란다. 젊은 사람들이 모두 이 정신을 가지고 이 방향으로 힘을 쓸진대 30년이 못하여 우리 민족은 괄목상대하게 될 것을 나는 확신하는 바이다.”
 

시대가 변했고, 사람도 변했다. 어느 방향인지 모르겠지만, 괄목상대할 만한 발전을 이룬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제, 선생이 말한 민족의 사명을 찾는 눈은 아니더라도 눈을 뜨기는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눈은 2007년에 걸맞은, 지금 우리가 아름다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눈이어야 한다. 청년의 눈은 저기 세월 넘어 80년대 아니더라도 서슬 퍼럴 필요가 있는 것이다. 눈을 뜨고 주체와 타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높은 문화의 힘’을 찾아야 한다.

 

나도 행복하고 너도 행복한 문화의 괄목상대를 위해, 먼지 묻은 ‘백범일지’ 한 번 거들떠보자. 체게바라의 곱슬머리와 별이 그려진 모자보다도 더 활활 타오르는, 선생의 둥근 뿔테 안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시인 서효인(국문·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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