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와 영화관을 찾았다. 오기 전에 상영작에 대해 알아보고 오지도 않고 몇 시간 후에는 또 다른 약속이 잡혀있어 다급한 맘으로 영화를 골랐다. 그러다보니 가장 친숙한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익히 이름을 들어온 “향수”가 그것이었다. 우리는 서둘러 표를 끊어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 어느 살인자의 '도덕성'과 '열정'... 어디에 무게를 두고 볼까
이 영화의 원작 또한 “향수”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우리에게 “좀머씨 이야기”라는 책으로도 이름을 알린 “파트리크 쥐스킨트”이다. 전 세계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은둔자이기도 하다. 그의 이런 성향은 작품 속 주인공들과도 닮은 모습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거나 그늘에 있는 사람들과 같이 하려는 그의 마음이 작품 속에 표현되기도 했다.
 

나는 아직 원작을 읽지 못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러한 무지의 상태에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는 곧 ‘충격’이라는 두 단어로 압축되어 내게 다가왔다. ‘어느 살인자 이야기’라는 부제마저 없었다면 그 충격은 배 이상이었을 것이다.
 

영화의 내용보다 내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2007년 주목해야 할 배우로 선정된 ‘벤 위쇼’가 맡은 주인공 역인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이다. 그는 모든 사물을 냄새로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자라면서도 그는 그 능력을 끊임없이 발휘하며 길러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 여인의 매혹적인 향기에 이끌려 그것을 완벽하게 유지하려는 엄청난 욕망을 가지게 된다. 그러던 중 그는 모든 이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체취가 자기 자신에게만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혼돈과 절망에 빠지게 된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 그러나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매혹적인 향수’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 때부터 그는 아름다운 열세명의 여인들이 가진 향기를 얻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며 향수 만들기에 전력을 다한다.
 

이 영화의 초점은 도덕성과 열정, 이 두 가지로 맞출 수 있다. 만약 이 이야기가 사실이었다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무려 열 세 명의 목숨을 앗아간 희대의 살인자로 기억될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사람으로 그 자신의 목숨마저 아낌없이 내 놓아야 마땅할 인간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번만큼은 이성보다 감정을 앞세워 얘기해보고 싶다. 작품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열정을 가진 한 남자로 그를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그가 가진 재능과 자신의 욕망에 대한 열정이 탐나고 닮고 싶은 마음까지 드는 것을 숨길 수가 없다. 그는 보통 사람이 가질 수 없는 능력 뿐 만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엄청난 열정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한 가지를 향한 열정이 만들어낸 향수, 그 향기에 나조차도 매혹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영화 ‘향수’는 내가 이야기한 내용 외에도 섬세한 스토리 전개와 충격적인 결말로 쉽게 잊혀지지 않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나는 영화의 치명적이고도 매혹적인 향기와 기억을 더듬어 가며 책으로도 작품과 주인공을 다시 한 번 만나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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