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뜻한 봄볕아래 우리에게 필요한건 휴식이라는 이름의 여유...
날씨가 너무 좋다.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햇빛은 따사롭고, 바람은 활짝 핀 봄 향기를 살랑살랑 전해온다. 이 봄날의 장애물인 중간고사도 끝났겠다 마음이 싱숭생숭 해진다. 어디론가 가고 싶은데 시간도 돈도 여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영화에서 보면 이렇게 똑같이 되풀이되는 평범한 일상에 찌든 주인공 앞에 누군가 쨘! 하고 나타나 뭔가 멋진 곳으로 데려가던데...

계속되는 일상. 나름 바쁘게 달려온 나에게 필요한 건 휴식!~ 아니 휴식이라는 이름의 여유?!

어쨌든 아침부터 불어오는 마음속 봄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수업이 끝나자마자 친구를 데리고 간 곳은 그 유명한 청계천도 아니고 임백천(??)도 아닌 광주천!!!!!!!

후문에서 7번 버스를 타고 20분쯤 가다 내린 곳은 충파. 맨 날 쇼핑하러 오던 시내를 다른 이유로 오니깐 왠지 신선했다.

▲ 시내에서 따뜻한 국수로 배를 두둑히 채우고 소화도 시킬겸 사목사목 광주천을 향해 걸었다.
마침 저녁때라 배도 고프고, 야경이 볼만하다는 광주천의 야경을 보기엔 날이 꽤 밝고 해서 찾아간 곳은 갤러리 존 골목에 있는 포장마차! 한 그릇에 천원밖에 안하는 포장마차 국수가 돈 없을 땐 나름 쏠쏠하다는 거! 둘이 와서 달랑 국수 두개 먹고 가도 아무 말 안하고 웃으면서 퍼주시는 아주머니 덕에 오늘도 난 크게 “이모, 여기 국수 두개만 주세요!”를 외쳤다.

따뜻하게 배를 채우고 생과일주스를 하나씩 사들고 밀리오레에서 레드망고 방향으로 걸어가기를 오 분 쯤. 드디어 눈에 보이는 광주천.

처음 느낌은 아!!!! 너무너무 괜찮다!!!......는 사실 아니고 아.... 여기구나 하는 정도^ㅡ^;

 
친구가 여기야? 하며 왠지 실망하는 것 같아 데리고 온 나는 괜히 기죽어서 밤 되면 괜찮대! 라고 다독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아 그런데 그런 우리를 반겨주는 건 다름 아닌 어디선가 풍겨오는 향기로운 냄새. 이런... 더더욱 의기소침해진 나는 아무 말 없이 다른 운동하는 사람들 틈에 껴서 광주천을 한 바퀴 돌면서 사진 찍느라 바쁜 척 했다-_-  하지만 그러다보니 어느 샌가 냄새는 익숙해지고, 주위는 어두워지고, 조명은 켜지고. 그리고 음악분수까지.

▲ 색색이 음악과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분수는 낮동안 일상에 지친 도심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 
드디어 광주천의 밤이 왔다.

혹시 부산 해운대를 가본 적이 있다면, 도시의 한 부분에 그런 광활한 바다가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높은 빌딩들 바로 뒤에 어떠한 틈도 없이 바로 깔린 모래사장. 물론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광주천도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바쁘고 화려한 시내와 거의 가까이에, 높은 빌딩 뒤편에 그런 낭만이 숨어있었다고 하면 나의 엄청난 비약일까.

처음엔 혼자 운동하는 사람들만 있더니 밤이 되자, 음악분수 쪽으로 가족끼리 연인끼리 손을 잡고 하나 둘 늘어났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 인라인 타는 사람들, 애완동물이나 애기들 데리고 나와 산책하는 사람들. 모르는 사람들인데도 밤이라서 그런가, 봄 느낌이 물씬 풍겨서 그런가, 왠지 모를 친근함이 느껴졌다.

▲ 봄 바람 때문인가. 어둠속 지나치는 사람들도 낯설지가 않다. 사람들의 따뜻함이, 사람들의 친근함이 왠지 모르게 느껴진다.
아! 무엇보다 감동인건 음악분수였다. 음악분수는 사실 말만 들어보고 뭔지 몰랐는데, 분수는 계속 켜져 있지만, 노래가 나올 때만 불빛이 계속 나오는 걸 보고 이게 음악분수구나 하고 혼자 깨달았다 ㅋㅋ

집에 가려고 계단 올라오면서야 본 대여해주는 자전거와 인라인은 타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지만 친구랑 다음을 기약했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왁자지껄한 상대 뒤에서의 술 한 잔 보다 이곳에서 여유롭게 캔 맥주 하나씩 사서 여유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밀려오는 봄바람에 설레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신가요? 그럼 친구와 연인과 광주천 나들이는 어떤가요?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