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25일 일요일, 서울시청 앞 서울 광장에는 수십 명의 노동자, 농민, 민주노동당의 국회위원들이 모여 한미 FTA 반대 집회를 열었다.

 
같은 날 지구 반대편의 유럽에서는 역사적인 기념행사가 한창이었다. 유럽통합의 출발점인 로마조약이 체결 된지 50주년이 되는 것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2007년 1월 1일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유럽연합에 가입한 후 유럽은 27개 회원국에 인구가 4억 9300만 명에 달하는 거대 국가 연합으로 발전했다.

 1957년 로마조약은 유럽연합이 안정화된 국면으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당시 유럽 6개국(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은 회원국 간 경제통합을 목표로 하는 유럽경제공동체(EEC)를 설립하는 조약에 서명했다.

로마조약의 내용은 여타 지역에서 경제 통합을 실현하기 위한 국제 조약에 하나의 본보기가 되었으며, 60년대 이후 지역적 경제통합 운동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더불어 유럽은 이 조약을 통해 제 2차 세계대전의 아픔을 딛고 무력대신 평화로운 화합으로의 길을 선택했다.

 
로마조약이 발효 된 지 50년을 기념하는 이 날,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는 순번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를 기념하는 '베를린 선언문' (Berlin Declaration )을 발표했다.

경제통합체로 시작된 EU가 정치, 외교, 안보 등의 밀접한 협력관계를 다지고 새로운 통합 체제를 구축해나갈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하는 자리였다.


현재 EU에 속한 국가의 국민은 유럽연합에 비판적인 의견도 많다. 유럽이 자신을 대표하는 공동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이하 사설 참조) 특히 작고 힘없는 국가의 국민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크다. 동유럽에서도 가장 국민 소득이 낮던 라트비아는 2004년 EU에 가입한 이후 2004-5년 평균 7%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고, 별다른 소득이 없던 라트비아 국민들은 EU 가입에 불쾌한 속내를 드러내야 했다.

A cross-continental 50th-anniversary poll found that 56 percent of European believe that "the European Union does not represent ordinary people" More disturbing was another poll, which revealed that some 44 percent of Europeans in the most populous member states believe that life has become worse since their countries joined the EU, and only 25 percent think life has improved.

-<Europe's birthday blahs>
The Korea Herald, March 29. Washington Post Service

 

 

그럼에도 불구하고, EU가 가동된 후 유럽에 속해 있지만 정치적, 경제적으로 소외받았던 소국들은 EU의 재정적 도움을 통해 현대식 시설을 갖춘 공장들을 세우게 되었으며 EU에 소속된 나라의 국민들은 EU시민이라는 이점을 이용해 다양한 문화권의 다양한 나라에서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도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에스토니아의 강물정화 사업은 모두 EU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대식 공장이 없던 라트비아에는 육가공품 가공 공장이 생겨났다. 젊은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EU에 소속된 어느 국가에서든 교육받을 수 있는 에라스무스 프로그램, 소크라테스 프로그램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이용해 다양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일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그들은 이웃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곳곳에서 유럽연합의 노력에 의한 성과가 보고되고 있다.

 

 

 유럽연합 50주년 행사를 맞아 지난 3월 29일 Korea herald 지에 발표된 Washington Post의 칼럼니스트 Anne Applebaum 은 이번 행사에 대해 EU가 변화를 겪어온 길은 주목 할 만하다고 말한다. 특히 유럽통합 후 역내 무관세, 화폐 통합과 함께 공통된 일반규정 들을 갖게 된 것은 EU가 세계의 중요한 공동체로 주목 받게 된 근거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Fifty years since its founding, the EU has created many things: a free-trade zone, a common currency and a lot of common regulations. The continent is still divided by culture and especially by language, and one hopes always will be: That diversity is Europe's strength as well as its charm.

- Europe's birthday blahs. Washington Post Service

유럽연합에 있어 가장 강점인 동시에 그들을 가장 잘 대표할 수 있는 단어는 바로 ‘다양성’이다. 공용어만 23개인 EU는 그들의 복잡한 역사와 문화를 일관적으로 포괄하지 않고, 그들의 다양함을 적극 활용했다.

베를린 선언문 역시 그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각의 나라가 공동체의 신장을 위해 노력하며 자신의 가치와 함께 글로벌화 되어가는 EU를 만들어 나가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들이 세운 일반 가치란 평화와 자유, 번영 세 단어이다. 이러한 가치와 더불어 다양성을 인정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자는 것은 50년이 지난 현재도 그들의 통합을 이어나가게 하는 주요한 개념으로 부각되었다. 
 

In the European Union, we are turning our common ideals into reality. we are striving for peace and freedom, for the rule of law, for mutual respect and shared responsibility for prosperity and security, for tolerance and participation, for justice and solidarity. This enables us to strike a fair balance between Member States' interests. We preserve in the European Union the identities and diverse traditional of its Member States' interests.

- Berlin Declaration
March 25, Angela Merkel, Berlin

한-미 FTA가 체결된 후 우리나라의 FTA 다음 상대국은 EU가 될 것이 확실시 되었다. 5월부터는 공식 협상이 열릴 것이다. 아시아 유럽의 정상회의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한. EU 공동위원회도 열리고 있다. EU와의 활발한 교류가 가능해지는 만큼, 한국의 경제규모는 또 다시 세계를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가게 된다. EU는 이미 한국이 상대 할 중요한 공동체가 되어가고 있다.

EU의 50 주년 기념행사는 현재의 우리에게 또 다른 면을 상기시킨다. 대한민국은 동북아 경제를 이끄는 주도국의 하나인 동시에, 아시아 협력을 위해 중요한 나라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의 협력은 동북아를 어떻게 지도해 나갈 수 있느냐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평화의 공동체를 이끌어낸 EU의 예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넌지시 일러준다. 서로간의 신뢰와 공존의식, 존중은 우리가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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