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개나리가 만발한 캠퍼스에 학생회 주도의 등록금투쟁에 대한 설왕설래가 가득한데, 예전과는 달리 올해는 구성원들 특히 교직원들의 학생회 칭찬(?)이 자자한 것 같다. 주지하듯이 과거의 등투는 대학당국과 학생간의 관계가 서로 으르렁거리는 형태로 전개되기 일쑤였다.
 

학생회는 부당한 등록금인상의 항의표시로 본부에서의 농성이나 기타 초유의 행동주의(작년의 총장실 점거사태)에 치우침으로써, 결과적으로 등투는 학교 구성원들 모두에게 쓰라린 기억만 남기는 제로섬 게임으로 귀결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양태는 장기간 고착화되었으며 시일이 지날수록 지켜보는 다른 구성원들은 실로 중요한 등록금 책정 협의과정에서 무관심과 냉소주의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올해의 등록금 협의과정에서 학생회는 과거의 고답적인 패턴을 지양하고 대신에 객관적 자료제시와 합리적 설득을 추구하고, 또한 대학당국도 성심성의를 다하여 학생회가 요구하는 각종 자료제공과 지속적인 대화로 화답하는 실로 상생을 추구하는 협의과정이 목도되고, 이에 모든 구성원들은 학생회의 달라진 태도와 인식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고 판단된다.
 

정말 환영할만한 대학발전의 징표라 사료된다. 이러한 협의과정의 민주화 즉 성숙은 첫째, 대학당국과 학생회가 과거의 투쟁일변도의 등록금 협의에 대한 자성이 생겼으며, 둘째, 양자가 우리 대학의 학생회활동의 목표와 존재가치를 새롭게 업그레이드 해야 된다는 인식의 공감대가 형성되었기에 가능했다고 보아진다. 즉 지난 한국의 학생운동은 보수와 진보, 산업화와 경제민주주의라는 지평에서 전개되었으나, 지금의 형국은 개방과 디지털혁명의 메가현상에 대한 효율적인 적응이라는 시각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다.

 

바로 학생회의 주인인 학생들의 인식적 차원이 점차 탈산업화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에 21세기형 용봉인들은 과거 억압구조에 대한 저항의 차원에서 전개되었던 청년문화를 불식하고 지배층이나 동료집단에 대한 배려와 상생의 정신이 배태된 성숙한 문화창조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근래에 일부 언론매체에서 집중적인 포커스를 받을 정도로 우리나라 대학등록금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사립대학의 경우에 등록금의 절대 액수는 선진국 수준과 유사할 정도로 높은 편인데, 그 이유는 바로 등록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취약한 재정구조(총비용의 70%)에 있다. 한편 국립대학은 총재정의 3분의 1을 등록금으로 채우고 있어서 사립대학보다는 훨씬 양호한 편이나, 사립대학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는 교육환경을 위해서는 등록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울러 근래에 정부와 민간영역(특히 기업부문)이 법인화 프로젝트를 들고 나옴으로써 국립대학의 위상과 존재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상황은 어떠한가? 여기에 국립대학의 재정운용에 관한 딜레마가 내재되어 있다. 즉 소유권을 쥔 국가는 이제 국립대학을 사립대학처럼 시장법칙에 따라 재정을 운용하도록 내몰고 있으며, 또한 교육시장의 개방은 얼마나 강력한 압박을 가할 것인가?

 

이러한 국내외적 환경에 대한 학생과 대학당국의 위기의식과 냉철한 적응은 바로 당위라고 본다. 올해의 등록금 처리가 비제로섬 게임으로 귀결되어 장기적인 대학발전의 분기점으로 거듭나기를 우리 모두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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